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판 흔드는 한덕수 변수No.127 2025.5.1 Current Issues$ 5.00뱅크오브호프, 테리토리얼은행 합병으로양과 질 모두 업그레이드김성곤 사단법인 평화 이사장미국 8개 도시 순회 평화통일 강연회
4 www.sisajournal.com 제127호. 2025.05.01CONTENTS14 ‘2002 드라마’ 노리는 국힘, ‘2017 어게인’ 바라는 민주20 최병천의 인사이트 한덕수 대망론, ‘반기문 모델’일까‘노무현+정몽준 모델’일까22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범여권후보지지도 1위…단일화·빅텐트성사가관건24 “홍준표 정부에서 ‘통합의 나라’ 만든다…대선에서 승리하면 이재명도 끌어안겠다”28 안철수 “인수위원장 경험, 나만 있다…이재명, 업무 파악에만 한 달 걸릴 것”32 쓴소리 곧은 소리 ‘군 모병제’ ‘주 4.5일 근무’ ‘전 국민 25만원’…넘치는 포퓰리즘 공약들, 그 돈 어디서 나오나최근 정국의 화두는 ‘한덕수 변수’다. 범보수진영에서는 ‘반(反)이재명 빅텐트’를 띄우면서 ‘한덕수 역할론’을 대선 정국의 핵심 이슈로 끌어올리고 있다. 실제 한 대행 자신도 물밑에서 핵심 측근들과 향후 변수에 따른 시나리오별 전략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행은 ‘임기 단축’ 개헌 카드와 ‘거국 내각’ 카드로 ‘반(反)이재명 빅텐트’를 완성해 이재명 대세론에 맞서겠다는 구상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덕수 변수’의 시나리오와 대차대조표를 그려봤다.한덕수, ‘임기 단축’ ‘거국내각’ 카드로‘反明’ 집결 노린다대망론 성패는 ‘트럼프’ ‘단일화’ ‘개헌론’ 세 변수에 달려‘트럼프와 통화’로 자신감 얻어…대권 결심 결정적 계기18 커버스토리56 “의료 정상화 외쳐야 할 사람은 의사들 아닌 국민이다”52 특집근거 취약한 尹 정부의‘2000명 아집’,결국 대참사 불러
6 www.sisajournal.com 제127호. 2025.05.01CONTENTS제127호표지 디자인 정경욱표지 사진 시사저널 임준선·EPA연합미주 기사8 재미동포, 한반도 평화통일의 핵심 역할 기대10 뱅크오브호프, 테리토리얼은행 합병으로 양과 질 모두 업그레이드포토뉴스12 마지막까지 ‘평화’ 주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정치34 기본사회 뒤로 빼고 감세에 원전도 유지…이재명, 중원 공략38 안보엔 정파 없어…간첩죄 대상을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하는 데 국회도 동참해야사회40 이상돈 “대법, 대선 전 ‘이재명 선고’ 현실적으로 어려워”44 TV조선, 영업이익 1위…한국경제, 조선·중앙과 신문사 매출 ‘톱3’로46 이동수의 세대 진단 공채가 사라진 시대, 청년들의 눈물 닦아주려면…48 정락인의 사건 속으로 일가족 몰살한 비열한 가장,진짜 범행 동기는 따로 있었나Life&Health58 하찮게 봤다간 큰일…‘충수염’, 골든타임 넘기면 생명에 큰 위험61 신현영의 건강 주치의 운동과 담쌓은 남성, 근육 치고 후회한다연재만화62 홍승우의 라떼부장경제66 미·중 관세전쟁에 품목관세까지…K반도체 어쩌나70 고위험 종목과 레버리지에 ‘몰빵’…사실상 도박 빠진 서학개미들72 김상철의 경제 톺아보기 집값에 대출 규제에 전세가 줄고 있다74 한화 김동관·HD현대 정기선·신세계 정용진, 총수 자리 오르나76 인사이드아웃 AI 만점 받는 AI, 과연 만능일까78 전 세계가 ‘한국’을 먹고 마시고 즐긴다…‘K신드롬’ 가속화하는 기업들국제80 물가·관세·구조조정·反이민 향한 분노…美전역에 퍼지는 ‘反트럼프’ 구호82 ‘엑스포 효과 30조원’ 기대하는 日, 흥행 부진 속 트럼프 방문에 기대감Enter Culture84 Interview 기안84 “세상에 하나뿐인 민박, ‘기안적 낭만’ 느끼러 오세요”86 Movie 《야당》, 대한민국 마약 범죄판을 설계하는 사람들88 Classic 라벨을 연주한 조성진…시대를 초월한 두 귀공자의 만남90 Book “그들의 이분법은 유교적 습속이다”미주 특집 칼럼96 표현의 자유와의 전쟁, 프로젝트 2025 7 한강로에서 매너와 유머는 힘이 세다92 Advertorial 척추관 협착증, 고령 환자를 위한 수술법은 따로 있다?94 Advertorial 고창의 맛에 흠뻑 빠지다98 시론 최선의 인간들은 신념을 잃었고…정기 구독·배달 사고 문의전화 213-794-0501 정기구독료 1년 $90(배송비 포함)발행처 LA Woori Broadcasting, Inc.690 Wilshire Place #303, Los Angeles, CA 90005발행인 김홍수 본부장 데이빗김 편집장 김재현인쇄처 ㈜프린피아한국 발행인 전육 편집인 겸 뉴스룸 본부장 전영기 뉴스룸 부본부장 송길호정치국제팀 팀장 김종일박나영 박성의 이원석 변문우 강윤서 한동희(PD) 조현진(PD) 양선영(디자이너)신현의(객원) 김민지(객원) 경제문화팀 팀장 이민우송응철 조유빈 허인회 조문희 오유진 정윤성 김은정(객원) 이주희(객원)사회탐사팀 팀장 감명국이혜영 공성윤 김현지 이태준 정윤경 박선우(객원) 문경아(객원) 경제전문기자 이석 의학전문기자 노진섭 편집위원 김재태 교열 은희청인턴기자 동경민 백진우 이강산 디자인 JR디자인 정경욱(대표) 노형수(실장) 김현주 백윤희사진 이오이미지 우태윤(대표) 이종현 임준선 박은숙 최준필 박정훈광고팀 팀장 장순호정성진 백승호 박광호 문정호 최수형 전략사업담당 강일구 마케팅전략팀 팀장 김정열양창열 김세미 전혜인 T·M팀 나영순제작팀장 이수행 제작진행 정수호 법률자문 최승진 변호사(법무법인 시공)전국취재본부경기본부 김도헌 인천본부 구자익 영남본부 박상곤 호남본부 정성환 제주본부 김종홍 충청본부 한남교 제주본부 박태진 064-799-3104본지에 게재된 모든 기사의 판권은 본사가 보유하며, 발행인의 사전허가 없이는 기사와 사진의 무단 전재·복사를 금합니다. 본지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신문윤리강령 및 주간신문윤리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
www.sisajournal.com 7한강로에서매너와유머는힘이 세다지난 4월8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21대 대통령선거 출마 선언을 하는 자리에서 내보인 손가락 하나가 특별하게 눈길을 끌었다. 왼손 검지에 적힌 글씨가 화근이었다. 첫 세글자는 누군가의 이름이었는데, 거기에 어떤 주술적 의미가 담겨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일부에서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결국 이는 안 후보 측이 ‘그날 자로 임명된 대변인 이름을 잊지 않기 위해 적어놓은 것’이라는 해명을 적극적으로 내놓으면서 해프닝으로 일단락됐지만, ‘자라 보고 놀랐다가 솥뚜껑 보고 놀란’ 이 사건은 이번 대선에서주목할 만한 또 하나의 이야깃거리로 남게 되었다.이 손가락 글자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한순간 놀라움을 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바로 지난 대선 토론회 중에 윤석열 당시 후보가 손바닥에 쓰고 나온 ‘왕(王)’자의 추억, 그 기시감이다. 이 사건부터 시작해 윤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내내 무속과 관련해많은 의혹과 논란에 휩싸였는데, 정작 그보다 중요하게 문제가 될 광경은 따로 있었다.윤 후보가 유세를 위해 기차로 이동하면서 자신이 앉아있던 자리 맞은편 좌석에 구둣발을 태연하게 올려놓은 모습이 그것이다.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가 되겠다고 나선 사람이 예의범절이나 공감능력과는 거리 먼 행동을 그처럼 아무렇지 않게 했다는 사실이,나중에 드러난 국민 무시와 같은 무례 혹은 무도함의 징후 중 하나였음을 우리는 시간이 지나면서 씁쓸하게 확인한 바 있다.영화 《킹스맨》 시리즈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Manners maketh man)’가 말해주듯 매너는 한 사람의 인간적 됨됨이를 드러내는 중요한 지표 가운데 하나다. 그것은 어느 순간 잘 꾸며서 만들어낼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무의식적으로표출되는 경우가 더 많다. 습관처럼 몸에 배지 않으면 제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언젠가는 티가 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는 매너를 통해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어느 정도 알아챌 수 있다. 이번 대선에서 이런 매너가 잘 갖춰진 인물이 국민의 선택을받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큰 것도 그 때문일 터다.매너 못지않게 한 인물의 심성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언행 가운데 하나는 ‘유머’다. 매너나 유머 모두 마음의 여유와 관련된 태도라 할 수 있는데, 여유가 없으면 유머가 자연스럽게 나올 수 없다. 즉 마음자리가 크고 넓지 않으면 담겨질 수 없는 것이 유머다. 다알다시피 유머는 난관에 부딪히거나, 어려운 질문을 맞닥뜨렸을 때 더욱 크게 빛을 발한다. 지금도 많은 이에게 회자되는 링컨이나 처칠의 유머가 그 대표적 사례라 할 만하다. 그처럼 여유로움이나 오랜 훈련을 통해 체화된 유머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후보를이번 대선에서는 꼭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자기가 속한 곳에서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에게도 잠재적으로 위험한 존재로서,스스로를 터무니없이 대단한 존재라고 여기는 반면, 개인적인 통찰력은 부족하기 때문에 결국은 타인과 마찰을 일으키는 사람’. 심리학자 폴 바비악 등이 펴낸 《당신 옆에 사이코패스가 있다》라는 책에 기술된 사이코패스의 정의다. 아마도 이를 보면 얼마 전까지 국가의 높은 자리에 앉아 많은 사람을 힘들게 했던 누군가가 금방 떠오를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제발 이런 사람이 스스로의 됨됨이를 제대로 모르거나 숨긴 채 과분한욕망을 품고 나서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매너, 유머와 같은 태도의 참다움에 대한 판별의 정확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간이다.김재태 편집위원
8 www.sisajournal.com미국 LA=김재현(시사저널 미주판 편집국장)2023년 6월 재외동포청 설립으로 사라진 재외동포재단의 마지막 이사장을 지낸 김성곤 사단법인 평화 이사장이 김대중재단 미주본부 초청으로 4월11일부터28일까지 LA를 시작으로 OC와 샌프란시스코, 애틀랜타, 올랜도, 시카고, 뉴욕,워싱턴DC 등 미국 8개 도시를 순회하며평화통일 강연회를 열었다. ‘분단 80년, 한반도 평화통일과 재미동포의 역할’이란 제목으로 김 이사장은 트럼프 대통령 시대의 재미동포들이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 해야 할 역할, 특히공공외교, 남북경협, 차세대 통일교육 등에 관해 강연했다. 김 이사장은 올해 한반도 분단 80주년을 맞아 재미동포 사회에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한 깊은 관심과지지를 호소하며, 재미동포들에게 중요한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최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남과 북을“적대적인 두 국가”로 규정하고 통일 논의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남북 관계는 더욱 경색된 상황이다. 이에 김 이사장은 미국이 한반도 문제 해결의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며 김 위원장과 친분을 과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그렇기에 한반도 평화에기여할 수 있는 재미동포의 역할을 더욱강조했다.다음은 4월11일과 12일 김 이사장이LA우리방송에 출연해 인터뷰한 내용과이번 강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김 이사장은 현재 한국 사회의 심각한진보·보수 갈등, 즉 남남 갈등의 뿌리에는 남북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고 진단하며, 남북 분단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남남 갈등 또한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따라서 남북 화해와 더불어 남한 사회 내부의 화합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며,소셜미디어 같은 소통 수단이 오히려 분열을 조장하는 역기능을 하는 상황에서언론과 동포 사회가 화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남남 갈등의 뿌리는 남북 갈등이다우선 김 이사장은 남북 및 남남 갈등의원인을 이렇게 분석했다. “과거 임시정부내 좌우 갈등과 해방 후 좌우 통합 시도실패 등 내재적 원인과 일본 식민 지배와미·소의 분할 점령 등 외재적 원인이 있다. 여기에 이념 대립과 증오심, 권력욕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남북이 분단되었고, 결국 수많은 사상자와 이산가족이발생한 6·25 전쟁으로 이어져 남과 북의 적대감이 심화했다. 1990년대 들어서야 냉전 완화와 남북 교류 시도가 있었다.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등 남북 화해와 교류 노력이 있었지만, 남과 북, 그리고 북·미 간 상호 불신의 골이 깊어 진전이 미흡했다. 특히 북한 핵 개발 문제가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결국 북핵 문제해결을 위해서 북한의 안보 불안 해소가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당연한 얘기 같지만, 김 이사장은 남북 관계 개선이 절실히 필요하고, 그 기대 효과는 엄청날 것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남북 및 북·미 관계 악화로인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국방비 부담이 증가하는 등 분단 비용이 커지고있음을 지적하며, 남북 관계 개선과 북·재미동포, 한반도평화통일의 핵심 역할 기대김성곤 이사장 미국 8개 도시 순회 평화통일 강연회미주기사지난 4월12일 LA에서 강연하는 김성곤 이사장 © 김대중재단 LA지부
www.sisajournal.com 9미 관계 개선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반도 평화가 정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또한, 남북 경협이 침체한 한국 경제의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하며,개성공단 사례를 통해 북한의 값싼 노동력과 토지, 그리고 남한의 자본과 기술이 결합할 경우 한국 경제가 크게 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재미동포의 역할이 중요하다김 이사장은 남한과 북한에 사는 동포들은 분단에 갇혀 있기 때문에 객관적이기어렵다며, 이보다 한반도 문제에 객관적인 시각으로 남북 화해를 위한 건설적인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재외동포의 역할을 강조했다. 특히, 남북 상호 존중과 평화적 통일을 추구하는 데 미국 정부와 의회의 지지가 필요하므로 미국 정치권에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재미동포들이미국 정부와 의회, 언론을 상대로 한반도평화의 중요성을 알리고 지지를 얻어내는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남북한의 장점을 살려 공동 번영을 추구해야 한다. 이벤트성이 아닌 점진적인교류와 꾸준한 협력을 통해 신뢰가 쌓이다 보면 한반도 평화통일이 이루어질 것이다. 물론 서로 신뢰가 쌓이려면 험한말을 삼가고 좋은 말을 사용하며 화합의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전 세계 8500만 코리안이 형제 의식을 갖고 서로 협력하고 격려하며 평화로운 관계를 만들어나간다면 결국 이는 동북아시아를 넘어세계 평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김 이사장은 진보와 보수, 동과 서, 남과 북이 화합하는 One Korea 운동을제안했다. “재미동포들이 미국 내 평화통일 여론을 조성하고 지지 세력을 확보하면 자연스럽게 남북, 북·미 간 이해가증진될 것이다. 이를 위한 실천 운동이One Korea 운동이다. 통일 후의 한반도는 어떻게 될 것인가? 자유와 평등, 물질과 정신, 동서양 문명이 조화를 이루는세상,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정신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문명이 창조될 것이다.”그는 ‘코리안’이라는 명칭이 ‘매우 아름다운 사람들’을 의미한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전 세계 코리안이 홍익인간의 정신으로 아름다운 마음을 갖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역설했다.김 이사장의 재외동포에 대한 시각은좀 남다르다. 김 이사장 자신이 미국에서오랜 기간 유학 생활을 하며 재외동포로살았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그는 친형인로보트 김 사건 이후 재외동포란 무엇인가 많은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김이사장은 재외동포를 단순히 외국에서사는 한국인으로 보지 않는 것 같다.코리안의 정체성과 역할“제가 미국에서 재외동포로 10년 살았어요. 필라델피아와 뉴욕에서 학생 신분으로 살았죠. 시민권자인 큰형님이 우리 정부에 군사 정보를 넘겼다가 간첩 혐의를받았어요. 해외에 사는 동포, 다른 나라국적을 가진 우리 동포의 정체성, 어떻게살아야 하나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재외동포재단 시절 김 이사장은 “재외동포들은 우선 거주국에 뿌리를 내리고성공한 거주국 국민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고 나서 모국을 어떻게 이롭게할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했다. 이런 정신은 “훌륭한 미국인이 돼라.그러나 한국인의 정신을 잊어서는 안 된다”라고 독립운동을 위해 미국 땅을 떠나며 자녀들에게 당부한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말씀과 통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김 이사장은 투표 참여를 강조한다.거주국의 국민이 되어 참정권을 확보하고 꼭 투표하라고 당부하고, 재외선거에참여할 수 있는 재외동포는 꼭 재외선거투표를 하라고 강조한다. 이것은 민주주의 사회에 사는 시민으로서 재외동포가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이번 재외선거 참여의 중요성도 잊지 않았다. 그는 기회가 있을때마다 동포들에게 4월24일까지 재외선거 유권자 등록을 마치고, 5월20일부터25일까지 진행되는 재외선거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김성곤 이사장은 경기고와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템플대에서 철학(종교학) 석사와 박사를 취득했다. 아시아종교인평화회의 사무총장을 역임하는등 종교 연구 분야에서 활동하다 정계에입문해 고향 여수에서 제15·17·18·19대국회의원을 지냈다. 이후 국회 사무총장과 재외동포재단 이사장도 역임했다. 부친 김상영 전 의원은 8대와 9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형 로버트 김은 미 해군정보국분석관으로 1996년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 당시 미군의 정보를 한국 정부에 유출한 혐의로 9년형을 선고받았다.지난 4월11일 LA우리방송을 방문해 김재현 시사저널 미주판 편집국장과 인사를 나누는 김성곤 이사장(왼쪽)ⓒ LA우리방송제공
10 www.sisajournal.com미국 LA=김재현(시사저널 미주판 편집국장)지난 4월2일, 뱅크오브호프(Bank of Hope)의 지주사 호프뱅콥(Hope Bancorp)은 하와이 테리토리얼은행(Territorial Savings Bank)의 지주사 테리토리얼뱅콥(Territorial Bancorp)과의합병이 공식적으로 마무리되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합병 계약 발표 후 1년만이다. 몇 차례 인수합병을 통해 미국 내 한인은행 가운데 독보적인 선두를 달려온 뱅크오브호프는 2023년 10월 지역 중심제에서 사업 중심제로 변경하는 전략적 조직 개편안을 내놓으며 확장 지향의 사업모델에 변화를 주었다. 그러고 나온 것이이번 합병 건이었다. “또 인수합병이야”라는 말이 나올 만도 한데, 과거 한인 은행들과 달리 테리토리얼은행은 뱅크오브호프와 시장도 다르고, 주력 상품도 달라결국 뱅크오브호프의 양적 성장과 질적성장을 모두 가져다주었다는 평가다. 지난해 4월29일 호프뱅콥과 테리토리얼뱅콥은 테리토리얼뱅콥 보통주 1주를 호프뱅콥 보통주 0.8048주로 교환하는 내용의 합병 계약을 체결했다. 2023년 말 기준 뱅크오브호프와 테리토리얼은행의 총자산은 각각 170억 달러, 22억 달러였다.지난해 가을 호프뱅콥(주당 8.82달러)보다 유리한 제안(주당 12.5달러의 현금인수)을 내놓은 투자자(블루힐 어드바이저 그룹)가 나타나 주주총회가 연기되기도 했지만, 테리토리얼뱅콥 이사회는 이제안을 거절하고 호프뱅콥과의 합병을주주들에게 권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투자자의 자금력도 의문이었지만, 이사회는 은행의 미래와 장기적인 주주 가치 상승을 뱅크오브호프에서 보았다고 한다. 테리토리얼은행의 선택도 다르지 않았다테리토리얼은행의 새로운 이름은‘Territorial Savings, a division of Bank of Hope’이다. 브랜드와 조직, 지역사회중심의 운영 등을 그대로 유지한다. 하와이 제도 전역에 29개 지점을 보유한 이은행은 모기지와 지역 기반의 안정된 예금을 확보하고 있다. 그만큼 지역사회와밀착되어 있어 브랜드와 지역문화, 그리고 100년 전통의 유산을 유지하는 것이현명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이번 합병의 첫 번째 효과는 외형 성장이다. 합병으로 뱅크오브호프는 총자산192억 달러와 75개 지점을 보유한 미국본토와 하와이를 아우르는 최대 규모의지역은행이 되었다. 특히 뱅크오브호프는 한인과 아시아계는 물론 하와이의 아시아계·태평양계 커뮤니티까지 아우르는다문화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어쩌면 이번 합병으로 다문화를 품음으로써 뱅크오브호프는 그동안 성장으로도 벗어나지 못했던 태생적 한계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계기를 마련했는지 모른다. 이번 합병의 실질적인 효과는 재무적·사업적 시너지가 가져올 질적 성장이다.우선 안정적인 저비용 예금 기반과 우량모기지 대출 자산을 확보했다. 테리토리얼은행의 지역 밀착형 예금 기반은 뱅크오브호프의 자금 조달 구조를 더욱 안정적으로 만들어 자금 조달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모기지 중심인 테리토리얼은행의 우량 자산이 대출 포트폴리오에 추가되어 상업대출 중심의 뱅크오브호프는 자산의 질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합병 후 늘어난 자산 규모라면하와이의 우량 모기지 상품 규모를 크게늘릴 수 있다. 또한 테리토리얼은행의 기존 고객에게 뱅크오브호프의 기술력과상품 라인업이 전달되면 서비스 품질과효율성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 앞으로 뱅크오브호프가 어떻게 다문화를 수용하고, 조직문화를 성공적으로통합하는지가 과제로 남았다. 합병의 기대 효과가 분명한 만큼 고객·직원·지역사회 모두가 체감하는 실질적 시너지가나타나야 할 것이다.뱅크오브호프,테리토리얼은행 합병으로양과 질 모두 업그레이드하와이 전통에 따라 진행된 Blessing event에 앞서 자리를 함께한 피터 고 전무, 케빈 김 행장, Kahu Shon Kihewa, Brian Hawley 리테일 담당 전무, 마크 김 모기지 담당 전무(왼쪽부터) © 뱅크오브호프미주기사
포토뉴스마지막까지 ‘평화’ 주문한프란치스코 교황12 www.sisajournal.com
www.sisajournal.com 13가톨릭의 제266대 프란치스코 교황이 부활절 이튿날인 4월21일 88세로 선종했다. 교황은 마지막 순간까지 “평화는 가능하다”는 희망의메시지를 반복했다. 4월23일(현지시간)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 안치된 교황 프란치스코에게 조의를 표하고 있다(큰 사진). 바티칸은 성 베드로 대성당을 일반에 개방해 각국주요 인사와 신자들의 조문을 받았다. 작은 사진은 이날 오전부터 3일간 진행될 조문을 위해 모여든 행렬. 관 앞을 지나는 조문객들은 짧은기도를 올리며 교황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글 정윤경 기자│사진 AFP 연합
이원석 기자 [email protected]“양당 모두 경선이 아니라 학예회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보다도 긴장감이덜하다.” 제21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조기 대선을 앞두고 한창 진행 중인 거대양당의 경선 상황에 대해 정치권에선 이 같은 조소가 나오고 있다. 정당의 최대 이벤트인 거대 양당의 대선 경선이 국민적 관심에서 벗어나 스스로 흥행실패의 길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국민의힘은 자당 소속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인한 책임을 외면한채 경선을 흡사 ‘예능’으로 만들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윤석열 정부의 실패에 대한 반성 없이 MBTI와 밸런스 게임을 주고받았다. 거기에 당 안팎에서는 또다시 ‘용병론’이 고개를 쳐들면서 경선 이슈를 바깥으로 밀어내고있다. 상황은 정반대지만, 흥행에서 멀어진 건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다.권역별 경선에서 이재명 대표가 90%에 가까운 누적 득표율로 압도적 독주를이어가면서 긴장감이 사라진 지 오래다. 경쟁을 허용하지 않는 당내 분위기가 자초한 결과라는 비판이 나온다.정치는 결국 긴장과 흥행이 8할인 드라마와 비슷하다. 양당 모두 본선에서의흥행을 기대하고 있으나 예고편에서 실망한 유권자들이 본편에 관심을 가져줄지 미지수다. 양당 모두 자충수에서 벗어나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까.반성 없는 국힘 경선, 감동 없는 민주 경선1차 경선에서 일부 주자가 노골적인 탄핵 반대 발언은 물론 색깔론까지 내놓으면서 ‘거꾸로 가고 있다’는 비판을 받은 국민의힘은 2차 경선에 ‘찬탄’(탄핵찬성) 2명(한동훈·안철수 후보), ‘반탄’(탄핵 반대) 2명(김문수·홍준표 후보)이 진출하면서 긴장도가 살짝 높아졌다. 2차 경선이 찬탄 대 반탄 구도로 더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에서다. 특히 안 후보의 4강 진입이 의외라는 평가가 나왔다. 당초 정치권에선 안 후보보다는 나경원 후보가 4인에 포함될 거라고 보는시각이 많았다. ‘반탄’ 입장인 나 후보가강성 지지층 일부를 흡수할 수 있다는분석 때문이었다.1차 때 일반국민 100% 여론조사 룰로 경선이 치러진 점, 반탄 2강(김문수·홍준표)으로의 결집 등이 예상을 깬 1차경선 결과의 주원인으로 지목됐고, 안후보가 1차 경선에서 찬탄 대 반탄 구도를 부각한 게 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탄핵 정국 내내 공개적으로 탄핵 찬성입장을 고수해 왔던 안 후보는 1차 경선막판에 김문수·나경원·홍준표 등 반탄주자들을 향해 “전광훈당으로 가시라”고거세게 몰아세운 바 있다.결과적으로 국민의힘 2차 경선은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높아지게 됐고, 당 내부에선 이런 상황을 잘 활용하면 경선의‘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직후 지지율이상승하는 현상)를 확 끌어올릴 수 있다는 기대도 내놓고 있다. 시사저널 취재를종합하면, 당내 지도부를 포함해 다수는찬탄 대 반탄 구도가 흥행 측면에서 나‘2002 드라마’노리는국힘,‘2017 어게인’바라는민주사라진 컨벤션 효과…‘한덕수 변수’와 ‘어대명’에 김 빠진 양당 경선국힘, 反이재명 빅텐트→범보수 단일화로 드라마? ‘尹의 재등장’은 딜레마민주당, 대법원의 이재명 선거법 속도전이 李의 사법 리스크 ‘마지막 고비’커버스토리14 www.sisaajournal.com
www.sisajournal.com 15짜 요인은 따로 있다. 몇 주째 당 안팎에서 계속되고 있는 ‘한덕수 대망론’이다. 한덕수 권한대행이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대망론이 계속되면서 당내 경선의 무게감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은 계속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꾸준히 한 대행의 이름이 거론된다. 특히 최근 한대행 출마 촉구 연판장에 국민의힘 현역 의원 50여 명이 서명한 것으로 전해진 데 이어 1차 경선 직후엔 수상한 ‘세(勢)의 이동’이 포착돼 주목된다. 한 대행 출마를 염두에 둔 친윤(親윤석열)계의 결집 움직임이다.탄핵 정국에서 반탄 선봉에 서면서 신(新)친윤으로 자리매김한 윤상현 의원은 김문수 캠프에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전격 합류했다. 그는 김 후보를 돕기로 결심한 이유에 대해 “‘반(反)이재명 연대’에 김 후보가 가장 적극적으로쁠 게 없고, 안 후보의 약진과 같은 ‘언더독 효과’도 오히려 이목을 끌 수 있다는계산을 하고 있다. 물론 주자들의 수싸움이 더욱 복잡해진 측면은 있다. 특히안 후보 입장에선 찬탄 입장의 표를 더가져오는 게 가장 유효한 전략이라고 판단하고 한 후보를 집중 공격할 가능성도있다. 그렇게 되면 찬탄 대 반탄이란 구도가 약화될 수 있는 건 딜레마다.그런데 여러 기대감을 상쇄시키는 진4월23일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2차 경선 토론회 미디어데이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안철수, 한동훈, 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왼쪽부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맨 위 사진). 4월19일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김경수, 김동연 대선 경선 후보(왼쪽부터)가 충북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충청권 합동연설회에서 무대에 올라 인사를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시사저널 박은숙
16 www.sisajournal.com커버스토리입장을 표명했고, 이기기 위해선 뭐든 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를 이뤘다”고설명했다. 정치권에선 결국 한 대행 출마에 힘을 싣는 움직임으로 해석하고있다. 김 후보는 일찌감치 반이재명 연대를 강조하며 한 대행과의 단일화 등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국힘 경선 끝 아니다…“反이재명 단일화가 최종 경선”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당시 후보의 수행실장을 맡으며 ‘윤석열의 호위무사’로 불린 이용 전 의원이 김 후보 수행단장으로 합류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풀이된다. 당내 일각에선 ‘윤심(尹心)’이 곧 ‘한심(韓心)’이란 이야기까지 나온다. 여기서 윤심은 친윤계의 의중, 한심은 한 대행의 의중이다. 한 대행이 출마 의지를 거의 굳혔다는 관측이다.이러한 흐름은 경선 주자들의 입장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대행의출마를 강하게 비판해 왔던 홍준표·한동훈 후보도 입장 변화를 보였다. 한대행과의 단일화 등 연대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당내 일각에선 “경선에 안나온 용병에게 경선 주자들이 쩔쩔매고있는 형국이다. 용병을 데려왔다가 실패했는데 또 당 밖의 용병만 바라보고 있다는 건 비극”(국민의힘 출신 전직 의원)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다만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주류는당 경선 이후 이뤄질 반이재명 연대의 과정이 일종의 ‘최종 경선’처럼 인식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 경선 후보와한 대행은 물론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 등 범보수진영과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 등 범진보진영까지도 단일화 과정에 참여하면 경선 이상의 빅이벤트가 마련되는 것으로 그 컨벤션 효과를 노린다는 계획이다. 2002년 극적인 단일화로 반전의 드라마를 쓴 노무현정몽준 사례를 재현한다는 그림이다.민주당 경선은 ‘어대명’(어차피 대선후보는 이재명)에 이어 ‘구대명’(90% 이상 득표율로 대선후보는 이재명)이라는 말까지 등장할 정도로 일방적인 승부로 흘러가고 있다. 사실상 결과가 예견된 경쟁으로 대중적인 관심과 긴장도도 높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단순히 압도적인 지지가 문제가 아니라 이러한 경선 분위기에 당내 주류의인위적인 조정과 일방적인 분위기가 작용했다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이번 경선을 앞두고 경선 룰이 변경된 것은 사실상 이변 없이 이재명 후보를 당의 대선후보로 결정하겠다는 친명계 주류의 확고한 의도로 풀이됐다. 기존에 민주당 내에서 오랫동안 이어졌던 ‘완전국민경선’ 방식은 원하는 유권자모두가 참여해 1인 1표씩 행사할 수 있는 방식인 반면, 변경된 룰인 ‘국민참여경선’은 일반 유권자 대상 여론조사를50% 반영하는 데 그친다. 당내 일부와조국혁신당 등에서 주장한 범진보진영통합 오픈프라이머리 제안도 일축됐다.‘구대명’을 만들기 위해 시작부터 김이 빠진 것이다.김경수·김동연 두 경쟁자의 ‘착한 2등전략’도 흥행 실패의 원인으로 작동하고있다. 두 후보는 몇몇 쟁점에 대해선 이후보와 각을 세우더라도 대체적으로 강한 견제나 검증을 하지 않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토론회의 분위기도 화기애애하다. 이번 대선 이후를 생각해야 하는 두 후보자 입장에선 권력의 냉정한현실을 외면하기 어렵다는 이해도 있으나 결국 근본적으로는 경쟁을 허용하지않으려는 당내 주류가 자초한 ‘일극주의’의 부작용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물론 민주당 내 주류의 시각은 다르다. 흥행 여부가 본선 승패엔 큰 영향을미치지 않을 거라고 보는 것이다. 취재에따르면, 당 지도부 등 주류는 오히려 경선에서 본선 경쟁력을 해치는 이슈가 발생하는 것보다는 ‘무풍지대’ 전략이 더유효하다고 보고 있다. 이재명 후보가 개인 전략에서도 되도록 일정을 줄이고 ‘조4월19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사저 부근 식당에서 ‘윤어게인 신당’ 창당에 나섰던 배의철 변호사(맨 오른쪽), 김계리 변호사와 함께 식사해 눈길을 끌었다. © 김계리 변호사 SNS캡쳐
www.sisajournal.com 17분명하게 긋고 있기 때문이다.민주당 입장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속 모습을 드러내는 것도 나쁠게 없다는 판단도 있다. 김계리·배의철 등 ‘윤석열 신당’ 소동을 일으켰던 변호인들과 식사 후 사진을 올리는 등 이른바 ‘윤심’(윤 전 대통령 의중)이 작동할수록 여론은 민주당에 유리하게 흐를 것이라는 계산이다. ‘내란 우두머리’혐의 형사재판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사건, 점점 확대되고 있는 ‘건진법사’ 관련 의혹 등 불어나는 윤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도 민주당으로선 큰호재다.다만 최근 불씨가 살아난 이재명 후보의 사법 리스크 문제가 ‘마지막 고비’로다시 떠올랐다는 불안감이 민주당 내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1심에서 징역형, 2심에서 무죄가 나온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이 조희대 대법원장의 결정으로상고심에서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는데, 심리 속도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전원합의체에선 대법원장과 대법관 11명 등 총 12명이 사건을 심리하는 만큼 시간이 오히려 더 걸릴 것이란 전망이 민주당 내에도 많지만, 대법원이 심리 개시이틀 만에 후속 검토를 이어가는 등 이례적 속도전을 벌이면서 6월3일 대선 전상고심 판단이 나올 수 있다는 혹시 모를 불안감이 표출되고 있다.법조계와 정치권에선 아무리 대법원이 빠르게 선고를 하더라도 2심 무죄상황에서 피선거권 박탈형에 해당하는 수준의 유죄가 확정될 가능성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대법원이 스스로 파기 후 형까지 정하는 파기자판이 나올수 있다는 일각의 이야기도 있지만, 주로 2심 유죄 상황에서, 그것도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파기자판은 이 후보 사건에선 나오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피선거권 박탈 가능성 등에선 자유로운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파기환송이 나올 경우 여론엔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은 다시금 떠오른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용한 경선’ 행보를 보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12·3 비상계엄과 탄핵의 프레임이 여전히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고, 여론의 지형도 이 후보에게 매우 유리한 흐름으로 가고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후보 측에선 2017년 대선 때보다도 더 강력한 탄핵 프레임, 더 압도적인 여론이 형성돼 있다고 보고 있다.‘이재명 대 反이재명’ 구도 여부가 핵심 변수여기에 구도 또한 ‘어게인 2017’이 될 수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국민의힘에선2017년 대선 패배의 원인을 당시 홍준표·유승민·안철수 후보가 표를 나눠 가졌기 때문이라고 보면서 반이재명 연대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민주당에선 연대가 이뤄지지 못한다면2017년 때와 같은 다자 구도 속에서 더욱 압도적인 승부가 될 수 있을 거라고보고 있다. 민주당에선 국민의힘의 당권을 여전히 계엄을 옹호하는 반탄파가 잡고 있다는 점에서 반이재명 연대 혹은단일화는 불가능할 거라고 본다. 개혁신당의 이준석 후보 등이 이에 대해 선을© 시사저널박은숙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김경수, 김동연 대선 경선 후보(왼쪽부터)가 4월19일 충북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충청권 합동연설회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커버스토리한덕수,‘임기 단축’ ‘거국내각’ 카드로‘反明’ 집결 노린다대망론 성패는 ‘트럼프’ ‘단일화’ ‘개헌론’ 세 변수에 달려 ‘트럼프와 통화’로 자신감 얻어…대권 결심 결정적 계기김종일·변문우 기자 [email protected]최근 한덕수의 메시지는 묘하다. ‘침묵의 역설’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4월24일 국회 본회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시정연설에서도, 그 이후 대선출마 여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도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저 “고생 많으셨다”는 한마디를 남기고 자리를 떴다. 한 대행의 이날 시정연설 메시지도 묘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는데, 시정연설의 메시지는 지금이 트럼프발(發) 통상전쟁의 위기에서 벗어날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읽히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 통상전쟁에서 벗어나게 할 주인공이 바로 자신이라고 내세우고 있다고 읽히기에도 충분했다. 한 대행의 시정연설은 자신이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고, 중도층에 소구력 있는 키워드인 ‘경제’‘민생’ ‘AI(인공지능)’ ‘미래’ 같은 메시지로 채워졌다.한미 ‘2+2 통상 협의’ 성과로 대선 가도 탄력 기대모두가 한 대행의 입을 쳐다보고 있듯 최근 정국의 화두는 ‘한덕수 변수’다.범보수진영에서는 ‘반(反)이재명 빅텐트’를 띄우면서 ‘한덕수 역할론’을 대선정국의 핵심 이슈로 끌어올리고 있다. 실제 한 대행 자신도 물밑에서 핵심 측근들과 향후 변수에 따른 시나리오별 전략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한 대행과 그의 주변 참모그룹이 생각하는 승부수는 ①외교 실적을 쌓고 트럼프의 협상 파트너 이미지 완성(한미 통상협상을 타결시켜 이재명 후보는 할 수 없는 자산 형성) ②단일화 모델(노무현+정몽준 모델 혹은 박원순+안철수 모델로 국민의힘 본선후보와 시너지를 내는 단일화 완성) ③개헌론으로 이재명 포위(개헌을 고리로 보수는 물론 반명 세력 전체를 포섭) 등이다.취재에 따르면, 당초 출마 의사가 없었던 한 대행은 최근 트럼프와 통화가 이뤄질 무렵부터 생각이 바뀌었다고한다. 당시 트럼프가 한 대행에게 ‘대선 출마 의사’를 물어보면서 한 대행도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통상전쟁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경제통’ ‘외교통’으로서 자신의 역할론과 책임에 대해깊은 고심을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한 대행 측은 ‘한덕수 대망론’을 결정지을 최대 변수를 미국과의 협상으로 보고 있다. 4월24일 한미 재무·통상 장관이 참여하는 ‘2+2 통상 협의’ 등에서 성과를 낸다면, 직전 미국과의 협상에서빈손으로 물러난 일본과 대비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렇게 되면 한 대행과 트럼프 간 대화 채널이 다18 www.sisajournal.com© 연합뉴스
www.sisajournal.com 19홍준표 후보도 최근 한 대행과의 연대 가능성에 문을 열어두기 시작했다. 안철수 후보만이 한 대행의 출마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빅텐트로 판 키우고 개헌론 키워 ‘이재명 대세론’ 흔든다는 전략한 대행이 만약 출마 결심을 굳힌다면 이재명 후보에 대항할 필승 카드로 ‘개헌’을 꺼낼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많다. 취재에 따르면, 한 대행이 고려하는 개헌론은 ①반명 빅텐트의 핵심 고리로 개헌론을 띄우고(이재명 후보가개헌에 소극적인 점을 공략) ②3년으로 임기 단축(고령 리스크를 불식시키고7공화국의 문을 여는 명분을 확보) ③대선의 프레임 전환(정권 교체 프레임을 시대 교체 프레임으로 전환) 등이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한 대행이 이재명 후보가 받기 힘든 임기 단축 개헌을 매개로 여러 세력의 빅텐트를 이끌어내고, 대한민국을 ‘리빌딩’할 과도정부 거국내각을 꾸려 통상 문제 등 위기대응으로 나라를 안정시키고, 개헌으로 새로운 공화국을 열게 한 뒤 옷을 벗겠다고 하면 중도층에 만만찮은 소구력을 지닐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한 대행에 대한 보수층의 관심은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4월19~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2명 중 ‘정권 연장’에 공감한 유권자 612명을 상대로 범보수 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 한 대행은28.7%의 응답률을 얻으며 김문수 후보(19.5%), 홍준표 후보(17.9%), 한동훈후보(15.7%), 나경원 후보(7.2%), 안철수 후보(2.7%) 등을 앞질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한 대행을 향한 관심도도 높아지는 추세다. 그는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이재명 후보까지 앞지르며 대선주자 중 검색량 1등을 차지했다. 시사저널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이튿날인 4월5일부터 20일까지 네이버데이터랩 통계(일일 최대 검색량 100 기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 대행은 해당 기간 평균 검색량에서 37로 이재명(36), 김문수(35) 후보를 누르고 1등을 차지했다. 카카오 데이터트렌드에선 한 대행이 59를 차지하며 이재명(47) 후보와의 격차를 더 벌렸다.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가운데)이 4월16일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HD현대중공업 권오갑 회장(오른쪽) 등과 정조대왕급 2번함 ‘다산정약용함’ 설명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시 마련될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한 대행에겐 트럼프와 협상할수 있는 ‘유일한 파트너’이자 글로벌 통상위기를 극복할 ‘대안의 행정력’ 이미지를굳힐 기회인 셈이다. 한 대행은 4월22일국무회의에서 “허심탄회한 대화와 협력을 바탕으로 상호이익이 되는 해결책을마련하는 물꼬를 틀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만약 한 대행이 출마 전까지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성과를 얻어낸다면, 실제 ‘한덕수 대망론’은한층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한 대행의 정치적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취재에 따르면, 한 대행이 최근 진행한 미국 CNN·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등 외신 인터뷰들은 오래전에 잡혔던 ‘계획된 일정’이 아니라고 한다. 특히 정부실무진과의 소통 없이 독자적으로 추진해 외신 인터뷰에 나섰다는 후문이다.한 대행은 4월20일에는 통상적 대선후보의 방문 코스로 꼽히는 서울 강동구의명성교회 부활절 연합예배에 참석하는등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걸음도활발히 하고 있다.한 대행의 출마 결심에 영향을 미칠두 번째 변수로는 5월3일 발표될 ‘국민의힘 경선 결과’가 꼽힌다. 당초 국민의힘 대선후보들은 김문수 후보를 제외하고는 한 대행과의 ‘원샷 단일화’에 부정적이었다. 이에 한 대행 측은 김문수 후보가 최종 후보가 되길 고대하는 목소리가컸다. 김 후보는 윤석열 정부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으로서 한 대행과 발을 맞춰온바 있다. 한 대행을 측면 지원하던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김문수 캠프에 합류한 점도 이런 해석에 힘을 보탰다.한 대행이 조기 대선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자 당초 연대나 단일화에 부정적이던 국민의힘 대선주자들도 하나둘씩 입장을 선회하는 모습이다. 한동훈 후보와
20 www.sisajournal.com커버스토리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대선 국면이 본격화됐다. 관심사는 두 가지다. 누가 승리할까?어떻게 해야 승리할 수 있는가? 여러 지표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압도적으로 유리하다.4월 3주 차 한국갤럽 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2%, 국민의힘 34%다. 격차는 8%포인트다. 같은 조사에서 ‘정권 교체’ 응답 비율은 52%, ‘정권유지’는 37%였다. 격차는 무려 15%포인트다. 대선후보 지지율 격차는 더 확연하다. 이재명 38%, 홍준표 7%, 김문수 7%, 한동훈 6% 수준이다. 리얼미터 4월 3주 차 조사는 이재명-이준석-국민의힘 후보의 3자 가상대결을 실시했다. 이재명 후보는 54% 내외, 이준석 후보는 4~6% 내외, 김문수·한동훈·홍준표 후보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에 머물렀다.국민의힘 입장에서 ‘정상적인’ 방식으로는 대선 승리를 도모하기 어렵다. ‘한덕수 대망론’은 묘수(?)의 일환으로 나온 발상이다. 핵심은 ‘반명(反이재명) 빅텐트론’ 구상이다. 국민의힘에서 선출된 후보, 한덕수 권한대행, 이준석 후보, 민주당에서 탈당했던 전직 국회의원 일부까지모두 연합해 승리를 도모하는 전략이다.韓 대행 고리로 ‘反이재명 빅텐트’ 승부수한덕수 대망론은 실현될 수 있을까? 한국 정치사의 제3후보론 모델과 비교해보자. 비교를 통해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2000년대 이후로 국한하면, 크게 3가지 모델이 있다. ①반기문 모델 ②노무현+정몽준 모델 ③문국현 모델이다.반기문 모델은 2016~17년 등장했다가한덕수 대망론, ‘반기문 모델’일까‘노무현+정몽준 모델’일까‘높은 지지율’과 ‘독자적 지지 기반’ 갖췄던 반기문과 정몽준韓 대행 향한 러브콜은 그 자체로 국민의힘의 위기 드러내단일화를 이뤄낸 당시 노무현 후보(왼쪽)와 정몽준 후보가 2002년 12월18일 서울 명동에서 공동유세를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최병천의 인사이트
www.sisajournal.com 21있었다. 귀국 이후 갖가지 구설에 시달리다 2월1일 불출마 선언을 한다.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모델은 2002년 대선 때 실현됐다.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이 에너지가 됐다. 월드컵 4강 진출 이후 당시 월드컵조직위원회 위원장을 했던 정몽준 의원의 인기가 치솟는다. 대선은 2002년 12월19일이었다.한국갤럽 9월22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회창 31.3%, 정몽준 30.8%, 노무현16.8%였다. 2강 1중 구도다.2002년 9월까지 ‘1중 후보’였던 노무현 후보는 결국 ‘2강에’ 속했던 이회창후보를 꺾고 대선에서 승리한다. 한국 정치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했던 역전승사례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2002년 노무현+정몽준 모델을 2025년 대선에서 ‘보수의 버전’으로 재현할 수 있다면 꿈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한덕수 지지율, 잠재력 있지만 파괴력은 아직제3후보의 또 다른 사례는 문국현 모델이 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현재민주당 계열(당시 열린우리당)은 패색이 짙었다.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는 정동영 의원이었다. 정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과 가까운 친노 계열과 불편한 관계였다. 국민의힘 계열(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는 서울시장을 했던 이명박 후보였다. 이명박 후보에겐 청계천 복원, 버스체계 개편 등 화려한 업적이 있었다.2002년 대선은 12월19일이었다. 대선을 두 달 앞둔 10월17일 한겨레가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이명박 53.4%, 정동영 16.1%, 문국현 6.5%였다. 이명박 후보는 이미 과반을 기록했고, 정동영 후보는 3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고, 문국현 후보 역시 한 자릿수 지지율에 머물렀다. 당시 문 후보 출마는 ‘대선 패배 이후’까지를 내다본 포석을 꾀했다. 대선 패배이후 정계 개편의 한 축이 되려 했다.반기문 모델과 노무현+정몽준 모델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첫째,높은 지지율이다. 반기문은 20%대 중후반의 지지율로 문재인 대표를 10%포인트 이상 앞서기도 했다. 정몽준 역시 30%에 근접하는 지지율을 보였다. 둘째, 독자적인 지지 기반을 갖고 있었다. 반기문은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화려한 스펙, 정몽준 역시 월드컵 4강 진출의 에너지가 뒷받침됐다. 반기문과 정몽준은 둘 다 진보·보수로 구분되지 않는 독자성을 가지고 있었다.높은 지지율과 독자적인 지지 기반이라는 측면에서 한덕수 권한대행은 어떨까? 둘 다 해당하지 않는다. 여러 후보를 열거하는 방식에서 한덕수 권한대행이 10%를 넘어선 조사 결과는 거의 없다. 지지율이 높지 않은 것은 국민의힘과 구분되는 ‘독자적인’ 지지 기반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보수진영의 전략가들은 한덕수 대망론을 통해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모델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한덕수 대행이 반기문과 정몽준만큼의 지지율, 혹은 잠재력을 보여줄지 매우 불투명하다. 지지율은 문국현과 비슷하고, 결말은 반기문과 비슷할 가능성도 있다.한덕수 플랜 외에도 국민의힘이 대선에서 격차를 줄이는 다른 방법이 있긴한다. 계엄을 반대하고, 탄핵을 찬성한 사람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되는 경우다. 그나마 격차를 줄이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사라졌다. 흥미로운 포인트는 반기문 대선후보론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사태 이전부터 존재했다는 점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016년 12월31일 임기를 마칠 예정이었다. 그는 임기를 수행중이던 2016년 5월25일 ‘관훈 포럼’에서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한다.이 자리에서 당시 반 사무총장은 ‘임기가 끝나면 무엇을 하겠나’라는 질문에 “국민으로서의 역할을 더 생각해 보겠다”며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른 질문에서는 “국가 통합을 위해 모든 것을 다버리겠다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누가 봐도 사실상의 출마 선언이었다. 다음 날 주요 일간지 1면은 ‘반기문 대선 출마 시사’로 도배된다.2016년 6월9일 실시된 한국갤럽 대선후보 여론조사를 보면 반기문 26%, 문재인16%, 안철수 10%였다. 반 총장은 문재인민주당 대표를 10%포인트 정도 앞섰다.반 총장의 지지율은 최순실 태블릿PC가 공개된 2016년 10월말을 분기점으로하락하기 시작한다. 유엔 사무총장이 끝난 1월에 귀국하고, 본격 행보를 시작한다. 이 시점은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을 심사하던 중이었다. 이때반총장은 ‘보수정당의 대타 후보’ 성격이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 시사저널 박은숙
22 www.sisajournal.com커버스토리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6·3 대선이 이제 40여 일도 채 남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경선은 안 봐도 비디오다. ‘어대명’(어차피 대선후보는 이재명) 혹은‘구대명’(90%대 득표율의 이재명) 흐름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2등이 누가 될지가 더 주목되는 선거라고 하는데, 억지로 의미를 찾는 수준이다. 이 후보는 조용하고 심심한 경선에서 압도적 득표율로 본선 진출을자신하고 있다.국민의힘은 ‘4강’에 김문수, 안철수, 한동훈, 홍준표 후보가 진출했고 결선진출을 위해 자웅을 겨루고 있다. 선두 그룹은 윤곽이 드러나 있다. 국민의힘 경선은 4월29일 결정되는 결선에 올라갈 두 명의 후보가 누가 될지 관심을 받고 있다. 정작 주목해야 할 대목은 오히려 이 경선이 최종전이 아닐 수있다는 점이다. 대선후보 경선으로 보수의 간판 후보가 결정되지만,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대선후보들은 누구도 이재명 후보의 파괴력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항마’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급부상하고 있다. 한국여론평판연구소가 아시아투데이의 의뢰를 받아 4월18~19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사항은 그래프에 표시)에서 ‘이재명 전 대표와 대결해서 대선에서 이길 수있는 범보수 진영의 인물은 누구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국민의힘 지지층 응답자 중 한 대행 28%,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22%,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17%, 홍준표 전 대구시장 16%,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6%, 안철수 국민의힘의원 5%로 나왔다(그림①). 한 대행이 국민의힘 후보들을 앞서는 결과다.“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프레임 전환에 적합한 대행이 급부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첫째 ‘경제’다. 선거에선 후보에게 각인되는 이미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선후보는 어떤 시대정신을 대표하는지가 중요한데, 한 대행을 제외한 다른 후보들의 경우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윤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의 파장과 내란혐의와 무관하지 않다. 그렇게 유권자 머릿속에 떠올려지는 ‘상기현상’이 작동하게 된다. 한 대행도 국정 운영과 계엄 국면과 무관하지 않지만 각인되는 이미지는 ‘경제’와 강하게 연결된다. 오랜 경제관료 이력을 가지고 있고, 줄곧 무역협상등에 관여해 왔기 때문이다.1992년 미국 대선에서 걸프전쟁을 승리로 이끈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의심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미국 중앙정보국장을 지냈고 레이건 대통령 밑에서 8년간 부통령을 하면서 전쟁에서 승리한당시 부시 대통령은 국민의 영웅이었다.반면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보잘것없었다. 그런데 선거는 구도였다. 클린턴 후보는 선거 구호로 지금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를 들고나왔다. 클린턴 후보는 선거인단 538명 중370명을 가져가며 난공불락처럼 여겨졌범여권 후보 지지도 1위…단일화·빅텐트성사가 관건한덕수 대망론 왜 나오나…경제 위기 속 ‘트럼프 파트너’ 이미지 부각‘尹 탄핵 책임론’은 부담…빅테이터 분석에선 부정적 연관어 많아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왼쪽 네 번째)이 4월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하고 있다. © 총리실 제공│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www.sisajournal.com 2312,00010,0008,0006,0004,0002,000제7공화국 개헌을 전제로 외부 세력과 보수 대연합 즉 ‘빅텐트’를 현실 속에구현해야 한다. 여기에 대통령 파면에 대한 책임은 최소화돼야 하고 프레임전환으로 인한 경제와 트럼프 관계성은 극대화돼야 한다.2017년 대선 직전 혜성처럼 대선후보로 떠올랐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이미지만 극도로 부각되다가 형체도 없이 정치판에서 사라졌다. 기대와현실의 괴리가 큰 까닭이다. 빅데이터는 한 대행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고있을까. 한 대행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는 ‘우려’ ‘기대’ ‘비판’ ‘논란’ ‘신뢰’ ‘천연(가스)’ ‘위기’ ‘혼란’ ‘희망’ ‘범죄’ ‘반발’ ‘강세’ ‘알려지다’ ‘의혹’ ‘1위’ ‘견제’ ‘의문’ ‘관리하다’ ‘갈등’ ‘노욕’ ‘흥행’ ‘최선’ ‘러브콜’ ‘지지하다’ ‘부정적’ ‘졸속’ ‘충격’ ‘체포’ ‘만장일치’ 등으로 나온다(그림③). 한 대행에 대한 기대감이있지만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는 ‘우려’ ‘비판’ ‘논란’ ‘위기’ ‘혼란’ ‘범죄’ ‘반발’ ‘의혹’ ‘견제’ ‘의문’ ‘갈등’ ‘노욕’ ‘부정적’ ‘졸속’ ‘충격’ ‘체포’ 등으로 나타났다. 한덕수 대망론의 명암이다.던 부시 현직 대통령을 격파했다. 승리의가장 큰 동력은 참모 딕 모리스가 조언한경제로의 프레임 전환이었다.‘한덕수 대망론’이 급부상하는 또 하나의 배경은 트럼프 대통령이다. 역시 프레임 전환이다. 미국의 저명한 인지언어학자인 조지 레이코프의 설명을 빌리자면이번 대선을 ‘이재명 프레임’으로 가게 된다면 국민의힘이 승리할 가능성은 매우희박해진다. 반면 ‘트럼프 프레임’으로 치르면 승산은 커지게 된다. 트럼프는 4월8일 밤 한 대행과의 통화에서 대선에 나갈것인지 물었다고 전해진다. 한 대행은 “결정한 것은 없다”는 취지로 말하며 즉답을피했다고 한다. 트럼프는 한 대행에게 ‘아름다운 영어(beautiful English)’를 쓴다고칭찬하며 협의 분위기도 띄웠다고 한다.이런 흐름 속에 한 대행이 미국과의 통상협상에 적극 나서면서 한덕수 대망론이더욱 탄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출마에 따른 ‘국정 공백’ 비판도 걸림돌빅데이터 분석으로만 본다면 유권자들에게 가장 많은 정보 접촉이 이뤄지고 있는 인물은 대선후보들이 아니라 트럼프다. 빅데이터 심층 분석 도구인 썸트렌드(SomeTrend)로 4월1일부터 23일까지 트럼프와 이재명 후보에 대한 빅데이터 언급량을 파악해 보았다. 트럼프에 대한 언급량은 15만9864건이고 이 후보에 대한 언급량은 7만3155건으로 나왔다(그림②). 트럼프가 이 후보보다 두 배 이상 더많다. ‘트럼프’로 프레임이 전환될 경우 새국면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그렇다면 ‘한덕수 대망론’에는 장밋빛미래만 기다리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한 대행이 대선후보로 출마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고차방정식에서 해법을찾아야 한다. 먼저 국민의힘 최종 후보와 무탈하게 단일화가 가능해야 하고,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① 범보수진영의 對이재명 경쟁력 인물 (단위: %)전체 국민의힘 지지층② 빅데이터 언급량 비교 분석 트럼프 159,864 이재명 73,155③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 분석 14282216 1751210 105한덕수 2025년4월1일김문수 홍준표 한동훈 안철수 4월10일 4월19일KOPRA(아시아투데이) 2025년 4월18~19일전국 2002명 무선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 95%신뢰수준 ±2.2%P, 응답률 8.9%(※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썸트렌드(SomeTrend) 2025년 4월1~23일썸트렌드(SomeTrend) 2025년 4월10~23일한덕수우려 신뢰논란비판 기대비판하다천연희망강세범죄부정적 혼란위기반발의문의혹1위충격알려지다흥행만장일치최선갈등체포노욕졸속견제러브콜관리하다지지하다
커버스토리강윤서·이원석 기자 [email protected]“대선에서 승리한 ‘홍준표 정부’는 이재명의 더불어민주당 세력과도 함께 갈것이다.” 국민의힘에서 ‘이재명 세력’을 끌어안겠다는 메시지가 나왔다. 30년정치 경력의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구상한 ‘사회 통합’의 그림이다. 홍 후보는 4월24일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대선 캠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열고 계엄 사태로 치르는 조기 대선을 또다시 탄핵 찬반 논쟁으로 매몰시켜선 안 된다며 당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그는 이번 대선에선 ‘새로운 나라를어떻게 건설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문에서 6차례나언급한 ‘통합’은 홍 후보가 구상한 ‘새로운 나라’의 제1과제였다.홍 후보는 4월23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국민 대통합’으로 가기 위해일차적으로 ‘반명(反이재명) 연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연대 범위엔 한계를 정해 놓지 않았다고도 했다. 당내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성파및 반대파는 물론 당 밖의 비명(非이재명)계,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 최근 급부상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단일화 가능성까지 전부 열어놨다는 입장이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이재명 후보와 그의 세력에게도 손을 내밀겠다고 밝혔다. 그렇게 ‘홍준표 정부’를 맞게 되면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선진대국을 이루기 위해 개헌과 청년 정책을 국정 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대구시장직을 내려놓고 대선에 출마했다.“2017년 탄핵 정국 때처럼 정권을 그저 헌납하는 대선을 만들어선 안 된다는엄중한 각오로 나왔다. 지금 국정 혼란상이 극에 달했다. 국제적인 상황도 굉장히복잡해졌다. 이 나라 국정을 안정시키고국제 질서를 헤쳐 나갈 사람으로선 제가제일 적격이라고 생각해 출마를 결심했다. 저는 3개월 전부터 조기 대선이라는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대구시에 제가 없어도 모든 것이 잘 굴러갈 수 있도록 시스템과 조직을 정비하고, 정책 결정도 다마친 다음 대구시장을 사퇴했다.”왜 ‘홍준표’여야 하는가.“정국을 안정시키려면 세 가지 리더십을꼭 충족해야 한다. ‘경륜’ ‘강단’ 그리고세상을 내다보는 ‘혜안’이 필요하다. 제가그런 측면에서 가장 많은 경험을 갖고 있지 않은가. 조선왕조 500년의 기틀을 닦은 태종처럼 혼란한 정치와 사회 질서를바로잡고, 대한민국 100년 미래의 터전을 닦을 제7공화국 기반을 만들겠다.”국민의힘의 다른 경선 후보들을 평가한다면.“다른 후보에 대한 평가는 하지 않겠다.“홍준표 정부에서‘통합의 나라’ 만든다…대선에서 승리하면이재명도 끌어안겠다”“‘탄핵 찬반’에 매몰되면 선거 진다…이준석·한덕수와 연대 가능”“사회 통합이 곧 국익…트럼프 상대하려면 ‘스토롱맨 리더십’ 필요”© 홍준표 캠프 제공단독 인터뷰홍준표전 대구시장24 www.sisajournal.com
www.sisajournal.com 25이재명 세력도 같이해야 한다. 이준석 의원을 안고 가지 않으면 대선이 좀 힘들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의원과도 늘상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이낙연 전 총리를 비롯해 (진보진영의) 반명 인사들도 우리와 함께 갈 수 있다고 본다. 실제 일부 (인사들과) 접촉하는 중이다.”한덕수 대행 출마설을 두고 ‘상식에 반하는 정치 행태’라고 비판했다.“한덕수 대행이 출마하면 단일화 협상의 길을 열어놓겠다. 다만 두 가지 쟁점은 반드시 짚고 가야 한다. 첫째, 중립적으로 선거 관리를 해야 할 분이 대선에 나오면 다시 대행의 대행 체제로 가는 것는데, 이를 국민에게 납득시킬 수있는가. 둘째, 한 대행은 탄핵당한 윤석열 정권의 총리다. 탄핵으로 인한 조기 대선에서 그 총리가 나온들 과연 승리에 도움이 될까. 이번 대선은 탄핵찬반을 떠나서 ‘새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임해야 한다. 그래야만 승산이 있다. 탄핵 찬반에 매몰돼서 선거를 치르면 100% 진다. 그런 의미에서(한덕수 대망론은) 상식에 반하는 정치 행태라고 지적한 것이다.”‘정권 교체’를 요구하는 여론이 큰데 어떻게 ‘탄핵 찬반’ 논쟁을 극복하는 선거를 만들 것인가.“이번 대선은 탄핵에 대한 옳고 그름을 따지는 선거가 아니다. ‘새로운 나라’를‘어떻게’ 만들어가느냐로 봐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대선은 결코 ‘정권 교체 vs 정권 재창출’ 구도가 아니다. 비리,부도덕, 부패가 만연한 나라로 갈 것인가, 혹은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나라로갈 것인가 차원으로 바라봐야 한다. 다시말해 이재명 정권을 선택할 것인가, 홍준표 정권을 선택할 것인가, 이 양자택일을 국민 앞에 물어보고자 한다.”일각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탈당 조치를 요구한다.“윤 전 대통령은 우리 당 후보로 정권 교체를 해준 사람이다. 그를 탈당시켜야 한다는 말은 참 난감한 얘기다. ‘정치’에 앞서 ‘사람’으로서 도리가 아니지 않은가.”윤 전 대통령에 대한 법적 책임이 확정된다면 ‘사면 복권’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아직 형사재판 중이지 않은가. 가정을 전제로 답변하지 않겠다.”‘선진대국 시대’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홍준표 정부’의 핵심 정책을 설명해 달라.“‘선진대국 국가대개혁 100+1’ 공약을 발표했다. 100가지 개혁과 ‘+1’인 국민통합을 이루는 것이 목표다. 한국이 선진대국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자유와창의에 기반한 ‘민간 주도’ 경제 원칙을 확립하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 5대 경제정책 방향인 ①민관 경제 부흥 계획 추진 ②초격차 기술주도 성장 ③생산성에 따른 분배 ④일자리 창출, 서민 집중 복지 ④후대에 부담을 주지 않는성장에 비례한 국가부채 관리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청년 정책의 핵심은 무엇인가.“젊은이들 목소리에 늘 귀를 열어놨다. 그들이 지금 무엇이 불안하고, 불만인결국 선거는 ‘내가’ 잘해야 한다. 경선은즐겁게, 본선은 치열하게 치르겠다.”차기 대통령의 급선무는 무엇이라고 보나.“제1임무는 ‘보수와 진보가 공존하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탄핵으로 한 시대가 갔으니 새로운 시대에선 ‘좌우’가 공존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진영 논리에 매몰됐고, 정치적 양극화가 갈수록심화하고 있다. 좌우 이념을 넘어 사회를통합하는 것이 곧 ‘국익’이다. 정책도, 정치도, 국익이라는 최상위 개념에서 출발해야 한다. 지금 분열된 사회 모습을 보며 2008년 광우병 파동이 일었던 때가생각나는데, 당시 제가 원내대표를 지내면서 야당과 합의해 혼란을 재우고 국회를 운영했다. 이번에도 여야 모두 국정운영의 파트너라는 점을 잊지 않고 사회통합을 이루겠다.”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이길 전략은.“저는 부패와 비리로부터 자유롭다. 그리고 국정 난맥상을 극복할 만한 ‘30년’경륜이 있다. 반면 이 후보는 국정 난맥상의 한 축을 세운 사람이다. 이재명 정권이 들어선다면 패륜과 범죄가 난무하고, 포퓰리즘 정책으로 청년들이 짊어질빚은 쌓이고, 반칙과 불공정이 판치는나라가 될까봐 심히 우려스럽다.”‘반(反)이재명 빅텐트’를 추진하겠다고 했다.“‘전과자의 나라’를 만들지 않기 위해 ‘반명 빅텐트’를 중심으로 단일화 협상의 길을 열어놔야 한다. 중범죄자가 통치하는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면 무엇이라도 하겠다. 지금은 탄핵 직후라서 국민 지지율이 이재명 후보에게 쏠려 있지만, 보수와중도를 아우르는 연대를 통해 ‘홍준표의나라’를 만들어내겠다.”누구와 함께 ‘반명 연대’를 펼칠 생각인가.“최종 대선후보가 되면 2~3일 내에 이재명 정권을 막을 그런 분들을 다 모셔오겠다. 개혁신당뿐만 아니라 민주당의 반“‘전과자의 나라’를 만들지 않기 위해 ‘반명 빅텐트’를 중심으로 단일화 협상의 길을 열어놔야 한다. 최종 대선후보가 되면 2~3일 내에 이재명 정권을 막을 분들을 다 모셔오겠다.”
26 www.sisajournal.com커버스토리지 자세히 듣고, 청년 눈높이에서 생각하고, 고민하고 있다. 국정 운영에서도청년 정책을 제1의 가치로 둘 계획이다. 그 방법론으로 △싱가포르 주택 공급 방식 도입으로 청년층과 신혼부부를 위한 반값 아파트 공급 △군 가산점도입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전가하지 않는 연금 개혁 △청년도약계좌 가입요건 완화 및 지원 확대 등 크게 4가지 청년 정책을 제시한다.”한미 관계의 방향성은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지금 한국은 10대 경제 강국이자 5대 군사 대국이다. 그 강점을 미국에 당당하게 주장하고 ‘협상의 길’을 찾아야 한다. 그 길을 찾으려면 협상 대상을정확히 분석해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결정 방식이 ‘바텀업’(아래에서 위로)이었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톱다운’(위에서 아래로) 방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동산업자 출신이니만큼 정치도 부동산 거래처럼 한다. 기본적으로 장사꾼, 거래꾼 성향이 짙다. 따라서 거래꾼을 상대하려면 우리도 거래꾼이 되어 맞받아칠 준비를 해야 한다.예컨대 기존에 중동에서 수입해 오던LNG(액화천연가스)나 천연가스를 (미국) 알래스카에서 가져오는 등 한미 무역적자를 줄여주면서 거래 카드를 확보하는 방법도 있다.”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할 자신이 있나.“물론이다. 트럼프라는 ‘스트롱맨(Strong -man)’을 상대하려면 스트롱맨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런 리더십은 저밖에 없다. ‘중국 가서 셰셰, 일본에도 아리가또, 미국한테 땡큐’ 할 사람인 이재명 후보가 과연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할 수있겠나.”‘제7공화국’을 열겠다고 했는데 개헌이 왜 필요하다고 보는가.“정치 위기의 구조적 원인은 제6공화국의 낡은 헌법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대북, 외교 모든 방면에서 ‘어느 하나 부족한 부분 없는’ 선진국으로 거듭나야 한다. 재조산하(再造山下·나라를 다시 만든다)의 자세로 제도와 시스템 그리고 국민 의식까지 대한민국 국호를 빼고 다 바꿔야 한다. 결국제7공화국 시대를 열 수 있는 ‘키’는 헌법을 고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 출범직후 대통령 직속으로 ‘개헌추진단’을 설치해 개헌 논의에 착수하겠다.”구체적인 개헌 방향성은.“세부적으로는 4년 중임제, 국회 양원제,정·부통령제를 도입하는 개헌을 대개혁과제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후 곧바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를 진행하는것이 목표다. 앞서 계속 강조한 ‘새로운나라’를 만들기 위해 개헌을 꼭 성공시키겠다. 국가 경영을 위해 30년 넘게 준비해 왔고, 이제 대한민국의 100년 미래를설계하겠다.”“탄핵의 강 건너자” 달라진 홍준표…尹心 대신 民心 좇는다‘새로운 나라 어떻게 건설할 것인가’ 화두 던지며 통합론 제시“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자진하야 기회를 줬어야 했다.” 최근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는 당 경선 토론회에서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당이배출한 대통령이 선택한 ‘계엄’이란 수단과 탄핵소추 과정에서 당력이 분산된 모습에 대한 안타까움을 동시에 내비쳤다.홍 후보는 이제 탄핵의 강을 넘어야 한다고 말한다. 탄핵찬반이란 분열의 늪에서 나와 ‘미래 국정 운영’에 대한 더 건설적인 논쟁으로 이어가야 한다는 취지다. 이는 국민의힘경선의 장에 대한 자성이자, 그가 중도 민심의 지표를 반영해 이번 대선 메시지를 ‘사회 통합’으로 가져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홍 후보가 다른 후보들보다 한발 앞선 메시지를 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탄핵심판이 진행될 때도 “만일의경우 발생할 조기 대선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펼쳐왔다. 탄핵 기각·인용 여부가 결정되기 전 ‘여권’ 입장에서 조기 대선을 논하는 데 신중했던 분위기에선 다소 전향적인목소리였다.홍 후보는 탄핵 국면에서 페이스북을 통해 “탄핵 기각으로 윤 대통령의 복귀를 간절히 바라지만 만에 하나 탄핵 인용으로 조기 대선이 열릴 때 이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아무런 준비 없이 엉겁결에 대선에 임했다가 정권을 그저 헌납한 아픈경험을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그의 거침없는 언변은 ‘30년의 정치 경험’에서 나온다. 국회의원 5선, 여당(한나라당) 원내대표, 한나라당과 자유한국당 대표 두 번, 경남지사 재선, 19대 대선후보, 대구시장까지 대선, 총선, 지선에 이르는 화려한 이력과 선거 경험을 쌓았다.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며 쌓아온그의 행정력과 정치적 뚝심에 ‘홍카콜라’(홍준표+코카콜라의 합성어)라며 환호하는 팬덤도적지 않다. 여기에 ‘보수 텃밭’ 대구·경북(TK)을 기반으로 갖춘 조직력으로 집토끼 민심을 잡아왔다.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쓴 책 《제7공화국 선진대국 시대를 연다》© 홍준표캠프제공
커버스토리안 후보가 2016년 총선에서 ‘국민의당38석’을 이뤄냈던 때처럼 ‘안철수 신드롬’을 재현해 낼지 정치권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안 후보도 1차 컷오프 결과 발표이튿날인 4월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시사저널 인터뷰를 통해 지금의 기세를 대선까지 이어가겠다고 자신감을드러냈다.안 후보는 2차 경선의 관전 포인트“인수위원장 경험,나만 있다…이재명, 업무 파악에만한 달 걸릴 것”“탄핵 반대한 김문수·홍준표, 검사 출신 한동훈으로는 이재명 못 이겨”“한덕수 출마 안 돼…대행으로 국정 돌보고 민생·외교협상에 집중해야”단독 인터뷰안철수국민의힘의원© 시사저널 박은숙28 www.sisajournal.com변문우 기자·이강산 인턴기자 [email protected]“이재명과의 싸움에서 승산이 있는 사람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네 명 중에서 저 ‘안철수’뿐입니다. 탄핵에 반대한 김문수·홍준표 후보는 이길 수 없고,한동훈 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처럼 정치 경험이 부족한 검사 출신입니다. 이미지가 겹쳐서 안 됩니다. 일부 사람들은 제게 정치력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살아있는 정치인 중에서 ‘38석’ 거대 3당을 만들어본 사람은 저밖에 없습니다.”국민의힘 대선 경선 1차 컷오프에서 깜짝 이변이 발생했다. 당내 기반이 부족해 ‘상대적 약체’로 평가받던 안철수 후보가 ‘윤심(尹心·윤석열 전 대통령의중)’을 등에 업은 나경원 후보를 제치고 4강에 진출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www.sisajournal.com 29거라고 생각해서 원래 (컷오프 통과에) 자신이 있었다.”당내 분위기는 어떤가.“당내에서 이미 이번 대선을 패배하리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걱정된다. 일부후보들은 이번 경선 출마를 통해 인지도를 높여서 다음 전당대회 때 당대표당선되는 것을 노리고 있는데, 이건 패배주의다.”국민의힘이 승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건가.“그렇다. 국회에서 이미 막강한 권력을 가진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돼 행정부까지 장악하면 5년 후 우리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국민들은 균형감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불상사를 막을 것이라 본다.”2차 경선은 ‘당원 50%+국민 여론조사 50%’로 이뤄진다. 당세가 약하다는 평가가 있는데, 불리하진 않을까.“불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경선 초기라면 그랬을 수 있지만 지금은 ‘이재명을 이길 후보’에 표가 집중될 것이기 때문에 2인 후보에 들 자신이 있다.”당내 일각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출마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한 대행은 출마하면 안 된다. 권한대행이면 국정 난맥상을 돌보고 민생경제를 살리고 외교협상을 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특히 외교협상 중에도 미국과관세로 ‘빅딜’을 해야 하는 시기인데, 이럴 때 권한대행이 출마하면 우리나라가 그 빅딜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이재명 후보를 이길 수 있는 스스로의 강점을 꼽는다면.“이 후보와 비교해 크게 앞서는 점은 ①무결한 도덕성 ②정치력 ③IT·의료·경영·교육 등 수많은 분야에 대한 경험 ④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지도층이그 위치에 걸맞은 모범을 보이는 행위) 실천력 ⑤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험 등이다. 일단 전과 4범에 재판을 수차례 받은 이 후보에 비해 저는 정치 경력12년간 어떤 문제도 없었다. 또 저는 현역 정치인 중 유일하게 38석 거대 정당을 만들어본 사람이다. 이 후보가 그 정도 정치력을 보여준 적은 없지 않나. 특히 저는 정치 입문 전에 재산의 절반을 사회에 기부하고 2020년 항체도 없을 당시 대구에서 목숨 걸고 코로나 의료봉사를 하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사람인데, 이 후보가 그런 실천을 보여준 적이 있나. 마지막으로이번 대선 당선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취임해야 하는데, 저는 지난번인수위원장을 경험하며 당시 국가기밀도 보고받고 국정과제도 만들어봤다.아마 이 후보는 이 작업을 하는 데만 한 달 이상 걸릴 것이다.”‘이재명표 공약’ 중 가장 문제라고 보는 것은 무엇인가.로 ‘이재명을 누가 이길 수 있느냐’ 여부에 방점을 찍으며 “이번 대선은 탄핵 찬성 후보가 당선될 수밖에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특히 자신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와 비교해 ‘도덕성’과 ‘외연 확장성’ 강점은 물론, IT(정보기술)·의료·경영·교육 등 수많은 분야를경험한 ‘전문가’라는 점을 강조했다. 여기에 지난 정부 출범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맡았던 이력을 거론하며 “국가기밀을 전부 보고받아 110개 국정과제를만들어본 경험이 있는 만큼 취임하면 바로 일할 준비가 돼있다”며 “이 후보는 그과정을 파악하는 데만 한 달이 걸릴 것”이라고 주장했다.그는 ‘이재명표 AI(인공지능) 공약’에 대해서도 질타를 쏟아냈다. 그는 “이 후보가 ‘한국형 챗GPT’를 무료로 뿌린다고했는데 이는 엉터리 공약”이라며 “민간과공공 영역에 대한 구분조차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AI 혁신에 가장 필요한 요소로 ‘인재 양성’을 꼽으며 “인재들이 해외로 유출되지 않고 한국에서 일할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며 ‘스톡옵션 인센티브’ 도입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또3년 전 대선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단일화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한쪽은 범죄혐의자(이 후보)였고 한쪽은 정치 초보검사(윤 전 대통령)였다”며 매번 차악을선택해야 하는 사슬에서 벗어나려면 ‘정치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예상을 뒤엎고 1차 경선을 통과했다. 4강에 든이유는 무엇으로 보는가.“원래 제 지지자들이 ‘샤이’(소극적 지지)층이니만큼 여론조사에 참여를 잘 안 한다. 그럼에도 최근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제가 나경원 후보에 두 배 이상 앞선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 민주당 지지자를 뺀다고 해도 결과가 바뀌지 않을“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2·3 비상계엄 사태로 형사재판을 받게 됐는데, 그다음 대통령도 전과자인 데다 재판을 받는 사람이 되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나. 이제는 그 사슬에서 벗어나야 한다.”
30 www.sisajournal.com커버스토리“정부가 ‘한국형 챗GPT’를 만들어 무료로 배포하겠다는 공약이 제일 엉터리다. 챗GPT처럼 기술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분야는 민간이 맡아야 하는 것이지 공공이 담당할 영역이 아니다. 공공이 맡아야 하는 부분은 이미 어느 정도정착된 분야인데 혁신을 해본 경험이 없어 모르니 이런 공약을 낸 것 같다.”그렇다면 ‘안철수표 AI 공약’의 핵심 내용은.“저만의 AI 공약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콘텐츠’ ‘인재 양성’ 네 분야로 나눴는데 이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 ‘인재 양성’이다. 국내 기업에 취직하면 연봉 1억원을 받는데 해외로 가면 3억원을 받으니 인재가 계속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스톡옵션을 비롯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인재들이 우리나라에서 보람 있게 일할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2차 경선에서 내세울 ‘킬링 콘텐츠’는.“지난 대선에서 냈던 ‘10대 공약’ 대부분이 윤석열 정부에서 실현되지 못해 유효한 상태다. 해당 공약들이 이번 대선에서도 킬링 콘텐츠라고 볼 수 있다.”당선된다면 인수위 없이 정부가 출범하게 된다. 내각을 구성할 시간이 부족하진 않겠나.“우리나라에 인재는 많고, 저는 그 인재를 구할 인맥이 많기 때문에 내각 구성에 누구보다 자신감이 있다. 특히 저는의사와 사업가로 일하면서 그동안 많은사람들을 만나왔지 않나. 보통사람보다몇 배 이상의 인맥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지난 대선 당시 윤 전 대통령과 단일화했던 경험이 있다.“당시 한쪽은 범죄 혐의자였고 다른 한쪽은 정치 초보 검사였다. 그런데 제가 3김 시대 이후 최초로 거대 정당을 만든정치력을 보여줬는데도 지지율 1등이 안되는 걸 보고 ‘제3당으로는 당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범죄 혐의자보다는 나은 검사와 단일화를 했다. 이처럼 차악을 뽑아야 하는 구도를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정치 제도를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본다.”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윤 전 대통령이 지난 12·3 비상계엄 사태로 형사재판을 받게 됐는데, 그다음대통령도 전과자인 데다 재판을 받는 사람이 되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나. 이제는그 사슬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서 특정 당에 대한 좋고 싫음보다는 누가 더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인지를 국민들이 봐주시길 바란다.”‘탄핵의 강’ 건너자는 안철수의 4강행 이변 드라마‘당세’의 나경원 꺾고 ‘중도 확장성’ ‘본선 경쟁력’ 보여지난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 진행된 첫 국회 탄핵소추 표결에서 보수진영 의원 중 ‘홀로’ 자리를 지킨 안철수 국민의힘의원. 그는 8년 만에 당을 찾아온 탄핵 국면에서‘자성’과 ‘정면승부’를 주장한 소신파 대선후보다.지난 대선에서 윤 전 대통령과의 단일화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을 좌초시킨 그는 이번엔 자신이직접 ‘이재명 대항마’를 자처하며 대선판에 우뚝섰다.이번 안 후보의 4강 합류는 ‘이변’으로 평가된다. 당초 1차 경선은 ‘역선택 방지 조항’을 포함한100% 여론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런 만큼 대중적 인지도는 높지만 당내 기반이 약한 안 후보가윤 전 대통령과 강성 당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나경원 후보에게 밀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이같은 예상을 깨고 김문수·홍준표·한동훈 등 쟁쟁한 후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정치권에선 이를 계기로 안 후보가 다시금 ‘안철수 신드롬’을 일으킬 것이란 기대도 감지된다.1962년생인 안 후보는 의사, 안랩 CEO, 대학 교수 등 다양한 타이틀을 가지고 2012년 대선에 출마해 화려하게 정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그는 2016년 총선에서 ‘국민의당 38석’ 돌풍을 일으키며 제3지대 정당으로서 역대급 성과를 냈다. 무엇보다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 지역 의석을 대부분 석권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실패도 있었다. 그는 2011년 서울시장 선거 때부터 직전 대선까지 큰 선거에서 사퇴, 단일화로 중도하차를 반복해 왔다. 유일하게 지난 19대 대선만 완주한 경험이 있다. 여기에 잦은당적 변경으로 혁신 이미지가 소모됐고, 국민의힘으로 당적을 옮긴 후에는 존재감이 이전보다 떨어진 상태였다.하지만 안 후보는 여전히 자신의 강점인 ‘중도 확장성’을 무기로 이번 대선 정국에서 다시금돌풍을 꿈꾸고 있다. 그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전체 지지율은 다른 후보들에 비해 열세지만 중도층 지표에서 치고 나가는 모습이다. 지금의 정국에서 국민의힘 유력 경선 후보들이 ‘탄핵의강’을 제대로 건너지 못한다면 안 후보에게 또다시 기회가 찾아올 것으로 전망된다.2024년 12월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표결을 앞두고 텅 빈 국회 본회의장 국민의힘 의원석에 안철수 의원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시사저널박은숙
32 www.sisajournal.com커버스토리김원식 명예교수(건국대, Georgia State University)1년 반 이른 조기 대선이 진행되면서 여야 양당에서 급한 마음에졸속 공약이 나오고 있다. 20대 대선에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패배하고 재출마하는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는 말할 것도 없고, 다른 후보들의 공약도 구체적이고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대선 준비가 오래인 이재명 후보의 공약에 대해서는 포퓰리즘 우려를 금할 수 없다.조기 대선에 임하는 후보들의 공약은 현재의 양극화된 국민 갈등을 해소할수준으로 구체적이지 않으면 안 된다. 또다시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거나 현재와 미래의 시장경제를 피폐화시키는 포퓰리즘 혹은 패션 공약들로는 국가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공약은 반드시 실현되진 않을지라도 각 후보의 생각을 알아볼 수 있다는점에서 후보 선택의 기준이 된다. 또 한편으로 유권자들은 너무 많은 기대와집단 이기주의로 버무려진 불가능하고 효과 없는 정책들을 가려내야 한다.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지배하는 22대 국회는 정부를 골탕먹이는 무절제한탄핵안과 비상식적인 예산 삭감으로 국민을 우롱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정치 지형이 차기 정부까지 이어지는 건 곤란하다.기본소득·무상 시리즈 같은 의무 지출 늘리는 공약은 곤란탄핵 국면에서 이를 여실히 입증한 것이 여야가 합의한 국민연금 개혁이다.국민연금을 개혁해야 하는 이유는 국민연금재정이 곧 바닥나고 기금이 고갈돼 청년과 다음 세대가 민간 부문 추정 1500조원에 이르는 미적립 충당부채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소득대체율을 4%포인트나 높였다. 게다가 다음 세대가 세금으로 부담할 수밖에 없는 크레딧 제도들을 대폭 확대했다. 더 심각한 것은 국가의 연금급여 지급 보장을 넣어 다음 세대에게 무한의 책임을 전가한다는 점이다. 국가는 현재뿐 아니라 미래의 국민 복지를 증대하는 것이 목표다. 이러한 점에서 국민연금 개혁으로 본 국회는 사실상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식으로 정치권이 국민을 기만하는공약이 이어져서는 안 된다.조기 대선의 표심을 위해 이재명 전 대표의 민주당은 정부에 35조원 규모의 ‘슈퍼 추경’을 요구하고 있다. 1인당 25만원씩 13조원 규모의 지역화폐를 발행하는것이 핵심이다. 사실상 민주당의 매표 행위로 보인다. 민주당이 주장해온 ‘민생회복지원금’의 명칭만 바꾼 것이고 집권하면 결국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재현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여야가 피장파장, 패션 공약의 남발도 우려된다. 대통령선거 레이스가 본격화되면서 미래 먹거리인 AI(인공지능) 공약 주도권을 두고 각 후보가 경쟁을 펼치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무상 AI와 100조원 투자’ 공약을 내자 국민의힘한동훈 후보는 200조원을 투자하겠다고한다. 무상급식으로 시작된 무상 시리즈의 재현을 연상하게 한다. AI를 사용하는 빈도가 계층마다 다를 텐데 비싼 가격의 AI가 국민 전체를 위한 것인지 의문이다. 결국 돈잔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의 태양광사업처럼 AI사업 무료화에 천문학적인 예산을지출하면서 특정 기업들에 혜택이 ‘몰빵’되는 은밀한 정경유착도 우려된다.뜬금없이 민주당이 주4일 근무제를 내자 국민의힘은 주4.5일 근무제를 들고나왔다. 기업들은 이미 경직된 52시간제로‘군 모병제’ ‘주 4.5일 근무’‘전 국민 25만원’… 넘치는 포퓰리즘 공약들,그 돈 어디서 나오나공약은 후보 선택의 기준…집단 이기주의에 지금 세대만 생각하는 정책은 가려내야2024년 GDP 대비 국가총부채비율, 금세기 들어 처음 줄어…차기 정부도 이 기조 유지하길쓴소리 곧은 소리
www.sisajournal.com 33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계엄을 유발하게 한 선거제도의 투명성 제고,탄핵 과정에서 무너진 사법부의 신뢰 회복, 무한 탄핵을 낳는 국회의 독주를막을 삼권분립의 재정립, 의대 증원으로 무너진 의료체계 재건, 다시 시작해야 할 국민연금 개혁, 기득권층에 막힌 청년 실업 해소, 반도체 산업 부활, 트럼프 관세 정책에 대한 체계적 대응, 상속세 개편을 통한 기업 생명력 유지등에 대한 구체적 공약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탄핵만 일삼는 국회의 능력이 한계를 드러내고 극한 사회적 갈등을 빚고 있는 현실 속에서 이를해결할 공약을 제시하는 후보가 대통령 자격이 있다.고령사회 명분으로 청년 희생 강요하면 안 돼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 GDP 대비 국가총부채비율이 문재인 정부말기 250.4%에서 지난해 244.5%로 낮아졌다. 2000년 이후 국가총부채비율이 처음 하락했다. 2024년도 수출도 6838억 달러로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상위 10대 수출국 중 9.6%로 가장 높은 수출 증가율을 보였다. 이는 정부의 경제 위기 관리의 효과성을 보인다. 이러한 기반이 반드시 이어져야 현재의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이를 위해서는 어느 당 후보든 반드시 내지 말아야 하는 공약들이 있다.우선, 기본소득이나 무상 시리즈처럼 의무 지출을 늘리는 공약은 배제되어야 한다. 정부가 모두 하겠다고 손을 걷어붙이고 나서면 민간 부문을 위축시킨다. 이를 충당할 돈은 사실상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가져올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국민 생활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둘째, 기업의 경영활동이나 경영권을 위축시키는 공약은 배제되어야 한다.시장경제는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에 기반한다. 소비자 보호를 명분으로가격을 통제하거나 근로자 보호를 명분으로 고용시장을 위축시키는 공약은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마지막으로, 다수의 표를 의식해 고령사회를 명분으로 청년들을 희생시키는공약은 배제되어야 한다. 고령사회를 지지하는 주역은 노인이 아니라 청년들이다. 미래가 보장되는 풍요로운 사회는 청년들의 노력으로만 지속 가능하다.인해 생산활동에 큰 제약을 받고 있는데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일주일에 4일 근무해 취약계층 근로자들이 생계에 필요한소득을 얻을 수 있을까. 근로자를 더 빈곤하게 만들 수 있고, 대기업 근로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거나 영세기업 근로자들은 기본소득을 요구하는 상황이 눈에 어른거린다. 추상적인 정책은국민의 눈을 가리고 환상만으로 후보를선택하게 한다.청년들의 표심을 노린다고 하지만 대다수 국민이 우려하는 공약도 있다. 요즘 세상에 왜 모두 군에 가야 하느냐는이재명 후보가 청년 문제를 해결한다고하면서 모병제를 제안하고 있다. 저출산으로 병역 자원이 턱없이 부족해 국민은국가 안전을 위해 더 열심히 국방에 힘을 쏟아주기를 원한다. 청년들에 대한보상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은 군인들의봉급을 상당 수준 인상했다. 군복무는청년에 대한 신체적 세금(in-kind tax)이다. 그렇다면 제대 후 국가는 이들의 취업을 위해 최선을 다함으로써 보상해줄수 있어야 한다. 가능하다면 군 생활이젊은이들에게 사회에 나와서 도움이 될수 있는 인력으로 양성되는 훈련의 장이되어야 한다.윤 전 대통령의 중도 퇴진으로 마무리2024년 3월24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세 번째)가 서울 송파구 새마을전통시장에서 전 국민 25만원, 가구당 평균 100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공약을 하며 총선후보자 지지 유세를 벌이고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34 www.sisajournal.com정 치기본사회 뒤로 빼고 감세에 원전도 유지…李, ‘보수의 언어’ 쓰며 중원 공략‘복지·분배·증세’ 대신 ‘실용·성장·감세’…‘중도보수’ 깃발 꽂고 과감히 우클릭“유연한 리더십” vs “포퓰리스트”…지난 대선 복기하며 중도층 공략에 방점정 치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3월5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 활성화를 위한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민생경제 간담회에서 류진 한경협회장의 인사말을 들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34 www.sisajournal.com
www.sisajournal.com 35제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이 후보의 ‘우클릭’은 복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당장 에너지 정책에서도 과감한 선회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이재명 캠프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와 거리를 둔 채 원전의 수명 연장과 SMR(소형모듈원전) 활용을 포괄하는 ‘에너지 믹스’ 정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의 외곽 정책 자문그룹 ‘성장과 통합’의 유종일 상임공동대표도 4월16일 출범식에서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으로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 정책이 필요하다”며 “과거의 정책과는 기본적으로다르게 접근할 것”이라고 했다.이 후보는 조세 정책에서도 ‘증세’보다는 ‘감세’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 후보는 당대표 시절이던 지난 3월초 상속세제 개편 방향을 공개적으로 밝혔는데,배우자 상속세 폐지에 동의한다는 것이핵심이다. 민주당은 상속세 공제한도를10억원에서 18억원으로 올리는 방안도내놨다. 이재명 캠프 TV토론 단장인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4월24일 배당성향이능한 것인지 ②‘서민 감세’를 주장하는 이후보의 기조와 막대한 재원을 필요로 하는 ‘기본 시리즈’ 공약이 충돌하는 것은아닌지 ③이 후보가 해당 공약을 실천할의지가 실제 얼마만큼 있는 것인지가 정치권에서 논란이 됐다.‘6·3 장미대선’을 앞둔 지금도 논란은현재진행형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인‘2021년의 이재명’과 21대 대선을 준비하는 ‘2025년의 이재명’이 내놓는 공약, 과거의 민주당과 지금의 민주당이 그리는미래가 너무 다르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다.당장 ‘기본사회’를 대하는 이 후보의태도에 변화가 감지된다. 소득의 분배보다는 경제의 파이(pie)를 키우는 데 공약의 방점을 찍는 모습이다. 그는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념과 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며 실용주의 노선을 강조했고, “기업이 앞장서고 국가가 뒷받침하는민간 주도 정부 지원”을 언급하며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보다는 MB(이명박 정부)식 ‘낙수성장 모델’과 가까운 경박성의 기자 [email protected]경제를 위한 유연한 선회일까, 표심을 노린 위장 전술일까. ‘6·3 장미대선’을 앞두고 ‘달라진 이재명’이 정치권 화두로 부상했다. 한때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큼 진보의 아이콘으로 주목받던 그는 이제 ‘중도보수의 깃발’을 치켜들고 당의 간판 공약을 줄줄이 폐기하거나 변경하기시작했다. 그의 대표 정책이었던 이른바‘기본사회 시리즈’는 대선 국면에서 후순위로 밀려나 사실상 자취를 감췄고,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도 제동이 걸렸다. 동시에 그의 입에선 분배보다는 성장이, 증세보다는 감세 등 ‘보수의언어’가 언급되는 횟수가 잦아졌다.정치권 안팎에서는 “시대 변화에 맞는영리한 선택”이라는 분석과 “권력을 위한포퓰리즘(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정치행태)”이라는 비판이 동시에 제기된다. 대권 갈림길 앞 ‘우회전 깜빡이’를 켠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이재명. 그의 변화는 대권 쟁취를 앞당기는 승부수가 될까, 역공의 빌미를 주는 자충수가 될까.소득 분배보다는 경제 파이 키우는 데 중점“기본소득은 반드시 시행한다.”(2021년 7월22일, 정책공약 기자간담회에서)“기본사회로의 대전환이 시작되는 원년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2023년 1월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나누는 문제보다 만들어가는 과정이더 중요한 상황이다.”(2025년 1월23일,신년 기자회견에서)이른바 ‘기본 시리즈’에 대한 이재명 후보의 ‘갈지(之) 자’ 행보는 선거철마다 논란이 됐다. 공약 이행 시기와 속도가 시점에 따라 미묘하게 바뀌자 보수진영뿐아니라 진보진영 일각에서도 크게 3가지질문이 따라붙었다. ①시기에 따라 공약의 우선순위가 바뀐다면 ‘언제’ 도입 가www.sisajournal.com 35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2024년 11월28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대한민국 주식시장활성화TF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36 www.sisajournal.com정 치시각도 적지 않다. 정치 전문가들뿐 아니라 당 내부에서도 보수 유권자를 의식해 감세와 탈원전 폐기 등을 공약하는 것은 지나치게 표심을 의식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4월18일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TV토론회에서 김동연후보는 “정치권에서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적 감세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 후보의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AI 기본사회공약 등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증세까지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경수 후보 역시 “이 후보가 얘기한 조세지출 조정만으로는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어렵다”며사실상 증세 필요성을 주장했다.한편에선 문재인 정부에서 탈원전에찬성하고 증세 필요성을 강조했던 민주당 의원들이 이 후보의 변화에 아무런이견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을 두고 ‘비겁한 행태’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후보의노선 전환에 대한 공개적 토론 없이 침묵이 이어지는 상황은 당이 표 계산에만몰두하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4월22일 시사저널TV에 출연해 “재원이 많이 들어가는 공약을 발표하면서 당에서는 감세를 얘기하고 있다. 논리적으로 말이 안되는 무책임한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이 진보를 표방한다면마땅히 가야 할 방향이 있는데 이 후보는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라며 “그런데당내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올 여지가 없으면 민주당의 위기는 오히려 집권 후에시작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던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탄핵 책임론’에 힘입어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이재명) 기류가 확산하고 있다. ‘집토끼’가 결집한 상황에서 이재명 후보가 과감히 ‘산토끼’ 사냥에 나설 환경이 갖춰진 셈이다. 즉, 50%를 넘나드는 압도적인 지지율이 ‘이재명의 과감한 변신’을 가능케 했다는 얘기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 후보가 중도층에 대한 정책적인승부수를 던진다면 60%의 득표율도 얻을 수 있다”며 “이는 향후 대통령이 됐을때 국정 운영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李의 변신, 자신감 아닌 불안함의 발로”반대로 ③이 후보의 변화는 자신감이 아닌 불안함의 발로라는 시각도 있다. 이후보의 ‘우클릭’은 지난 대선 패배의 ‘오답노트’를 푸는 과정으로, 여론조사에 표집되는 중도·무당층을 강하게 의식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0.73%p(포인트) 차로 낙선한 바 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역대 최소 격차로,민주당은 보수의 강한 결집세와 중도층공략의 중요성을 절감해야 했다. 이번 대선 국면에서도 ‘반명(反이재명) 빅텐트’ 가능성이 부상하는 가운데, 4월24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에 따르면 아직 지지 정당을 정하지 않은 무당층 비율만 1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 20.0%,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그러나 이 후보의 ‘우클릭’을 비판하는35% 이상인 상장법인의 배당소득에 대해 별도 세율을 적용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이 후보가 4월21일 금융투자협회를 찾아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언급한 지 사흘 만이다. 이에 진보진영 일각에선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가상자산 과세 유예에 이어 민주당이‘부자 감세’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으나, 이 후보 측은 경제 성장을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입장이다.이 후보는 변심한 것일까. 달라졌다면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①민주당은 이를시대 변화에 반응하는 ‘유연한 리더십’이라 자평한다. 국내 정치뿐 아니라 국제정세도, 경제 상황도 시시각각 급변하는가운데 대통령 후보가 지난 대선의 공약을 ‘복사-붙여넣기’ 하는 행태야말로 구태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친명(親이재명)계 의원이자 이재명 캠프의 핵심 관계자는 “트럼프의 재등판,AI(인공지능)의 부상, 비상계엄 모두 3년전 대선 때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변화”라며 “이 상황에서 과거의 이재명과 지금의 이재명이 같다면 그것이 퇴보”라고 주장했다. 이어 “시대 변화에 맞게 유연하고 실용적인 선택을 하는 게 현 시대 리더의 자질”이라며 “낡은 신념과 이념에만빠져 ‘빠르게 가’만 외치다가는 파국을맞는다는 게 윤석열 정부의 교훈”이라고지적했다.민주당 안팎에서는 ②‘12·3 비상계엄’후 달라진 정치 지형이 이 후보의 ‘우회전’을 가능케 했다는 진단도 나온다.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정부 심판론’이 거세게 불며 범진보·중도 진영이 분열했정 치한편에선 문재인 정부에서 탈원전에 찬성하고 증세 필요성을 강조했던 민주당 의원들이 이 후보의 변화에 아무런 이견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을 두고 ‘비겁한 행태’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후보의 노선 전환에 대한 공개적 토론 없이 침묵이 이어지는 상황은 당이 표 계산에만 몰두하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36 www.sisajournal.com
38 www.sisajournal.com정 치조경환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겸임교수(국가정보안보정책연구센터장)국란 극복에는 영웅의 서사가 있다. 10세기 말과 11세기 초, 거란과의 전쟁에서 고려 서희와 강감찬의 승리는 성종의 국가법제 구축과 북방 대비태세, 실사구시의외교, 그리고 용인술의 뒷심이 만들어낸산물이었다. 16세기 말 임진왜란 때 통제공(제독) 이순신의 독보적 전공 뒤에는그를 오래 눈여겨봐온 선조가 있다. 조정은 조선의 전략적 가치로 명을 설득했다.조·명의 육·수군 연합과 군량미 원조를끌어냈다. 비변사를 정책·전략의 컨트롤타워로 세웠다. 정보전에도 힘썼다. 류성룡, 이원익, 김성일 같은 사람을 치밀하게 평가해 썼다.2차 세계대전 종식과 6·25 동란 승전에 미국의 맥아더가 있었다면, 민주당 트루먼 대통령의 안보법제와 의사결정체계정비는 그 펀더멘털이다. 국가안보법을제정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중앙정보국(CIA)을 창설했다. ‘NSC 보고 제68호’는 소련 봉쇄 및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냉전 정책의 토대가 되었다. 일본에 원자폭탄 투하를 결심해 항복을 받아냈다.한국전쟁에는 유엔군을 즉각 파병했다.전란이 끊이지 않았던 한국, 72년간의불완전한 평화는 불안하다. 가장 강고한적을 마주하고 있고, 글로벌 지정학·지경학 대치의 최전선임에도 위기에 둔감해졌다. 역설이다. 안보는 주어진 것으로여긴다. 주한미군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있고, 삼면이 바다이며, 북은 철책으로막혀 있으니 안전하다는 것일까? 한편에서는 최전방의 육군 주력사단 및 국방부 직할의 핵심 부대를 쿠데타에 동원해도 안보에는 뒤탈이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다른 한편에서는 국가정보원과 군 정보방첩기관의 권한 남용·인권 침해 방지법익이 안전보장과 방첩의 피해보다 크다며 그들의 활동 제약을 능사로 안다.주한미군이 안전보장 해주지 않아‘영원한 전쟁의 시대’라고 한다. 군사 충돌의 동시다발 속에 예기치 못한 도전이신흥하는 하이브리드 위협이다. 새로운전쟁은 전선이 분명하지 않다. 눈에 안보이는 경제 전쟁이요, 육·해·공·우주·인지의 모든 영역이 사이버 공간으로 통하는 사이버 전쟁이다. 민간과 공공, 국내외가 통합된다. 국가와 비국가 행위자가 작동한다. 이 전쟁에서는 방패가 더중요하다. 방패는 법제가 좌우한다.큰 위기를 겪고 나서야 법제를 손볼 동전선 분명치 않은 ‘새로운 전쟁’…하이브리드 위협엔 ‘法방패’가 중요‘영원한 전쟁의 시대’에 위기에 오히려 둔감해진 한국, 정보 당국의 활동을 제약정 치안보엔 정파 없어…간첩죄 대상을 ‘적국’에서‘외국’으로 확대하는 데 국회도 동참해야2024년 11월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대외여건 변화에 따른 긴급 경제·안보 점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www.sisajournal.com 392010년 일본 해안경비대는 중국 저인망 어선이 센카쿠열도에 접근하자 선원들을 구금했다. 희토류의 대일 수출금지와 같은 경제 상호의존성을 무기로 한 중국의 경제 압박에 일본은 충격을 받았다.경제 안보 지킬 ‘통합법’ 제정 나서야아베 전 총리는 퇴임 5개월 전인 2020년 4월, 국가안전보장국(NSS)에 경제반을 두고, 3대 경제안전보장전략의 컨트롤타워로 세웠다. 첫째, 경제적 국가책략(statecraft)에 착수했다. 경제력을 이용해 안보의 전략적 정책목표를 구현한다.전략물자 수출과 기술 수출 통제, 외자및 외국인 토지거래 규제를 강화한다. 둘째, 기간 인프라 산업 보호다. 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의 리쇼어링을 지원하며,반도체·첨단 배터리를 전략물자화한다.셋째, 미국·인도·호주 등 쿼드 국가들과협력해 희토류와 5G·반도체의 공급망을 안전하게 한다. 2021년 10월에는 경제안보대신이 신설돼 NSC에 옵서버 멤버로 참여한다. 2022년 5월 경제안전보장추진법이 제정되어 기술 경쟁과 경제 안보의 법제를 갖추게 된다. 북한의 사이버 공격이 국가 인프라와정치·경제·사회 가치, 그리고 개인정보를 소리 없이 위협하는 것은 별도 설명을 요하지 않는다. 한국의 첨단기술 절취와 인력 유인, 안보시설 부근의 땅 매입 등 중국의 경제 안보 침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본은 한국 대법원의‘강제징용 가해 일본 기업에 배상’ 판결을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로 보복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경제 영토와 사이버 공간을 지킬 행정작용 법제는불비다. 공격자를 지속 모니터하고, 적의길목을 지키다가 확인·견제·차단한 뒤,추적해 귀속 책임을 묻고, 거기에 잠복해 장래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 사이버안보법 제정 논의는 20대 국회에 문재인 정부의 안이 제출되었다. 21대국회 때는 ‘조태용안’ 및 ‘김병기안’이 있었지만, 다 무산됐다. 주무관청인 국정원에대한 권한 집중 및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여전한 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유관부처 간 주도권 다툼이 정권 교체 때마다 불거졌기 때문이다. 경제 안보는 통합법을 제정하려는 시도마저 없다.안보법제에 정파성이 작동할 공간은좁아졌다. 형법상 간첩죄의 대상을 ‘적국을 위한 간첩’에서 ‘외국’으로 확대하는데 국회가 한목소리를 내는 게 그 방증이다. 시민 자유와 개인 프라이버시 향유를 국가의 존재 이유라고 할 때, 영웅들을 법제의 갑옷을 입혀 전장에 보내야유효하지 않겠나.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자 IT 강국의 개방성과 창의성은, 지킬때 더 확장된다. 다음 대통령이 진지하게접근할 바다.력을 얻게 된다. 미국은 민주당 클린턴행정부의 1996년 경제스파이법에 이어,오바마 대통령의 2012년 거래비밀절취석명법과 2013년 벌칙강화법으로 산업기밀유출을 간첩죄로 다루었다. 그러나 잇단사이버 공격에 속수무책이었다. 2014년11월 ‘소니 픽처스’ 해킹과 2015년 미 인사관리처의 정보 유출 사건에 놀란 미국은2016년 초당적으로 ‘사이버정보공유 및보호법’을 제정했다. 주요 인프라 공격과영업비밀 유출 사범에 대한 처벌 강화다.2020년 7월, 미 법무부는 코로나19 백신의 연구기밀 탈취를 시도한 중국인 해커를 기소했다. 12월에는 네트워크 관리회사인 ‘솔라윈즈’의 소프트웨어 공급망이 악성코드에 감염돼 3만3000명의 고객과 미 행정부 부처들이 정보 탈취 위험에 빠졌다. 러시아가 배후로 지목됐다.2021년 5월 미국 최대 송유관 업체인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에 대한 랜섬웨어 공격의 파장은 컸다. 2021년 7월, 집권 6개월 만에 국가정보장실을 방문한 바이든대통령은 “미국이 세계 열강 중 한 나라와 실제로 전쟁을 치른다면 사이버 분쟁으로 인한 전쟁이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2022년 3월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이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사이버안보강화법에 서명했다. 에너지와 금융 등 주요 인프라 기업들에 사이버 사건 신고 의무를부과했다.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왼쪽 네 번째)이 4월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사 회40 www.sisajournal.com감명국·이혜영 기자 [email protected]·3 비상계엄 선포로 파면된 윤석열 전대통령의 정치 여정은 ‘헌법 수호’ 선서에서 시작해 ‘헌법 파괴’ 탄핵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대통령의 헌법 수호 의지가시험대에 올랐던 탄핵 국면을 지나왔지만, 국민의 시선은 이제 또다시 대법원으로 향한다. ‘탄핵의 강’을 건너온 대한민국은 ‘대선의 강’ 앞에서 사법부의 결정에 숨죽이고 있다.헌법학자이자 국회의원을 지낸 이상돈중앙대 명예교수는 4월22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운명을 쥔대법원의 결정이 5월 중으로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진단했다. 이 전 대표가 당선될 경우 진행 중인 형사재판은 중단돼야 한다는 견해도 밝혔다. 국가 최고 사법기구인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연쇄적으로 정치 지형 및 판도를 결정하게 된 지금의 상황에 대해서는 상식과타협의 토대 위에 ‘정치력’으로 풀어야 할사안을 모두 법적 분쟁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탓에 우리 사회의 혼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고 비판했다.“선거 전 파기환송, 엄청난 부담 짊어져야”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결과에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대법원이 이를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속도전을 펼치는 양상입니다. 6월3일 대선 전에 선고가 나올 가능성도 거론되는데 어떻게 전망하고 있습니까.“대선까지 약 40일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현실적으로 대법원이 이 전 대표의공직선거법 사건을 대선 전에 매듭짓는것은 어렵다고 봅니다. 전원합의체에 올리는 과정까지는 신속하게 할 수 있지만 12명(조희대 대법원장 및 대법관 13명 중 11명 참여)이 모여 심리를 신속 진행하고 다수결로 결정하는 과정을 대선전까지 마무리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겁니다. 특히 대법원이 ‘상고 기각’으로 이 전대표의 무죄를 확정하는 경우가 아닌,“대법,대선 전 ‘이재명 선고’현실적으로 어려워”인터뷰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李 당선되면 재판 중지가 합리적 해석” “개헌은 필요, 국회 다수석 민주당 의지가 중요…대선주자들도 입장 밝혀야”사 회© 시사저널 이종현
www.sisajournal.com 41슨이 자진 사임하면서 일단락됐지만, 당시 특검은 헌법학자들의 의견을 종합해현직 대통령에 대한 기소와 재판은 불가능하다고 봤습니다. 이 전 대표와 트럼프·닉슨의 사례를 비교한다면 내란·외환의 죄를 제외하고는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이 있는 우리 헌법의 적용은 당선 전에 진행 중인 재판도 중지된다고 보는 게합리적 해석입니다.”“권한대행의 권한 행사, 소극적 관리가 맞아”최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2인을 지명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습니다. 권한대행의 권한 행사를 어느 선까지 둘것이냐를 놓고 매번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고, 이는 국민으로부터 선출된 민주적 대표성에 근간을 둬야합니다. 권한대행은 대통령이 탄핵되고조기 대선이 열리는 60일의 기간 동안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견해입니다. 그 60일 동안은 권한대행이완전히 새로운 정책을 펼치는 등의 중요결정을 내리거나 임명을 할 게 아니라 소극적 관리를 하는 것이 맞습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를 법으로 일일이 다 정할 수는 없습니다. 경우의 수를상정한다 해도 그것을 벗어나는 경우가발생할 수 있습니다. 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은 법적인 부분을 떠나 상식적으로도, 또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관념상으로도 잘못된 것입니다.”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한 권한대행의 재판관임명은 향후 ‘헌법 84’조에 대한 해석 등 여러가지 쟁점을 염두에 둔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계속해서 헌재의 판단이 정치권과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이 커질 듯하고, 이와맞물려 대법원의 판단 역시 중요해졌습니다.“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각각의 역할을하고 있고, 또 해야 합니다. 현재 진행되는 한국 사회의 문제는 시스템 그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이를 운용하는 주체,그리고 정치의 영역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법으로 끌고 들어온다는 데 있습니다. 정부나 국회가 정치적으로 해결을 못하고 사회적인 컨센서스(합의)도 이뤄내지 못하니 헌재나 대법원의 탄핵심판과상고심 선고에 이목이 쏠리게 되는 것입니다. 불과 한 달 전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가 안 나오자 민주당에선 앞으로 헌재를 없애고 대통령 탄핵심판을 국민투표에 붙이자고 했다가, 전원일치 인용 결과가 나온 뒤로는 조용해졌습니다. (윤 전대통령이) 파면된 후 한 권한대행은 조기 대선에서 정권이 넘어갈 가능성이 높으니까 무리하게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임명을 서두르려 했습니다. 이 전 대표의 상고심 관련 논란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법원이 이 전 대표의 어긋난 1심(당선무효형)·2심(무죄) 결과를 놓고 어떤결정을 내릴지, 또 ‘헌법 84조’ 등에 대한해석을 어떻게 할지를 판단하게 되는 전례 없는 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사회가 공유해야 할 가치와 공감, 상식이붕괴되고 극단적 주장이 힘을 얻으며 파당(派黨) 정치가 되고 있는 데서 비롯된현상입니다. 헌재와 대법원도 이 영향을받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큽니다.”이번 탄핵을 계기로 1987년 체제 헌법의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개헌을 통한 새로운 7공화국헌법이 나와야 한다는 의견이 학계와 언론, 정치권 원로 등을 중심으로 대두됩니다.만약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한다면조희대 대법원장이 이끄는 대법원이 그결정에 따른 엄청난 부담을 짊어져야 합니다. 이 전 대표 측에서도 상고 기각 필요성을 계속 주장하고 나올 것입니다. 대법원의 결정이 선거와 맞물려 상당한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대선 직전 선고 가능성은 현실성이 낮다고 봅니다.”대선 전에 대법원 판단이 나오지 않거나, 또 나오더라도 그 결과에 따라 ‘헌법 84조’를 둘러싼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만일 이 전 대표가 당선된다면 현직 대통령의 형사상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조항에 대한 해석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진행 중인 재판은 중단된다고 보는 게 합리적입니다. 법에 모든 상황을 다 규정해놓을 수는 없습니다. 대통령 당선 전에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을 어떻게해야 하는지는 결국 해석의 문제입니다.헌법 84조가 규정한 ‘소추’의 의미가 좁게해석해 기소만을 뜻하는지, 진행 중인재판의 공소유지까지를 포괄하는지가쟁점입니다. 이 불소추 특권 조항은 대통령제인 국가 중에서도 우리 헌법에만 명시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제도입니다.미국조차 불소추 특권은 없습니다. 그런데 그 불소추 특권을 규정해 놓지 않은미국도 대선 전에 재판에 넘겨진 도널드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 되자 그를 기소한 특별검사가 직접 공소 기각을신청했습니다. 특검의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는 해소됐습니다. 의사당 난동 사건과관련해 공모 혐의로 트럼프 대통령을 기소했던 특검은 헌법상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은 없지만, (법무부 지침 등에따라) 공소 기각 결정을 내렸습니다. 과거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한 리처드닉슨 대통령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닉“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진행 중인 재판은 중단된다고 보는 게 합리적입니다. 법에 모든 상황을 다 규정해 놓을 수는 없습니다.”
사 회42 www.sisajournal.com령이 임명하도록 돼있습니다. 그보다는9명의 재판관이 호선(互選)으로 소장을임명하는 것이 더 바람직합니다. ‘탄핵왕국’이 돼버린 상황을 타개할 방안도 마련해야 합니다. 지금은 총리·장관 같은국무위원의 탄핵은 재적의원 과반수 이상이면 가능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국무위원들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와 의결 기준도 모두 대통령(재적의원 과반수 발의, 3분의 2 이상 찬성 시 의결)과 동일하게 조정해야 합니다. 이는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면 국무위원들은 곧바로 직무가 정지되는 것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1987년 당시엔 독재권력의 권한을 약화시키고 국회 권한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릅니다.”지난해 12월 비상계엄과 곧바로 이어진 대통령 탄핵, 그리고 헌재의탄핵 인용 등으로 여전히 정국은 어수선하기만 합니다. 트럼프발 관세전쟁 등으로 대외 환경도 녹록지 않은 형편입니다. 오는 6월 새롭게 출범할 정부와 대통령에게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라고보십니까.“정국 안정이 최우선입니다.정치와 경제, 외교 전방위적으로 대한민국은 격동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우려스러운 것은 지금 대선 출마자들이 파격적이고 개혁적인 공약을 남발하고있다는 점입니다. 무리하고 성급하게 공약을 제시하는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특히 민주당의 경우 국회 다수석을 확보하고 당선인 신분 없이 곧바로 대통령에 취임해 허니문 기간을 갖지못하는 상황에서 무리한 입법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오히려독이 될 수 있습니다. 2020년 총선에서과반석 이상으로 승리한 뒤 오히려 정권교체로 이어졌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습니다.”“개헌은 필요합니다. 국회 다수석인 민주당의 의지가 중요합니다. 저는 정부 형태도 중요하지만, 대선과 총선의 시기를 맞물리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현행 5년 단임제를 끝내고 ‘4년 중임제’로갈 경우 국회의원 선거와 시기를 맞춰서대통령의 임기를 단축하는 안을 논의해야 합니다. 개헌 로드맵을 제시하고 여러방향으로 국민적 논의가 필요합니다. 이재명 전 대표를 비롯해 대선주자들이 이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혀야 합니다.다만 ‘4년 중임제’가 필수적이라고 보진않습니다. 현 제도(단임제)를 보완하기위해 대통령이 4년간, 두 번 연임해야 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그렇게 되면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연임을 위한 인기 영합 정책에만 매달릴 우려가 큽니다. 중임제보다는 오히려 주어진임기에 소신껏 일할 수 있는 단임제가 더나을 수 있습니다.”“4년 중임제보다 단임제가 더 나을 수도”대통령 임기 외에 우선적으로 개헌 논의에서 다뤄야 할 사안엔 어떤 것들이 있다고 보십니까.“국무총리를 없애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장관과 일을 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총리가 있음으로 해서 대통령은 마치 왕과 같은 지위를 갖고, 총리는 국회에서 답변만 하는 역할처럼 돼버렸습니다. 대통령이 주요 정책을 장관과 직접 소통하면서 제대로 일하는 정부를 만들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역대 정부가 청와대나 대통령실내 ‘그림자 권력’인 비서진을 중심으로 국정을 움직였는데, 고착화되면 권위적인정부가 됩니다. 민주화 이후에도 이 같은형태가 유지되면서 ‘성공한 정부’가 탄생하기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하는 방식도 바꿔야 합니다. 현재는 재판관 중에서 대통 © 시사저널 이종현국무총리를 없애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장관과 일을 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총리가 있음으로 해서 대통령은 마치 왕과 같은 지위를 갖고, 총리는 국회에서 답변만 하는 역할처럼 돼버렸습니다.
44 www.sisajournal.com사 회조유빈 기자 [email protected]미디어 시장의 판이 움직이는 것일까.2024년 언론사의 성적은 갈렸다. 주요언론사들의 영업이익과 매출액이 전년보다 감소한 가운데, 신문사 중에서는 한국경제가 약진하며 매출에서 조선일보,중앙일보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방송에서는 TV조선이 영업이익에서 1위를 차지했다. 언론사의 한 해 성적표는 변화하는 미디어 지형과 언론 산업의 주변부를비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언론 비평전문지 미디어오늘과 한국기자협회 공식기관지인 기자협회보 등이 최근 주요 언론사의 영업이익과 매출을 집계해 보도한 배경이기도 하다.언론사들의 실적이 전년 대비 소폭 침체한 상황에서 일부 언론사는 긍정적인실적을 냈다. 전체 언론사 중에서는 TV조선, 동아일보, 한국경제가 영업이익1~3위를 기록했다. TV조선의 2024년 영업이익은 261억원으로, 신문사와 방송사등 모든 언론사를 통틀어 1위였다. 동아일보가 141억원으로 2위, 한국경제가137억원으로 3위에 올랐다.신문사, 영업이익 줄었지만 흑자 기조 유지신문사들은 대체로 흑자였다. 대다수 언론사의 영업이익은 2023년에 비해 소폭TV조선,영업이익 1위…한국경제,조선·중앙과신문사 매출 ‘톱3’로미디어판 새로 짜이나…2024년 언론사 성적표 보니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한국경제 매일경제 연합뉴스© freepik2439 3117 56141 947044 4977 755689-5 -119 6134 13711744-13-100주요 신문사 영업이익▒▒ 2023년 ▒▒ 2024년 (단위: 억원)주요 언론사 2024년 매출액(단위: 억원, 괄호 안은 2023년)766 (756)528 (519)2715 (2842)876 (815)544 (520)2965 (2975)2822 (2736)755 (770)738 (744)2846 (2428)2347 (2336)1599 (1796)12794 (13865)7480 (7436)7684 (8666)2221 (2118)3309 (3422)2458 (2260)3267 (3209)768 (792)1312 (1305)경향신문국민일보동아일보서울신문세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한국일보 한국경제매일경제연합뉴스KBSMBCSBS 채널A JTBC MBN TV조선연합뉴스TVYTN
www.sisajournal.com 45줄어들긴 했지만, 한겨레(-11억원)를 제외하고는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매출을 보면,한국경제가 신문구독 사업과 문화예술 사업 등의 실적으로 매출 2846억원을 기록하며 신문사 매출 ‘톱3’에 진입했다. 조선일보(2965억원)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면서 중앙일보(2822억원)를 밀어낸 것이다. 신문사 매출 4위는 동아일보로 2715억원, 5위는 매일경제로2347억원이었다. 신문사 영업이익에서는 동아일보(141억원)가 1위를 차지했다.방송사들은 방송광고 시장이축소된 여파를 크게 맞았다. 특히 지상파TV 실적이 눈에 띄게 하락했다. SBS-645-881 의 경우 광고수입 542억원,사업수입 439억원이 줄어들면서 259억원의 적자를 냈다. KBS도 수신료 분리 고지 여파와 광고수입 감소 등으로 실적이 악화하면서 88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2023년(-645억원)에 비해 적자 폭도 커졌다.종편은 비교적 ‘양호’, 보도전문 채널 ‘악화’지난해 7월부터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해 징수하면서 KBS의 수신료 수입은감소했다. 광고수입도 전년 대비 290억원 줄어들었다. TV광고 시장이 위축되고 유튜브·SNS 등으로 광고가 이동한영향으로 분석된다. 유일하게 영업이익(66억원)을 낸 곳은 MBC다. 광고수입도전년 대비 120억원 늘어났다.종편 채널은 비교적 양호한 성적을 기록했다. TV조선의 영업이익은 261억원으로, 2023년(188억원) 대비 73억원 늘어났다. 미디어오늘은 오디션 프로그램·음악 프로그램에서 파생되는 콘서트와 음원 수익이 TV조선의 영업이익에 영향을미쳤다고 해석했다. MBN은 122억원, 채널A는 1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JTBC는 지난해 영업적자 287억원을 기록해지난해(-584억원)보다는 영업손실 폭을줄였다.연합뉴스TV와 YTN 등 보도전문 채널의 성적은 지난해보다 악화했다. 연합뉴스TV는 17억원의 적자를 냈다. YTN은자체 모바일 상품권 판매사업(머니콘)에서 ‘티메프 사태’로 인한 미정산 여파 등으로 인해 지난해 267억원의 영업손실을기록했다.KBS MBC SBS 채널A JTBC MBN TV조선 연합뉴스TV YTN77 66346-259-4217 -584-28756122188261 8-17-93-267주요 방송사 영업이익▒▒ 2023년 ▒▒ 2024년(단위: 억원, 지상파-종편-뉴스채널 순)
46 www.sisajournal.com사 회 │ 이동수의 세대 진단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공채를 통해 신입사원을 뽑는 기업에 법인세 감면, 정부 사업 입찰 시 가점 부여,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 우대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 김문수 전고용노동부 장관은 국민의힘 대선후보경선에 나서며 ‘30대 그룹 신입사원 공채장려 정책’을 제안했다. 선거를 앞두고제시되는 일자리 공약이 새삼스러운 건아니다. 일자리 창출 기업에 세제 등의편의를 제공하는 방안 역시 그동안 숱하게 논의되었다. 그런데 이 공약의 방점은‘채용’에 찍혀 있지 않다. 핵심은 ‘공채’다.아직도 채용이라고 했을 때 공채를 떠올린다면 옛날 사람이다. 요즘 일자리를 구하는 청년들, 구체적으로 2000년대에 태어난 Z세대의 구직 환경은 앞선 세대인 밀레니얼(M)의 그것과도 사뭇 다르다. 밀레니얼 세대의 구직 환경은 경쟁이라는 단어로 압축된다. 베이비붐 세대의자녀인 이들은 ‘에코 세대’라는 별칭답게수가 많다. 1980~90년대 초 매년 70만명 안팎의 아기가 태어났다. 2000년대출생아 수는 40만 명 초중반에 그친다.경쟁 강도만 놓고 보면 비교가 안 된다.2011년 93.3대 1까지 치솟았던 9급 공무원 채용시험 경쟁률은 밀레니얼 세대가직면해야 했던 극심한 경쟁을 단적으로보여준다.“한번 중소기업은 영원한 중소기업”Z세대의 삶도 팍팍하긴 마찬가지다. 이들의 고충은 경쟁 강도보다 기회 자체가사라지고 있다는 데 있다. 단지 저성장이 고착되고 국제 분업이 증가하며 일자리가 없어졌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몇 년 전부터 공채를 폐지하고 수시 채용으로 전환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수시 채용에선 아무래도 신입보다 경력직이 선호된다. 경력직 선호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첫 관문부터 그렇게 되공채가 사라진 시대,청년들의 눈물 닦아주려면…공채에서 수시 채용으로 전환하는 시대적 흐름 거스르긴 어려워노동시장 유연성 확보 시급…일자리 자체보다는 ‘디딤돌’ 만들어줘야3월19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5 대한민국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보고 있다. © 연합뉴스
www.sisajournal.com 47을 거쳐 산업의 최전선에서 기업과 나라경제를 이끌었다.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채용 주체인기업들이 직면한 상황을 고려했을 때 공채는 앞으로 점점 더 줄어들 가능성이크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청년 세대의 가치관도 바뀌고 있는데 기업이 과거의 채용 제도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정부가 얼마간의 지원을 해준다고 한들그것이 공채에 따르는 비효율을 온전히보상해 주는 게 아니라면 공채는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다. 직무 관련 경력이 없는 청년들로서는 취업이 더욱 어려워질수밖에 없다.정치권에서 제기되는 일자리 정책은인위적인 방식을 동원해서라도 일자리수치를 개선하는 데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공공 차원에서 일자리를 몇 개 만든다든지, 기업에 각종 지원을 함으로써일자리를 창출하도록 하는 식이다. 이런방법이 필요한 때도 있겠지만 지속 가능하다고 볼 순 없다. 따라서 기본적으로는 공채에서 수시 채용으로 전환되는 시대적 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접근이 요구된다. 노동시장 유연성을 확보함으로써 이직을 통해 계속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를 만들어줘야 하고, 정부가나서서 직무 경험이 없는 청년들을 위해마중물 역할을 해주는 일도 필요하다.구직활동 중인 청년들에게 유명 기업 인턴 기회를 제공하는 서울시의 청년 예비인턴 제도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청년들이 겪고 있는 일자리 문제는 결국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다. 결국은 단편적인 정책보다 그 구조를 바꾸기 위한 노력이 이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더 큰 보탬이 될 것이다.장해 주는 게 아니라면 개인도 직장에인생을 바칠 이유가 없다. 소속보다 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의미에서 “직장보다직업”이라는 말이 유행한다. 기업은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공채가 없다면 어디라도 들어가서 경력을 쌓는 게 낫지 않냐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수도 있겠다. 청년 당사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들은 첫직장 수준이 향후 커리어에도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한다. “한번 중소기업은 영원한 중소기업”이라는 풍자 섞인 농담도있지 않나(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중소기업은 단지 직원이나 매출 규모가 작은 기업을 뜻하는 게 아니다. 조직문화가 나쁘고 근로조건과 처우도 형편없는 기업을 뜻한다).실제로 통계청이 지난해 6월 발표한‘2022년 일자리이동통계 결과’에서도 중소기업 출신 이직자가 대기업으로 옮긴경우는 12.0%에 그쳤다. 대기업에서 대기업으로의 이동은 38.1%였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중압감은 취업 준비 기간의 연장으로 이어진다. 이 기간이길어지면 손을 놓아버린다. 50만 명이 넘는다는 ‘쉬었음 청년’ 중엔 이런 이도 적지 않을 것이다. 개인에게도, 사회적으로도 손해다.단편적인 정책보다 구조 바꾸는 노력 필요사실 공채라는 건 산업화 시대의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절, 기업은 다양한 분야에서 두루 쓰일 수 있는 인재를 필요로했다. 공채는 그들이 양질의 인력을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게 하는 창구였다.그렇게 선발된 신입사원들은 교육훈련어버리니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신규 구직자들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청년들은 말한다. “경력 없는 사람은 어떻게취업하느냐”고.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공채 폐지는2019년 현대차를 필두로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SK·LG·롯데 등이 뒤따랐다. 현재국내 5대 그룹 중 공채 제도를 유지하고있는 기업은 삼성이 유일하다. 수시 채용이 늘어나니 ‘경력 없는 신입사원’ 비중은줄어들었다. 2019년 47%였던 게 2022년40.3%가 됐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23년근로자 500인 이상, 매출액 1조원 이상대기업 100곳의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조사한 결과다. 기업들이 중·고등학교 하나를 통째로 빌려 필기시험을 치르던 장면은 점점 옛것이 되어가고 있다.기업으로선 직무별로 필요한 인력을그때그때 충원하는 게 효율적이다. 시장변화가 빨라지며 예전처럼 상·하반기 채용 일정을 기다리기 어려워졌다. 산업 고도화로 현장에서 요구되는 기술 수준도높아졌다. 준비되지 않은 직원은 그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투입되는 비용을 높인다. 비슷한 맥락에서 공채 제도를 유지해온 또 다른 전제 조건에도 변화가 생겼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과거 기업들은 신입사원을 채용한 뒤끊임없는 교육훈련을 통해 이들을 자사인재상에 걸맞은 일꾼으로 바꿔나갔다.요즘도 온라인에서 떠돌고 있는 모 재벌대기업의 신입사원 수련회 카드섹션은그와 같은 교육의 일환이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시스템이 높은 비용을수반한다는 점이다. 기껏 키워놓은 직원이 몇 년 다니다가 그만두면 회사는 그만큼 손해다. 그런데 요즘 한 직장에 뼈를 묻겠다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잦은이직은 예사다. 어차피 회사가 미래를 보수시 채용에선 아무래도 신입보다 경력직이 선호된다. 청년들은 말한다. “경력 없는 사람은 어떻게 취업하느냐”고.
사 회48 www.sisajournal.com│ 정락인의 사건 속으로정락인 탐사저널 사건전문기자그의 범행은 여전히 의문투성이다. 4월14일 오전 10시쯤 119에 한 여성으로부터 “동생 상태가 이상하다”는 신고가 접수된다. 앞서 이아무개씨(56)는 신고자인 누나한테 “가족이 집단 자살했다”는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신고를 받은 소방은 경찰에 연락해 함께 경기도용인시 수지구의 한 아파트로 출동했다.예상대로 집 안에는 참혹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80대 부부로 보이는 2명, 50대 여성 1명, 딸들로 보이는 20대 여성과10대 여성 등 일가족 5명이 이미 사망한상태였다. 이들은 4개의 방에서 각각 숨져 있었고, 시신의 목 부위에는 졸린 흔적이 뚜렷했다. 수개월 전부터 수면제 준비 ‘치밀한 범행’현장에는 이 집의 가장인 이아무개씨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메모가 발견됐다. 여기에는 ‘내가 범행을 저질렀다. 나도 죽겠다’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경찰은 이씨가 부모와 아내, 자녀들을 살해한 뒤 달아난 것으로 보고, 곧장‘코드 제로(CODE 0·매뉴얼 중 위급사항 최고 단계)’를 발령했다. 그러면서 이씨의 인적 사항과 휴대전화번호, 차량번호, 광주광역시 오피스텔의 주소 등을파악했다. 이씨의 동선은 광주 동구 금남로에 위치한 오피스텔로 향하고 있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광주경찰청에 공조를 요청했다.관할 광주동부경찰서는 이씨의 오피스텔로 출동해 오전 10시33분쯤 그를 긴급체포했다. 당시 이씨는 다량의 수면제를 먹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의식이 혼미한 상태였고,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받았다. 경찰은 이씨가 의식을 회복하자살인 및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했다.이씨는 왜 5명의 가족을 몰살한 것일까.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가족을 살해한이유로 “아파트 분양과 관련한 사업을 하던 중 계약자들로부터 사기분양으로 고소당했고, 이로 인해 엄청난 빚만 지고 민사소송까지 당했다”며 “가족들에게 채무를떠안게 할 수 없어 범행했다”고 진술했다.실제로 광주경찰청에는 이씨를 상대로한 사기 혐의 고소장이 접수돼 있었다. 평소 이씨의 가정에 불화나 가정폭력 신고 이력은 없었다. 이씨는 광주에 사업장을 두고 평일에는 이곳에서 지내고,주말에만 용인에 있는 본가에 들렀던 것으로 파악됐다.사망자들의 부검 결과 몸 안에서 수면제가 발견됐고, 직접 사인은 목졸림이었다. 이씨의 범행은 우발적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치밀하게 계획된 정황이 드러났다. 그는 수개월 전부터 광주의 한 병원에서 여러 번에 걸쳐 수면제를 처방받고약국에서 구입했다. 수면제를 이용한 범행은 계획범죄 수법의 하나다. 피해자를항거 불능 상태로 만들기 위해 수면제를탄 음료나 술을 먹이는 것이다. 이때 범인은 수면제를 준비하는 방법부터 투약방식 등을 숙지한 후 실행한다.이씨는 수면제가 충분히 준비됐다고판단하고 4월14일 밤에 떠먹는 요구르트에 수면제를 넣어 가족에게 먹인 후 이들이 잠들자 차례로 목을 졸라 살해했다. 그는 범행 직후인 새벽시간에 아파트를 빠져나와 자신의 승용차를 타고 광주거주지인 오피스텔로 향했다. 범행 수법과 범행 이후의 행동으로 볼 때 도주 계획과 동선을 미리 짜놓고 각본대로 움직인 것으로 추정된다.광주 오피스텔에 도착한 이씨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으나 경찰이 들이닥치면서 미수에 그쳤다. 사건이 알려진 뒤이씨의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일었다. 비록 가족 간 범죄이기는 하나직계 존·비속과 아내까지 모두 살해해일가족 5명이 숨진 채 발견된 경기 용인시의 한 아파트를주민들이 바라보고 있다. © 뉴스1일가족 몰살한 비열한 가장,진짜 범행 동기는 따로 있었나용인 아파트에서 부모와 아내, 자녀 등 5명 살해 후 극단적 선택 시도‘경제적’ 이유 내세웠지만, 이미 성인이 된 딸 등 범행 대상…납득하기 어려워
www.sisajournal.com 49가장 가까운 직계가족이 모두 숨졌으며,사망자가 5명에 달하는 중대한 피해가발생한 점 등을 고려할 때 피의자 신상공개 필요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경찰은이씨의 신상을 공개할 경우 사망한 피해자들의 또 다른 가족들에게 2차 피해가발생할 우려가 있고, 유족들도 공개를원하지 않아 비공개한다고 밝혔다.광주 분양사기 사건의 핵심 인물이씨는 범행동기로 ‘경제적 문제’를 내세웠다. 그는 광주 분양사기 사건의 핵심 인물이었다. 민간임대주택 용역사 대표인이씨는 2023년부터 광주 동구 산수동에343세대 규모의 협동조합형 10년 민간임대아파트 건설을 추진했다. 협동조합형 민간 임대주택은 추진위원회를 꾸려발기인 5명 이상을 모집하고 부지 80%이상의 사용 동의서를 확보하면 협동조합을 세울 수 있다. 하지만 제도적 허점이 많아 사기 범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이씨는 협동조합 창립준비위원장 A씨,분양대행사 대표 B씨 등과 함께 사람들을 모집하고 임대계약금으로 1인당 1000만~3000만원 상당을 받은 뒤 돌려주지않았다. 협동조합 설립 요건이 충족되지않은 상황에서 발기인으로 돈을 지불한계약자들에 대한 명확한 반환 규정이 없는 상태다. 때문에 계약을 해지해도 투자금을 돌려받기는 어렵다.현재까지 이씨가 추진하는 아파트 건설사업으로 인해 피해를 본 계약자는 8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피해자들은 이씨를 비롯해 A씨와, B씨를 사기혐의로 수사해 달라고 경찰에 고소장을접수했다. 여기에는 협동조합이 정식으로설립되지 않았고, 건설부지 매입 여부조차 불분명한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계약을 진행했다는 내용이 담겼다.관할 지자체인 광주 동구청도 해당 사부모와 처자식 등 일가족 5명을 살해한 이씨가4월17일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용인동부경찰서를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사 회50 www.sisajournal.com│ 정락인의 사건 속으로업이 조합 설립 인가를 받지 않고 계약금을 받고 있어 유사수신행위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경찰은 고소장을 접수한 후 이씨 측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관련 증거를 확보했다. 또한 계약자들에게 사기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되면 알려달라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이씨는 이것을 문제 삼아 업무방해 및피의사실공표 혐의로 경찰서 담당 수사관을 고소하기도 했다. 해당 경찰관이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계약자 정보를 이용해 죄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단체 문자를 보내 수사를 확대했다는 게이유다.범행 후 광주까지 내려간 이유도 석연찮아이번 사건은 역대급 가족 살인이다. 그동안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가장이 아내와자녀들을 살해한 사건은 종종 일어났지만 이번처럼 부모와 처자식 등 일가족 5명을 한꺼번에 몰살한 것은 국내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부모와 자녀들을 한꺼번에 살해함으로써 존속살해와 비속살해가 동시에 일어난 것도 이례적이다. 지금까지 일어난 존속살해의 경우 부모와의 갈등, 학대, 부모의 재산을노린 계획범죄가 대부분이었다. 비속살해도 대부분 범인인 가장이 홀로 남겨질 어린 자녀가 걱정된다며 벌인 범행이었다.하지만 그에 의해 희생된 두 딸은 이미 성인이 되었거나 곧 성인이 될 10대 후반이었다. 그런데도 범행 대상이 된 것이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범행을경제적 어려움에 의한 불가피한 선택인것처럼 합리화했지만 가족을 몰살한 동기로 보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만약 감당할 수 없는 빚이 생겼을 경우 개인회생이나 파산 절차 등을 통해 경제적으로재기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 있다. 사기 혐의로 유죄가 확정될 경우 그에 따른 법적 처벌을 받으면 된다. 더욱이 현행법상 가장의 채무는 상속이나 별도의채무인수 행위를 하지 않고는 타인(가족)에게 이전되지 않는다. 즉 이씨 명의의재산만 해당된다. 50대 아내와 성인인딸은 경제적 활동으로 자립이 가능했다.그런데도 이씨는 오로지 가족을 죽이는 것에만 몰두했다. 또 수개월에 걸쳐수면제를 준비하는 등 오랫동안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것도 이전 가족 살인과는 다르다. 가족을 살해한 이씨가 광주까지 내려가 극단적 시도를 한 것도 의아하다. 처음부터 가족을 죽인 뒤 자신도 그 뒤를 이어 극단 선택을 할 생각이었다면 가족 시신이 있는 용인을 벗어나굳이 광주까지 간 점이 이해되지 않는다.이씨는 누나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가족이 죽었다는 것을 알린 후 4시간 거리의 광주까지 이동했다. 충분한 시간을확보한 경찰이 자신을 추적하고 광주 거주지로 들이닥칠 것을 미리 계산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정황에 따라 이씨의 극단 선택 시도가 연기였을 가능성도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처럼이씨의 범행 동기가 석연치 않다. 범죄전문가들도 이씨가 진짜 범행 동기를 숨기고 있는 건 아닌지, 실제 또 다른 범행동기가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자식이 부모를 죽이는 ‘존속살해’와 부모가 자식을 죽이는 ‘비속살해’가 최근 끊이지 않고 있다.법률적으로 자신의 부모와 조부는 존속, 자녀들은 비속으로 분류한다. 자신의 배우자나 자신과같은 항렬에 있는 형제자매 등은 존속도 비속도 아니다. 요즘에는 가족의 범위가 다양화하고 있어 존속과 비속 그리고 형제 또는 자매를 통틀어 ‘친족’으로 명명하기도 한다.조사에 따르면 부모가 자식을 죽인 비속살해의 경우 범행 원인은 가정불화, 경제 문제, 정신질환 순으로 많았다. 자식을 죽인 부모들의 연령은 30~40대가 80%를 차지했다. 피해 자녀의연령은 절반이 넘는 59%가 0~9세로 나타났다. 그다음으로는 10~19세 순이었는데, 부모에게 대항하기 어려운 어린 나이에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고 볼 수 있다. 현행법상 존속살해죄는보통 살인보다 형을 가중해 처벌하고 있다. 형법 제250조 2항은 직계존속을 살해할 경우 사형이나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한 일반 살인죄보다 형량이 무겁다.그런데 법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똑같은 친족 살해인데, 부모를 살해한 자식은 가중처벌하고, 자식을 죽인 부모에게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논란은 비슷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반복됐다. 가중처벌해 형량을 높이는 것이 자녀 살해를 막을 수 있는 대안인지에 대해서는 찬반 논란이 있지만, 법의 형평성을 벗어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부모 없이 자녀가 혼자 남았을 때 다른 가족이나 복지제도가 남겨진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허술한 사회안전망도 비속살해를 부추기는 원인으로 지적된다.존속살해나 비속살해는 가정의 붕괴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비극이다. 전문가들은 사건이일어날 때마다 공분하기보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강조한다.끊이지 않는 친족 살인, 예방 시스템 마련 시급부모와 처자식 등 일가족 5명을 살해한 이씨가 4월15일용인동부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