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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 뗀 새 사람 마지막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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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by Design_appletree, 2026-01-08 20:23:09

<새사람>no.05

쉼표 뗀 새 사람 마지막호

151(새t o ) GAZA


152해초아직 아무 것도 끝나지 않았어요ⒸTONY


153이번 여름에 새,사람행진에 참여할 수 있어서 정말 기뻤습니다. 제주도 강정마을에서 평화바람 식구들을 만난 계기로 팽팽문화제에 참여한 경험이 몇 번 있지만 실은 군산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자세히 알지 못했어요. 그래도 정말 아름다운 갯벌이 거기에 있다는 것, 그 갯벌에 수많은 새들이 살아가고 있고 또 찾아온다는 것, 그 모든 생명을 밀어버리고 공항을 지으려고 하고 그 공항은 결국 군사기지로 사용될 것이라는, 이 정도의 제가 아는 아주 짧은 정보만으로도 새만금 신공항에 반대하기란 아주 충분한 이유였어요.여름에 제주도에서 생명평화대행진을 함께 걷는데 평화바람의 딸기가 곧바로 새,사람행진을 할 것이라고 이야기했어요. 새,사람행진은 그렇게 아주 짧은 준비 기간을 마치고 시작되었는데 걸을수록 많은 사람들이 함께했어요. 그게 정말 좋았습니다. 제가 경험해온 투쟁들은 주로 잘 준비된 집회나 행사였는데 새,사람행진은 걸으면서 만들어지는 투쟁이라고 느꼈어요. 저 또한 하루나 이틀정도 함께 할 수 있겠다 싶었으나 거의 2주를 함께 걸었습니다. 함께 걷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처음부터 함께 했던 분들은 많이 힘드시기도 하셨겠다 짐작하면서도 이렇게 함께 만들어가는 투쟁이 참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행진에 함께 하는 모든 사람이이 투쟁의 주체로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함께 걷고 싶은 걸음이었어요.저는 8월 25일 금암 사거리에서부터 함께 걸었습니다. 세종보 농성장에서 농성장 식구들과 밴드 프리버드를 만났어요. 강은 느리게 흐르고 있었다. 세종보는 4대강 파괴 사업으로 추진된 잘못된 토건사업이며 심지어 홍수를 조절하는 능력도 없는 댐입니다. 금강이 얼마나 아름다운 강이었는지요! 세종보 농성장 식구들은 다시 강이 복원되기를 바랍니다. 다양한 생명들이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 강이 다시 흐를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새,사람행진단은 이러한 당연한 요구들이 해결되지 않는 현장들을 만나면서 걸었어요. 우리는 옵티컬에 가서 박정혜 동지를 만나고 평택 평화박물관에 가서 평화바람의 옛 동지들을 만났습니다. 가장 최근의 뉴스에서 지난 11월 4일 세종시는 세종보 농성장을 불법점유로 형사고발했고 박정혜 동지는 우리가 연대방문한 다음날 땅으로 내려왔지만 노사교섭은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아직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어요. 서울행정법원 새만금신공항 취소 소송에서 취소판결이 났지만 국토교통부와 전라북도는 기어이 항소를 제기했습니다.결과는 어찌되었건 우리는 끝까지 함께 걷습니다.새,사람행진을 마치고나서 저는 가자로 가는 항해에 참여하고 돌아왔어요. 출국하기전에 취소판결을 함께 축하하면서 제게도 많은 격려와 지지를 보내주셨던 것을 기억합니다. 또 제가 항해하는 동안 평화바람에서 저를 위한 릴레이 편지를 써주셨어요. 저는 새,사람행진단에 참여할 수 있어서 정말 기뻤어요. 저희가 나눈 별 이야기, 큰뒷부리도요의 여정, 순례자, 피와 투쟁! 그 속에서 많이 배우고 떠났기 때문에 두려운 순간에 자주 저희가 걸어온 길을 떠올렸습니다. 얼른 군산에가서 반가운 얼굴들을 뵙고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곧 만나러 갈게요! 투쟁!


154마오리족이 지난 2001년 새만금갯벌 보전 운동에 힘을 보태고자 보내준 전통 조각 작품들은 해창갯벌에 아직도 서 있다. 지난 2019년 바닥에 쓰러져 낡아가고 있는 마오리족의 전통 조각을 발견한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이 일으켜 다시 세웠다.(사진 제공=정희정, 2019년)


155정희정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뉴질랜드 방문기지구의 반대편에 살던 알래스카 원주민 에스텔 톰슨 씨와 뉴질랜드 마오리족 제프리 히팡오 씨가 사랑에 빠졌다. 1만 킬로미터의 망망대해가 가로막은 이들의 사랑은 기적에 가까웠다.그 기적을 가능하게 한 것은 국경도, 대륙도, 바다도 넘나드는 한 생명의 위대한 여정이었다. 바로 큰뒷부리도요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들의 운명적인 사랑을 이어준 생명의 징검다리는 다름 아닌 한국의 새만금 갯벌이었다. 새가 쉬어갈 징검다리가 없으면 여정도, 인연도 끊기기 때문이다. 이것은 한 마리 새의 날갯짓이 어떻게 사랑을 꽃피우고, 20년 넘게 이어진 국제적 연대를 다시 확인하게 하고, 마침내 갯벌 위에 희망의 장승을 세우게 했는지에 대한 기록이다.모든 이야기의 주인공은 큰뒷부리도요다. 이 새가 없었다면 두 남녀의 만남도 없었다. 뉴질랜드의 마오리족에게 큰뒷부리도요는 아주 특별한 존재이다. 먼 옛날 큰뒷부리도요를 따라 태평양을 건너와 뉴질랜드를 발견해 정착하게 되었고, 죽으면 다시 큰뒷부리도요를 따라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여긴다. 조상이자 수호자인 큰뒷부리도요가 사라진다는 것은 자신들의 영혼이 돌아갈 길이 끊어지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큰뒷부리도요가 이어준 굳건한 국제 연대한국의 갯벌이 맺어준 기적 같은 사랑


1562년 전, 뉴질랜드 황아누이 마오리족 공동체는 큰뒷부리도요를 지키기 위해 이동경로상의 동지들을 모으는 국제 연대 행사를 시작했다. 바로 그 첫 행사에서 알래스카 대표로 참석한 톰슨 씨와 마오리족 히팡오 씨가 운명처럼 만나 사랑의 여정을 시작했다. 톰슨 씨는 알래스카 유픽족 전통부족회의 족장이며 히팡오 씨는 최근 뉴질랜드 황아누이시 마오리구 시의회 의원으로 선출되었다. 두 사람의 사랑은 두 원주민 커뮤니티의 포용과 연대라는 점에서도 큰 의미로 다가온다. 두 사람의 사랑을 가능하게 한 큰뒷부리도요의 여정은 경이롭기 그지없다. 번식지에서 월동지까지 태평양을 건너 11일 1시간 동안 쉬지 않고 1만3,560㎞를 날아간 개체의 세계 최장 비행 기록은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4BBRW’라는 표식을 단 개체의 실제 이동경로를 보면, 2020년 3월28일 뉴질랜드를 떠나 일주일간 먹지도 쉬지도 않고 날아서 4월4일 한국의 순천만에 도착했다. 이후 4월12일 새만금 갯벌로 이동해 5월21일까지 한 달 반 동안 머물며 번식지로 날아갈 힘을 비축했고, 마침내 5월26일 알래스카에 도착했다. 알래스카에서 알을 낳고 새끼를 키워낸 뒤 9월18일 떠나 다시 뉴질랜드로 돌아온 시기는 9월27일이었다. 이 위대한 생명체에게 새만금 갯벌은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중간 기착지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새만금 갯벌 개발 사업으로 드넓은 갯벌이 파괴되면서 큰뒷부리도요의 수도 급감했다. 결국 큰뒷부리도요가 먹이를 찾기 위해 긴 부리를 갯벌에 박고 있는 모습(사진 왼쪽), 부리와 얼굴에 진흙이 잔뜩 묻어 있는 모습(오른쪽) (사진 제공=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오동필)


1572015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의해 가까운 미래에 멸종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은 ‘준위협’ 종으로 지정되었고, 한국 정부도 2022년 뒤늦게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했다.새만금의 마지막 남은 수라갯벌마저 신공항 건설로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시민들은 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새만금신공항 백지화를 위한 소송 1심 판결을 한달 앞두고 큰뒷부리도요 조형물을 앞세운 ‘새,사람행진단’이 되어 새 모양의 모자를 쓰고 거리에 나섰다. 행진단은 수라갯벌이 있는 전라북도를 출발해 서울시 양재동 법원까지 한달 동안을 걸었다. 그리고 큰뒷부리도요의 기나긴 비행 거리(1만3,000㎞)를 기리며,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 승소를 기원하면서 서울행정법원 앞에 모여 1만3,000번 절을 올렸다. 그리고 그 간절한 마음들이 통했는지 1심 법정은 큰뒷부리도요의 편에서 판결을 내려줬다. 나는 지난 10월 1~8일 뉴질랜드에서 열린 ‘큰뒷부리도요의 쉼터(Pae Kuaka)’ 콘퍼런스에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원들을 대표해 한국인 최초로 참석했다. 신입 단원 김윤하씨(독일 훔볼트 대학 인류학 연구원)도 동행했다. 행사는 황아누이 강변의 테 아오 호우 마라이(Te Ao Hou Marae)에서 진행되었는데, 마오리 부족 공동체의 정신적 구심점 역할을 하는 신성한 공간이라고 했다. 콘퍼런스 첫날, 자기 소개를 하는 시간에 [4BBRW라는 인식표를 단 큰뒷부리도요의 실제 이동경로]2020년 3월 28일 뉴질랜드 미란다를 떠난 뒤 일주일 동안 한숨도 자지 않고 물 한 모금 먹지 못하고 날아서 4월4일 한국의 순천만에 도착했다. 4월12일에는 한국의 새만금 갯벌로 이동한 뒤 5월21일까지 한달 반 동안 먹고 쉬고 힘을 모아서 번식지인 알래스카에 5월 26일 도착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의 새만금갯벌은 큰뒷부리도요에게 없어서는 안 될 먹이터이자 쉼터이다. 9월18일 알래스카를 떠난 큰뒷부리도요는 9일 만에 9월27일 다시 뉴질랜드 미란다로 돌아왔다. 큰뒷부리도요에게는 월동지, 중간기착지, 번식지, 모두가 중요하다. (그림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kScQTupldY)


158황아누이 마오리족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나는 강의 후손이며, 내가 곧 강이고 강이 곧 나다(Ko au te awa, ko te awa ko au)”라고 선언한 뒤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강을 단순히 자원으로만 여기는 한국 사회, 4대강 재자연화를 공약으로 내건 대통령이 당선되었지만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황에 답답함을 느끼던 나에게 그들의 선언은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알고 보니, 그들의 선언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었다. 황아누이 마오리족은 강을 조상(Awa Tupua)으로 섬기는 정신적 신념을 지키기 위해 1870년대부터 약 150년에 걸쳐 뉴질랜드 정부를 상대로 끊임없이 투쟁해왔다. 역사상 가장 길었던 법적 소송이자 정신적 싸움 끝에 황아누이 강은 마침내 2017년 세계 최초로 법적 인격체 지위를 얻었다. 법적 승리 이후에도 이들이 강을 여전히 현재의 정체성으로 여기며 자기소개를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나는 큰 감동을 받았다. 이처럼 생명을 존중하는 그들이기에, 새 한 마리가 맺어준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것은 당연했다. 그들은 충분한 시간과 다정한 스킨십으로 큰뒷부리도요의 중간 기착지를 지키는 외국인들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만들어갔다.나는 2003년 결성 이후 22년째 활동하고 있는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을 소개하고, 마오리족의 조상이자 두 연인의 사랑을 이어준 큰뒷부리도요와 갯벌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사죄했다. 그러자 마오리족 참가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지구 반대편에 살던 알래스카 원주민 에스텔 톰슨(Estelle Thomson, 사진 왼쪽)과 마오리족 제프리 히팡오(Geoffrey Hipango) 커플은 알래스카와 뉴질랜드를 오가는 큰뒷부리도요가 이어줬다. (사진제공: 정희정) 두 사람은 서로에게 선물한 후드티를 입고 있는데, 후드티의 디자인은 알래스카 원주민 유픽족의 전통의상 카스팍(유픽어 Qaspeq)에서 유래됐다.


159답했다. “아닙니다. 2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싸워주어서, 그리고 마지막 남은 갯벌을 위해 지금도 끝까지 싸우고 있어서 우리가 고맙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영화 ‘수라’를 보면서 갯벌을 살리기 위한 3보1배 행진에 큰 감명을 받았고, 수경 스님과 문규현 신부님의 우는 모습에 함께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황윤 감독의 영화 ‘수라’는 갯벌 매립을 막기 위해 힘썼던 많은 이들의 노고와 아름다운 갯벌의 모습을 담아낸 작품이다. 큰뒷부리도요가 엮어준 지구촌 친구들로부터 따뜻한 마음과 많은 선물을 받아 안고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나는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원들을 만나 보고회를 가졌다. 그리고 10월12일, 새만금 해창갯벌을 찾아가 아주 특별한 장승을 만들어 세웠다. 마오리족 조각가 투루랑이 타우레레와(TururangiTaurerewa) 씨가 선물한 목각을 가슴에 품고, 마오리어 ‘Mo Te Kuaka(큰뒷부리도요를 위하여)’를 몸통에 새긴 장승이었다. 새 장승을 세운 곳은 2001년 세워진 마오리족 전통 조각 바로 옆이었다. 사실상 마오리족과의 연대는 24년 전, 민중미술가 최병수 화백이 뉴질랜드를 방문해 마오리족과 함께 장승을 깎아 뉴질랜드에 세우면서 시작되었다. 마오리족은 새만금 갯벌 살리기 운동에 힘을 보태기 위해 전통 조각을 한국으로 보내줬고, 최병수 화백은 그들의 조각을 새만금 해창갯벌로 가져와 세웠다. 20여 년의 비바람에 삭아 형체가 필자는 지난 10월 3일, 뉴질랜드 황아누이 강변에 위치한 테 아오 호우 마라에(Te Ao Hou Marae)에서 열린 ‘큰뒷부리도요의 쉼터’ 국제 콘퍼런스에 참가, 새만금신공항 백지화를 위한 '새,사람행진’과 2003년부터 22년째 이어지고 있는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의 활동을 소개했다. (사진 제공=빌리 판 아위트레흐트)


160초라해졌지만, 쓰러지면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이들이 있어 마오리족의 첫 번째 조각은 지금도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은 매년 10월 새로운 장승을 깎아 해창갯벌에 세우면서 주변을 정리하고 쓰러진 장승들은 새롭게 구멍을 파서 단단하게 세우곤 한다. 지난 2019년 마오리족의 전통 조각이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해 일으켜 세우기도 했다. 두 장승이 나란히 선 해창갯벌은 2003년 갯벌 살리기 3보1배가 시작된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갯벌의 부활을 기원하는 마음들이 모여 장승을 세우는 전통이 생기면서 ‘장승벌’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새로운 장승을 세우던 그 시간, 놀라운 만남이 이루어졌다. 3보1배의 주역, 문규현 신부님이 약속이라도 한 듯 현장을 찾은 것이다. 백발의 노사제는 지구 반대편에서 온 마오리족의 목각을 건네받아, 마치 성물처럼 자신의 가슴에 꼭 품었다. 그러고는 22년 전보다 더 간절한 목소리로 외쳤다. “갯벌의 부활, 너는 나의 희망이다!”그날 나는 알래스카 원주민 친구 톰슨 씨가 손수 만들어 선물한 유픽족의 전통의상 ‘카스팍(Qaspeq)’을 입고 있었다. 그 옷을 입고 장승벌에 서 있자니, 나는 이 연대의 한가운데에 서 있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장승벌에 나란히 선 두 이국적인 장승은 한 생명의 위대한 여정과 그 여정이 맺어준 사람들의 인연, 그리고 20여 년 새만금신공항 백지화를 위한 ‘새,사람행진단’이 제작한 큰뒷부리도요 모양 모자는 뉴질랜드에서도 인기였다. 이번 국제연대 행사를 기획한 빌리 판 아위트레흐트 박사(검은색 상의)가 새 모자를 쓰고 즐거워하고 있다. (사진 제공=정희정)


161세월을 넘어 더욱 단단해진 연대의 약속을 보여주는 희망의 상징이다. 한국에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 콘퍼런스를 기획한 뉴질랜드의 빌리 판 아위트레흐트(Billy van Uitregt) 박사로부터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오른쪽 다리에 ‘AJD’라는 표식을 단 수컷 큰뒷부리도요가 18년 차인 올해도 어김없이 건강한 모습으로 황아누이 강 하구로 돌아왔다는 소식이었다. 지난 2008년 10월 처음 표식을 부착한 이후 매년 황아누이 강 하구에 찾아오고 있는 그 큰뒷부리도요는 지역의 유명인사가 되었다. 그 새가 월동한 뒤 다음해 4월 황아누이 강을 떠날 때는 팬클럽 회원들이 모여 환송식을 열어주기도 한다. 최근 빌리 판 아위트레흐트(Billy van Uitregt) 박사는 큰뒷부리도요 AJD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완성했다고 알려왔다. 영화에는 내가 뉴질랜드에 방문했을 때 인터뷰한 영상과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의 모습도 담겨 있다고 한다. 이 영화는 영화제에 출품되었고 내년에 영화 ‘수라’와 함께 황아누이 시내의 극장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문규현 신부님은 마오리족을 만나러 내년에 뉴질랜드에 방문할 계획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알래스카 원주민 에스텔 톰슨 씨와 뉴질랜드 마오리족 제프리 히팡오 씨의 결혼식을 새만금 갯벌에서 하도록 제안하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큰뒷부리도요가 다시 이어준 국제 연대는 이처럼 더욱 굳건해지고 있다. 마오리족 예술가 투루랑이 타우레레와(Tururangi Taurerewa) 씨가 장승 제작에 활용해 달라며 손수 깎아 선물한 물결 무늬 목각.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은 가슴팍에 물결 무늬 목각을 넣고, 몸체에는 ‘큰뒷부리도요를 위하여’라는 뜻의 마오리어 ‘Mo Te Kuaka’를 새겨 마오리족의 마음을 간직한 특별한 장승을 제작했다. (사진 제공=정희정)


162지난 10월 12일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은 마오리족에게서 선물 받은 목각을 가슴팍에 붙이고 ‘큰뒷부리도요를 위하여(Mo Te Kuaka)'라는 뜻의 마오리어를 새긴 장승을 20여 년의 세월이 흘러 삵아버린 마오리족의 키 큰 조각 옆에 세웠다. (사진 제공=정희정)10월12일, 해창갯벌에서 새만금 갯벌 살리기 3보1배를 이끌었던 문규현 신부(가운데)가 마오리족의 목각 조각 선물을 들고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문 신부 오른쪽에 선 필자는 유픽족의 전통의상 ‘카스팍(Qaspeq)’을 입고 있다. (사진 제공=정희정)


163지난 10월 3일, 뉴질랜드 황아누이 강변에 위치한 테 아오 호우 마라에(Te Ao Hou Marae)에서 타냐 테 후나(Tania Te Huna) 작가의 그림책 ‘큰뒷부리도요 AJD(AJD-He Kuaka)’ 출판기념회가 열리고 있다. ‘큰뒷부리도요가 부른다(Te tangi a te kuaka)’라는 마오리어 노래를 한국어로 번안해 함께 부르는 프로그램도 준비되었다. (사진 제공=정희정)지난 10월4일, 뉴질랜드 황아누이 시 사전트 갤러리에서 열린 전문가 패널 토크 행사에서 갤러리의 세실리아 쿠메로아(Cecelia Kumeroa) 큐레이터(사진 오른쪽부터)의 사회로 마오리 혈통의 빌리 판 아위트레흐트(Billy van Uitregt) 박사, 호주 원주민인 코엔 허드(Coen Hird) 박사, 독일 훔볼트대 김윤하 연구원, 알래스카 원주민 에스텔 톰슨 씨가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정희정) 지난 10월 3일, 뉴질랜드 황아누이 강변에 위치한 테 아오 호우 마라에(Te Ao Hou Marae)에서 이번 행사를 기획한 빌리 판 아위트레흐트(Billy van Uitregt) 박사(사진 왼쪽)와 폴 깁슨(Paul GISON) 사진작가가 큰뒷부리도요의 특성과 뉴질랜드 내 서식지 파괴 문제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 제공=정희정) 지난 10월2일, 뉴질랜드 황아누이 시 사전트 갤러리에서 열린 마오리족의 전통 직조 ‘투쿠투쿠’ 체험 행사 뒤 참가자들이 함께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제공=정희정)


164새만금신공항취소하라


165새만금신공항취소하라


166the end of the road(to)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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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 오동필


178 REFLECTION _ TONYNotes from the Back of the MarchⒸTONYExhaustion & Endurance 09/06/2025


179 행진의 뒤편에서 쓴 노트


180Hello, this is 퉁퉁마디. I am currently a Ph.D Candidate studying the environmental and infrastructural effects of US military bases in South Korea. I only became aware of the Saemangeum development project and its history in 2023. When I had arrived back in South Korea this summer to look into the series of displacements which occurred near Gunsan Air Base, I was surprised to find out how far along the Saemangeum Airport Development project had progressed. It only seemed like moments ago when the World Scout Jamboree scandal had made both national and international headlines. Deemed as a failed project by most, I thought that this event alongside the release of the documentary Sura: Love Song that much of the development would be halted for a period of time. That was why I was surprised to find while driving along the seawall and to parts of the old Jamboree that these areas were once again closed off under the name of development. When I heard about the march, it was a completely unexpected event which I only heard about at the last PengPeng Culturefest. As someone that is not a resident of Gunsan, and recognized by the state as a foreigner I only intended to be a silent observer. But I believe that every step we took together closed this gap - if only for the time we were together. Step by step, both with the birds and with outsiders like myself the lines that make up national geographies and military borders are transgressed. New and old lines of solidarity are solidified and celebrated.At the front of the march was the Bar-tailed Godwit, a shorebird capable of flying 13,000 km across multiple countries. It is a migratory bird that must call


181안녕하세요, 퉁퉁마디입니다. 저는 현재 한국 내 미군기지가 환경과 인프라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박사과정 학생입니다. 새만금 개발 프로젝트와 그 역사를 알게 된 건 2023년의 일입니다. 올여름 군산 공군기지 인근에서 발생한 일련의 강제 이주 사례를 조사하기 위해 한국에 돌아왔을 때, 새만금 공항 개발 프로젝트가 얼마나 진행됐는지 보고 놀랐습니다. 세계 스카우트잼버리 스캔들이 국내외 언론 머릿기사를 장식한 게 엊그제 같았는데 말이죠. 대부분이 실패한 프로젝트로 평가하는 이 사건과 다큐멘터리 <수라: A Love Song>의 개봉으로 개발이 한동안 중단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방조제를 따라 운전하며 옛 잼버리 장소 일대를 지나다가 이 지역들이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다시 폐쇄됐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습니다.그러던 중 행진 소식을 들은 건 지난 팽팽 문화제에서였습니다. 완전히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죠. 군산 주민이 아니고 국가로부터 외국인으로 인정받는 저는 조용한 관찰자로만 머물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함께 걸은 모든 발걸음이 그 간극을 좁혔다고 믿습니다. 적어도 함께한 시간만큼은요. 새들과 함께, 그리고 저 같은 외부인과 함께 한 걸음 한 걸음 걸으며 국가 지리와 군사 경계를 이루는 선들을 넘어섰습니다. 새롭고 오래된 연대의 선은 공고해지고 환대받았습니다.행진의 선두에는 13,000km에 달하는거리를 여러 나라를 가로질러 나는 철새, 큰뒷부리도요가 있었습니다. 여러 곳을 고향으로 삼아야 하는 철새죠. 한곳에 머물지 않고 여러 생태계와 자신을 연결하는, 일종의 디아스포라 새입니다. 이 새 역시 국가 지리와 군사 경계를 넘나듭니다. 그런 철새가 된다는 게 어떤 기분일지 궁금했습니다. 매년 수라로 돌아와 갯벌과 다시 연결된 후 날아가는 것 말이죠. 큰뒷부리도요는 어떤 기억을 품고 있을까요? 어떤 지리를 다시 만들어낼까요?


182multiple places its home. It is a sort of diaspora bird in which it does not stay in one place - rather connects itself to multiple ecologies. It too transgresses national geographies and the military borders. I wondered what it must feel like to be such a migratory bird, to return to Sura every year and to connect back to the tidal flats before flying away. What memories does the Bar-tailed Godwit hold? What geographies does it remake?My reflection is titled Notes From the Back of the March because that is mainly where I was for the two hundred sixty kilometers that we had walked. I was given the assignment of being one of the safety team members which meant that I would need to help direct traffic and make sure people would not be in danger of incoming traffic. To be honest I spent most of the march thinking about whether I should let a car pass, or whether I need to run ahead to block incoming traffic. However, I believe that being in the back of the line also gave me a unique view of the march as I could always see the entire group marching together. It was with this perspective that I had jotted down some very brief thoughts throughout the march.The route for the second day of the march started on the interstate highway above where Sura is located. Our trek took us 4 kilometers north where we would stop in front of the Saemangeum Development and Investment Agency. On our way we would cross both the Gunsan Air Base and the special economic zone where chemical factories and other industrial manufacturing


183이 글의 제목을 ‘행진의 뒤편에서 쓴 노트’라고 붙인 이유는 우리가 걸은 260km 동안 제가 주로 있었던 곳이 바로 그곳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안전팀 중 한 명으로 배치돼 교통을 정리하고 사람들이 안전하도록 차량을 통제하는 일을 도와야 했습니다. 솔직히 행진 내내 차를 보내줘야 할지, 아니면 앞으로 달려가 다가오는 차를 막아야 할지 고민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대열의 뒤쪽에 있는 것도 나름의 독특한 시야를 제공했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행진하는 전체 그룹을 항상 볼 수 있었으니까요. 이런 관점에서 행진 내내 아주 짧은 생각들을 메모했습니다.행진 둘째 날 경로는 수라가 위치한 곳의 위쪽 고속도로(새만금 남북도로)에서 시작됐습니다. 우리는 북쪽으로 4km를 걸어 새만금개발청 맞은편에서 멈췄습니다. 가는 길에 군산 공군기지와 화학 공장 및 기타 산업 제조 시설이 배치된 경제특구를 모두 지나갔죠. 한국의 도시 개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공장과 군사기지가 이렇게 가까이 있다는 게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건 새로운 패턴이 아니라 한반도 전역에 반복돼 온 것입니다. 평택 특별법부터 아름다운 관광을 위한 제주 민군 복합항까지, 이런 법적 예외들은 미군기지와 결부된 산업 지리를 만들어냅니다.가까운 거리에서 들리는 F-16 소리를 묘사해 보겠습니다. 먼저 F-16이 머리 위로 날아가는 걸 보게 됩니다. 우리는 기지에서 불과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을 겁니다. 이착륙하는 전투기들을 볼 수 있었으니까요. F-16이 시야에서 사라지면 마치 하늘이 찢어지는 것처럼 온 공기를 휩싸는 굉음을 듣게 됩니다. 이 지연된 소리는 흔히 도플러 효과로 설명되는데, 음원이 수신자에게서 멀어질 때 음파 주파수의 변화를 나타냅니다. F-16이 고속으로 머리 위를 날 때 음파가 압축돼 인간의 귀로는 잘 들리지 않는 고음을 만듭니다. 그러다 멀어지면서 음파가 늘어나 낮은음을 만들죠. 그래서 F-16이 시야에서 사라진 후에야 제트기의 굉음이 주변을 사로잡는 겁니다.


184plants were allocated. While those who are not familiar with South Korea’s urban development may find it curious that factories and military bases are located in such proximity, this is not a new pattern, rather one that has been mirrored throughout the peninsula. From the Special Act on Pyeongtaek, to the Jeju Civilian-Military Complex Port for Beautiful Tourism such legal exceptions create an industrial geography that is tethered to US military bases.Let me try and describe the sound of an f-16 from a close distance. At first you will see the f-16 flying over you. We must have been only a few kilometers from the base as we could see them launching in and landing in the airstrip. US Military Expansion in the 21st Century08/13/202521세기 미군 확장 2025년 8월 13일ⒸTONY


185도플러 효과가 단순히 군국주의의 소리를 설명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군국주의가 따르는 논리가 아닐지 생각합니다. 군국주의를 듣는다는 건 그런 폭력이 종종 스펙터클을 넘어선다는 걸 가르쳐줍니다. 시각적 인식만으로는 제트기와 마주치는 경험을 설명하기에 충분하지 않습니다. 군국주의의 파괴 역시 압축되어 있고, 그 완전한 효과는 초기 사건들이 지나간 이후에야 인식할 수 있습니다. 그런 메아리는 사건 자체보다 더 예리하게 느껴집니다.9월 5일, 300명 넘는 사람들이 행진에 합류했습니다. 200km가 넘는 거리를 걷고 남태령을 넘는 날이었기에 강조되는 날이었습니다. 불과 몇 달 전 전국농민회총연맹이 계엄령을 거부하며 이 고갯길을 통해 트랙터를 몰고 서울에 도착했죠. 남태령 고갯길에서 경찰에 막혔지만 수많은 이름 없는 대중의 연대를 통해 전농은 마침내 경찰을 뚫고 서울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남태령은 해방 투쟁의 장소가 됐고, 이곳에서 행진자 50명이 예술가 요나스 스탈의 <멸종의 동지들>을 들고 남태령을 통과했습니다. 멸종된 종의 그림이 그려진 각각의 나무판에는 여러 언어로 ‘동지’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습니다. 우리가 함께 걷는 이들은 누구일까요?요나스 스탈의 『기후 선전: 멸종과 재생의 이야기』에서 작가는 자본주의의 착취적이고 인종적인 논리에 반하는 생명 이야기, 즉 바이오스토리를 말하는 데 선전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합니다. 멸종한 동지들과 나란히 걸으며 이것이 우리가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유령 같은 이야기가 아닐지 생각합니다. 불과 일주일 전 우리는 한 세기도 더 전 동학 농민군이 가장 피비린내 나는 전투에서 쓰러진 우금티 고갯길을 행진했습니다. 그곳은 비극과 해방 투쟁이 모두 서린 장소입니다. 동학 혁명이 정점에 달했던 동시에 일본군의 한국 점령 구실이 된 순간이기도 하죠. 멸종을 낳는 건 식민주의이고, 그것을 가능케 하는 건


186As the f-16 disappears out of sight, you will hear a roaring sound enveloping the entire air as if the sky is being ripped open. This lagging sound is often described as the doppler effect which is used to describe the change of sound frequency as a sound source moves from the receiver. While the f-16 flies over you at a high speed the sound waves will compress together creating a high pitch that is often unnoticeable to the human ear. Then as it flies away the sound waves will get stretched out creating a lower pitch in the process. That is why it is often when the f-16 is out of sight that the roar of the jet captures its surroundings. I wonder if the doppler effect doesn’t just explain the sound of militarism but is actually the logic in which militarism follows. Listening to militarism teaches us that such violence often goes beyond spectacle. Visual recognition is not enough to describe the experience of encountering a jet. Militarism’s destruction too is compressed and its fullest effects only recognizable after the initial sequence of events. Such echoes are felt more acutely than the event itselfOn September 5th, over three hundred people must have joined the march. It was a day of emphasis for the march because after walking over two hundred kilometers of distance, this was the day that we would cross Namtaeryeong. It was only months ago that the Korean Peasants League had driven their tractors through this pass to arrive at the capital to defy the order of martial law. Blocked by the police at the Namtaeryeong pass it was through the solidarity of the countless and nameless masses that the Korean Peasants League was finally able to go through the police and into the capital. Namtaeryeong


187군국주의입니다. 흔적으로만 남은 동지들을 불러냄으로써 우리의 행진은 조상의 영혼과 자연, 과거의 비인간 영혼 모두에게 사로잡힙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유령 같은 친족 관계를 수행합니다. 제국주의의 희생자로 애도하기보다 더 이상 지구를 걷지 않는 이들을 기리는 것이죠. 법으로부터 배제된 이들이 함께 걷는다는 것—과거, 현재, 미래가—은 무엇을 의미할까요?서울까지 걸어 들어간 후 마침내 광화문에 발을 디뎠습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이날은 특히 힘들었습니다. 아침의 억수 같은 비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무안공항 희생자들의 증언을 목격한 무거움 때문이었을까요. 신발을 벗고 발을 펴봅니다. 발은 Performing Kinship in a Climate Crisis09/05/2025기후 위기 속 동지 판넬 퍼포먼스 2025년 9월 5일ⒸTONY


188became a site of emancipatory struggle and so it was in this location that fifty of the marchers held artist Jonas Staal’s Comrades of Extinction and walked through Namtaeyreong pass. Each wooden board with a drawing of an extinct species had written in various languages the word comrade. Who are they that we walk with?In Jonas Staal’s Climate Propagandas: Stories of Extinction and Regeneration, the artist considers the role that propaganda may play in telling what is deemed biostories or stories of the living that go against the grain of the extractive and racial logics of capitalism. As we walkbeside our extinct comrades I wonder whether these are not ghostly stories that we tell ourselves. It was only a week ago where we marched through Ugeumti pass, where the Donghak peasant army fell in its bloodiest battle over a century ago. It is both a site of tragedy and emancipatory struggle. A site where the Dongak rebellion was perhaps at its peak as well as the moment which became the pretext for the Japanese army to occupy Korea. It is colonialism that breeds extinction and militarism which enables it. By calling on the comrades who remain only as a trace, our march is haunted by both ancestral and non-human spirits of nature’s past. In doing so we perform a ghostly kinship. One which honors those who no longer walk the earth, rather than mourning them as victims of imperialism. What might it mean for those who are discounted from the law to walk together - past, present and future?After walking into Seoul, we finally took our steps into Gwanghwamun. I


189신발 속에 꽉 끼어 있었던 것 같고, 엄지발가락이 양말을 뚫고 나온 게 보입니다. 오늘은 피곤합니다. 이제 걷기가 끝났으니 그냥 누워서 바람과 음악, 배경을 즐기고 싶습니다.오늘은 또한 ‘생명지킴이의 날’이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이 자연 파괴에 반대하고 한반도 전역의 비인간 종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광화문에 모였지만, 솔직히 말하면 행진 끝의 모든 발언을 들을 만큼의 기력이 없습니다. 발을 쉬게 하고 싶고, 신선한 공기를 느끼게 하고 싶고, 지난 며칠간 땀 냄새를 풍기던 옷을 말리고 싶습니다. 이런 탈진의 감정이 제 몸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구 한계를 넘어서며 오는 생태적 탈진이든, 기후 위기 시대의 착취적 노동에서 오는 사회적 탈진이든, 이 땅에서 탈진하지 않은 게 무엇일까요?큰뒷부리도요의 탈진도 궁금합니다. 13,000km를 한 번에 날아간다는 건 틀림없이 지치는 일일 겁니다. 큰뒷부리도요가 긴 여정 동안 신진대사를 낮추고 장기를 축소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수라에 들러 먹이를 먹고 쉰다는 사실은 긴 여정 내내 견뎌야 하는 탈진의 수준을 말해줍니다.프랑수아즈 베르제는 한때 근대 세계의 역사가 탈진의 경제로 말해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더 구체적으로는 누가 그런 탈진으로부터 이익을 얻거나 물려받는가 하는 것이죠. 글로벌 남반구 유색인 여성의 비가시화된 노동이 글로벌 북반구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필요한지 보여주며, 베르제는 탈진이 착취적 거래임을 분명히 합니다. 비인간 종들도 이제 먹이를 찾고, 날아다니고 번식하고,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노동해야 할까요. 그들 역시 지치지 않았을까요?행진은 이제 끝났습니다. 그리고 소송의 첫 재판이 마무리됐습니다. 걸었던 모든 이가 이 소식에 기뻐하고 있습니다. 역사적인 판결일 뿐 아니라 예상치 못한 것이기도 하니까요. 행진을 시작할 때 우리는 법이 큰뒷부리도요를


190don’t know why, but this particular day was a grueling one. Maybe it was because of the downpour of rain at the beginning of the day, or the heaviness of witnessing the victims of the Muan airport speak, but I take my shoes off and stretch my feet. It feels as if they have been crammed into my shoes, and I notice my big toe is sticking out of my sock. I’m tired today. Let me just lay down and enjoy the wind, music, and background now that the walk is over.Today is also the ‘생명지킴이’ day or life protectors day. Many people have gathered inGwanghwamun to oppose the destruction of nature, and to protect the lives of non-human species from all over the peninsula, but to be honest I am too tired to listen to all of the talks at the end of the march. I want to rest my feet, to let it feel fresh air and to dry my clothes which have been smelling like sweat for the past few days. I am reminded that this feeling ofexhaustion does not just apply to my body alone. Whether it is ecological exhaustion that comes from moving past planetary boundaries or the social exhaustion that comes from extractive labor in an age of climate crises, what is not exhausted from this earth?I wonder about the Godwit’s exhaustion as well. It must be exhausting to fly thirteen thousand kilometers in one flight. I heard the Godwit is able to lower their metabolism and shrink their organs during a long journey. Even so, the fact that they will stop over by Sura to eat and rest must speak to the level of exhaustion that they must endure throughout their long journey. Francoise


191구할 수 있냐고 물었고, 결국 큰뒷부리도요가 법을 구했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우리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지만, 수라를 찾는 큰뒷부리도요처럼 우리는 당신에게 돌아올 겁니다. 자양분을 얻고 다시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서 말이죠. 600년의 세월이 흘러가는 걸 지켜본 당신에게. 한 세기 동안 제트기 소리를 듣고, 소중한 마을의 빼앗김을 목격한 당신에게. 해방을 꿈꾸는 이들을 하나로 모으는 토대이자 연결점이 되어준 것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평화를 꿈꾼다는 것. 이것은 그저 단순한 생각이 아니라 함께한 시간을 통해 느끼고 만진 것입니다. 당신도 평화를 찾기를. 당신도 수라와 재회하기를. 당신도 다시 바닷물이 들어오는 걸 느끼기를. From the river to the sea, Palestine will be free.Speaking with Peng Namu09/15/2025팽나무와의 대화 2025년 9월 15일ⒸTONY


192Verges once noted that the history of the modern world could be told by the economy of exhaustion - more specifically who benefits from or inherits such exhaustion. Showing how the invisibilized labor of women of color in the global south is necessary for consumers of the global north, Verges makes clear that exhaustion is an exploitative transaction. I wonder too how much non-human species must labor now to find food, to fly across and populate, to stay alive. Are they not exhausted as well?The march is now over. And the first trial of the lawsuit has been concluded. To say the least everyone who had walked is overjoyed by this news. Not only is it a historic verdict, but an unexpected one. When we began the march we had asked if the law saved the Godwit, and in the end we had concluded that it was the Godwit who had saved the law. Our struggle is not over but we come back to you like the Godwit which visits Sura. We come back to be nourished and to start anew again. You who have witnessed time pass by six hundred years. To hear the sound of the jets for a century, and to witness the dispossession of a dear village. Thank you again for being the foundation and the node which brings together those who dream of liberation. Those who dream of peace. These are not just ideas we bring, but things we feel andtouch through our time together. May you also find peace. May you also reunite with Sura. May you also feel the ocean water come in again. From the river to the sea, Palestine will be free


193Ⓒ이재각


194반딧불이 쪽으로나가는 시 _ 희음


195이상한 곳이었다없는 목의 목소리와인간의 말이 아닌 말들,눈동자 없이 응시하는 빛과피부 없이 내미는 손이 우리를에워싸는 숲이었다한여름의 밤이었는데도우리는 입김을 내뿜었다입김이 잿빛으로 변해갈 때홀연히 뒤따라와 어루만지는빛의 체온이 있었다왔니. 괜찮니. 다치지 않았니.어떻게 살았니.별일 없었니. 우리는 여기 있다. 우리는 여기 살고 있어. 있었어.묻고믿고망설이고자신하며이끌고 이끌리는있고잇는너무 거대한작은 빛들이상해서 미칠 것 같았다 ✽


196차라니 미쳐버릴걸숲을 떠나온 뒤, 무서운 걸 열어봤다그곳에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캄캄한 밤에는 더 없습니다 모르는 건 없는 겁니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건 취급하지 않습니다 이상한 건 없는게 낫습니다 이상한 건 없는 것으로 봅니다 너무 작고 희미한 것 흔들리는 것 깜빡이는 것 숨어있는 것 주의깊은 관찰을 요하는 것 모두 우리의 관심 밖입니다 질문받지 않습니다국토교통부의 조사보고서 속 이야기였다우리가 다녀온 숲그 숲을 없애고 공항을 짓겠다 했다보고서는 이천 페이지나 되었는데줄줄이 저랬다숫자로 말했다우리가 알고 우리가 기억하는 그 모두가셈해지지 않았다나는 열병이 났다침을 삼킬 때마다목이 아팠다목이 있었다


197삐거삐걱문서를 삼키기에 좋은 목일어나자깜빡깜빡흔들리는숲으로 가자흙이 될 문장들은 어서 흙이 되거라.흔들흔들신발을 신을 때전화가 왔다지난밤의동료였다괜찮아요?괜찮아?이상했다어떻게 알고...걱정과 웃음이오고 가고이상하지 않은 걸 사랑하기는 영 틀려버린 몸이 된 것만 같았다


Ⓒ이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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