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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by K Radio 1230 우리방송, 2025-12-04 01:29:04

127호 (2025년 5월)

52 www.sisajournal.com특 집정윤경 기자 [email protected]결국 ‘의사불패’ 신화는 이번에도 깨지지않았다.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이 ‘도로 3058명’으로 돌아가면서다. 지난 문재인 정부 때 ‘버티면 이긴다’는 것을 터득한 의사들은 윤석열 정부의 ‘의료 개혁’이 시작되자 4년 전과 똑같이 행동했다.의대생은 의사 국가시험(국시)에 응시하지 않았고, 전공의는 환자를 뒤로하고가운을 벗어던졌다. 그사이 수많은 응급환자가 목숨을 잃었고, ‘아프면 안 된다’는 불안이 한국 사회를 엄습했다.정밀한 접근 없이 발표된 ‘의대 증원2000명’이 의료 대란의 시발점이 됐다는 점에서 윤석열 정부도 책임을 피하기어렵다. 특히 증원안의 최종 결정권자인윤석열 전 대통령과 정책의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려진 당시 안상훈 대통령실사회수석(현 국민의힘 의원)·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 등은 의료 대란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천공, 尹·김 여사와 휴대폰 핫라인 쓴다”4월25일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윤전 대통령은 의대 증원으로 인한 ‘파장’보다는 ‘당위성’에 방점을 찍고 정책을 밀어붙였다. 국민의 70% 이상이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는 것에 찬성한다는여론조사 결과는 당위성에 힘을 실었다. 윤 전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증원분2000명에 대한 협상은 앞으로 없을 것이란 뜻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진다. ‘큰 줄기’만 바라보고 ‘잔가지’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윤 전 대통령의 성향이 의대 증원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고 측근들은 말한다.윤 전 대통령은 의료 개혁에 대한 역풍에 대해서도 막아설 자신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설령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의사단체의 반발이 있다고 할지라도증원을 강행하면 백기를 들 것으로 믿었다는 것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 때 의대생결국 대참사 불러근거 취약한尹 정부의 ‘2000명 아집’,


www.sisajournal.com 53이 국시를 거부하고 전공의들이 집단휴진한 탓에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 증원이무산된 전철을 밟지 않겠다고 자신했다.그런데 윤 전 대통령이 생각한 것보다 빨리 전공의와 의대생이 병원과 학교를 떠났고, 투쟁 규모도 걷잡을 수 없이 커져적잖이 당황한 것으로 알려진다.윤 전 대통령이 ‘2000명 증원’을 단행한 배경에는 역술인 천공(본명 이천공)의입김이 작용했다는 주장도 있다. 천공은윤 전 대통령의 멘토를 자처하는 인물이다. 천공을 수차례 만났던 대기업 임원 A씨는 시사저널에 “천공이 윤 전 대통령에게 의대 증원 정책의 방향성과 증원 숫자에 대해 조언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천공과 그의 여제자, VIP(윤 전대통령), 김건희 여사 등 4명이 핫라인을쓴다”고 말했다. 천공 개입설은 국회에서도 거론된 바 있다. 지난해 6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개최한 청문회에서는 ‘이천공’을 따서 2000명이 증원된 것이냐는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안상훈, 의대 증원 2000명 무산에 발 빼나”의대 증원 외에도 윤석열 정부의 굵직한정책에 천공의 손이 뻗쳤다는 것이 A씨주장이다. 대표적인 것이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다. 천공은 지난해 5월 유튜브 채널 ‘정법시대’에서 “우리는 산유국이 안 될 것 같은가.우리도 산유국이 된다”며 “이 나라 밑에가스고, 석유고 많다”면서 “예전에는 손댈 수 있는 기술이 없었지만 지금은 그런게 다 있다”고 주장했다.천공이 해당 영상을 올린 지 한 달도안 돼 윤 전 대통령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최대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과가 나왔고, 유수 연구기관과 전문가들 검증도 거쳤다”며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발표했다. A씨는“천공이 사석에서 동해 가스전 개발사업천공 개입 의혹 제기되는 ‘의대 증원 2000명’…안상훈·박민수 주도이주호 ‘증원 백지화’ 꺼내들자 한덕수 “반드시 책임져라” 경고도단독❶ 2024년 9월5일 서울 이대목동병원 앞에 매주 수요일 오후 5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30분까지 응급실 야간 진료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는 모습 © 시사저널 박정훈❷ 2024년 8월27일 서울아산병원 응급의료센터(응급실) 앞에서 환자와 보호자가 대기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❶❷


54 www.sisajournal.com특 집과 경기도를 서울에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을 여러 번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정치권에서 해당 정책이 실제 오르내리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의대 증원문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추측했다.윤 전 대통령의 확고한 의대 증원 의지가 정책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설계도를그린 ‘투톱’은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현 국민의힘 의원)과 박민수 보건복지부2차관으로 꼽힌다.안 의원은 서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스웨덴에서 석·박사를 취득한복지·연금 전문가로 평가된다. 윤 전 대통령과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시절부터 호흡을 맞췄다. 이를 계기로2022년 5월 윤석열 정부 대통령비서실의 첫 사회수석비서관으로 임명됐다.안 의원은 대통령실에서 의대 증원 정책의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려진다. 취재에 따르면, 그는 의대 증원 정책을 윤석열 정부의 보건의료 분야 국정과제에포함시키는 등 정책 추진에 박차를 가했다. 의사단체도 ‘의대 증원 2000명’을 주도한 인물로 안 의원을 지목했다. 당시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었던 임현택전 의협 회장이 “이 사태를 초래한 안상훈 전 대통령실 사회수석 (국회의원 비례대표) 공천을 취소해야 정부와 협상할수 있다”는 조건을 내걸었을 정도다.그러나 ‘대통령실 사회수석’에서 ‘국회의원’으로 옮겨가면서 안 의원의 입장은미묘하게 달라졌다. 그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결정은 내가 용산을 나오고 두 달 후에 이뤄졌다”며 “사태가 이렇게 오래갈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고 자신과 관련한 의혹에 선을 그었다.대통령실·총리실, 막판까지 이주호 만류안 의원이 돌연 입장을 선회하자 대통령실 관계자들도 적잖이 당황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윤 정부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안 의원이 국회의원에 출마하기 전까지 2년 동안 의정협의체를비롯한 의대 증원 정책을 관할했다”면서“윤석열 정부의 4대 개혁이 지지를 받을때는 자신의 공으로 돌리다가 의대 증원이 무산되니까 발을 빼는 것인가”라고반문했다. 시사저널 취재진은 이와 관련한 안 의원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와 문자를 남겼지만 본지 취재에응하지 않았다.또 다른 한 축인 박민수 차관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조규홍 복지부장관이 같은 과 2년 선배다. 박 차관은30여 년간 복지부에서 공직생활을 이어와 보건복지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윤석열 정부의 첫 복지부 차관으로 거론됐지만 불발됐고, 2022년 10월까지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비서관실 보건복지비서관으로 근무한 뒤 같은 달 24일 복지부 2차관으로 발탁됐다.그는 의대 증원 2000명의 정당성을 역설하는 ‘스피커’ 역할을 도맡았다. 박 차관은 지난해 5월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중앙사고수습본부 제44차 회의’를 열고“의대 증원 2000명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오랜 시간 논의 끝에 정부에서내린 정책적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35년까지 1만 명이 부족하다는추계 결과는 지난해 6월 ‘의사인력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 등에서 충분히 논의됐다”며 “이를 위해서는 2025년부터 최소2000명 의대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점은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대외적으로 강경 발언을 쏟아내 의료계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박 차관은 집단휴직한 의사들을 향해 “대한민국의의사가 하나도 현장에 남아있지 않는다면 전세기를 내서라도 환자를 실어 날라서 치료하겠다”며 “거기에서 발생하는 모든 비용에 대해서는 (의사들이) 다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의 골은 박 차관의 ‘의새’ 논란으로 한층 더 깊어졌다.그는 지난해 2월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독일, 프랑스, 일본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동4월23일 지방에서 올라온 환자들이 삼성서울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등으로 가기 위해 서울 강남구 수서역 버스정류장 앞에서 셔틀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 시사저널 박정훈


www.sisajournal.com 55안 의사들이 반대하며 집단행동을 한 일은 없다”고 발언하는 도중 의사를 ‘의새’로 발음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통상 특정 직업 뒤에 붙는 ‘-새’는 비하 표현으로 여겨진다. 이에 의료계는 그의 경질을요구했고 의·정 갈등은 더 커졌다. 의협관계자는 “온갖 막말로 일부러 의사들을 자극해 이 사태를 오늘날까지 악화시킨 장본인”이라고 박 차관을 비난했다.윤석열 정부의 ‘의대 증원 2000명’ 고집은 결국 1년2개월 만에 난관에 봉착했다.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한 의대생은‘집단휴학’ 카드를 꺼내들었고 정상적인의대 교육은 불가능해졌다. 이로 인해의사 양성이 지연됐고, 졸업 후 의학 교육인 전공의 수련(인턴, 레지던트) 과정에도 공백이 생겼다. 전문의 배출과 군의관, 공중보건의(공보의) 수급에도 줄줄이 문제가 발생했다. 의사 양성 체계는꼬일 대로 꼬여버렸다.“증원 재논의도 아니고 무산이라니” 분통결국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나서 ‘증원 백지화’를 꺼냈다. 이 부총리는 4월17일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 규모인 3058명으로 확정했다고발표했다.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5058명으로 2000명 늘린 지 1년여 만에 증원전과 같은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2000명 증원을 백지화한 이 부총리의발표를 두고도 후폭풍이 거셌다. 취재에따르면, 이 부총리 혼자 ‘의대 증원 백지화’를 내세웠고 대통령실과 국무총리실은 막판까지 그를 뜯어말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나서이 부총리에게 “당신이 반드시 책임지라”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진다. 백지화를 발표하는 이 부총리의 브리핑 현장에도 복지부 관계자는 배석하지 않았다.이에 환자단체는 분통을 터뜨렸다.2000명이라는 증원분에 대해 재논의를하는 것도 아니고 의대 증원 자체를 무산시키면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환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의사 수가 부족하고,비수도권에서 ‘원정 진료’를 받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에서 만난 박아무개씨(57)는 진료당일 KTX가 매진돼 전날 부산에서 SRT를 타고 왔다고 했다. 박씨는 “2009년 발병한 이후부터 3주마다 한 번씩 서울에오고 있다”며 “많게는 한 달에 세 번씩올라오기도 한다”고 했다.71세 아버지의 전립선암 치료를 위해이곳을 찾았다는 김아무개씨(50)도 사정은 비슷했다. 김씨는 경남 산청에서 자차로 병원까지 4시간30분 걸렸다고 했다.그는 “하룻밤 자고 간다고 가정하면 교통비, 톨게이트비, 식비 등 약 30만원이든다. 이제는 병원비보다 경비가 더 부담스럽다”고 고충을 털어놨다.환자들은 더 이상 원정 진료를 하고싶지 않다며 비수도권에 의료 인프라가확충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씨는“생업을 중단하고 매번 경남과 서울을왕복하는 게 솔직히 쉽지는 않다”며 “지방에도 믿을 만한 대학병원이 분포돼 있다면 환자들과 가족의 고통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국민과 환자는 의사 인력 증원과 의료 개혁을 통해필수·지역 의료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계획을 믿고 지난 1년2개월 동안 의료 개혁에 막대한 건강보험 재정과 세금을 투입한 것에도 반대하지 않았다”면서 “그 결과가 의대 증원 정책 포기라니 참담하다”고 토로했다. 중증환자 단체인 한국중증질환연합회도 “교육부의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 원점 조정은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발표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2024년2월6일정부, 의대 입학정원2000명 증원 발표 대한의사협회에 집단행동 및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2월19일전공의들 집단사직서 제출정부, 전체 수련병원 전공의 대상 진료 유지명령2월20일주요 병원 전공의들 오전 6시부터 근무 중단정부, 미출근 전공의들에 업무개시명령.의대생들, 집단휴학계 제출2월23일 정부, 보건의료재난 위기경보 최상위 단계‘심각’으로 상향3월25일 전국 의대 교수들 집단사직서 제출5월24일한국대학교육협의회, ‘2025학년도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 변경·승인 전국 의대 2025학년도 모집인원1509명 증원 확정6월4일정부, 전공의와 소속 수련병원에 내린 진료유지명령, 업무개시명령,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 등 철회6월18일 의협 주도 의료계 전면휴진 및 총궐기대회개최6월19일 대법원, 의대 증원 효력 집행정지 신청 최종기각7월8일 정부, 복귀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전공의에대해 면허 정지 등 행정처분 철회10월29일 정부, 의대 운영 대학 자율적 휴학 승인 허용12월9일 2025년도 수련 전공의 모집 총 314명 지원2025년1월10일 정부, 전공의에 수련 특례 입영 연기 발표1월19일전국 221개 수련병원 사직 전공의(레지던트)9220명 대상 상반기 전공의 모집에 199명(2.2%) 지원3월7일정부, 의대 교육 정상화 방안 발표 ●2026학년도 모집인원 3058명 복귀,의대 정원은 5058명 유지 ●의대생들 미복귀 시 학칙대로 제적·유급조치4월2일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 국회 통과:2027학년도 이후 의대 정원은정부직속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전문가포함)에서 심의한다는 내용4월17일정부,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3058명으로 확정 의대 정원은 5058명 유지3058명▼5058명5058명▼4567명4567명▼3058명의대모집인원‘의대생 증원’ 의·정 갈등 주요 일지


특 집56 www.sisajournal.com박기영 순천대 교수·전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4월20일, 의사들이 서울 세종대로에 모여 “의료 정상화”를 외쳤다. 정부의 의대 정원확대 정책을 백지화시킨 ‘완전한 승리’ 이후였다. 하지만 정작 “의료 정상화”를 외쳐야 할 사람들은 의사가 아니라 우리국민이다.이번 의료 사태 속에서 전공의들이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 환자 생명을 지키기 위해 헌신했음을 많은 국민이 확인했다. 이들이 병원을 떠나자 응급환자 치료는 지연됐고, 병원을 전전하는 ‘병원 뺑뺑이’ 현상이 심화됐으며, 평소보다 사망률이 상승했다. 중증 수술이 연기되거나중단되었고, 일부 국립대학병원은 정상진료조차 어려운 상황에 놓이며 국민 불안은 커져만 갔다.의료 위기를 겪으며 우리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의 문제를 더 뚜렷하게 확인했고, 동시에 해법에 대한 공감도 확산됐다. 이제는 정부·의사단체·의과대학생·정치권·시민사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사회적 합의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해야한다. 그럼에도 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정원을 20년 전 수준인 3058명으로 되돌리자, 의사단체는 더 큰 양보를 요구하며 ‘전국 의사 궐기대회’를 다시 개최했다. 이는 국민의 시선에서 비판을 피하기어렵다.‘타 집단보다 우월’ 인식 뿌리 깊게 자리 잡아특히 주목할 점은 의과대학생과 전공의들이 지나치게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는 점이다. 심지어 2000명 의대 정원 증원의 혜택을 받은 2025학년도 신입생들까지 수업을 거부하는 등 일체감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집단이익수호를 넘어 폐쇄적이고 동질성이 강한의대 내부 문화, 그리고 타 집단보다 우월하다는 인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교육적 구조의 결과로 보인다.의사 윤리, 공공보건, 지역보건 등 공익 중심 가치의 내면화가 충분하지 않은상황에서 조직 내부의 동조 압력과 행동 참여의 강제성이 작용한 측면도 있다. 이는 단순한 파업을 넘어 한국 의학교육과 전문직 문화의 한계를 보여주는사례다.한국의 의료체계는 1970년대 후반 사회보험 기반의 공공의료 보장체계 구축을 통해 형성되었다. 이후 빠르게 전 국민 건강보험을 달성하며 세계적으로도모범적인 의료 접근성과 양질의 진료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그러나 현재 의료공급기관의 90% 이상을 민간 병원에 의존하는 시장 중심 구조 속에서 의료비통제와 형평성 제고를 동시에 추구하는의료체계의 한계가 점차 드러나고 있다.필수의료 분야의 인력 기피와 지역 간 의료 불균형, 그리고 지속 가능성 위기가복합적으로 얽혀 있다.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등 고위험·저수익 분야는 지원자감소로 인력 부족이 심각하다. 실제로분만 가능한 산부인과나 응급실이 폐쇄되는 사례가 지방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환자들이 병원을 전전하다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진료를 받기 위해 서울로 향하는 전라선과 호남선 KTX 새벽 첫차는 환자들로 가득 차 있으며 사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기차표 구하기조차 어렵다. 2023년기준 전남은 전체 진료비의 33%, 경북은36.5%를 지역 외부에서 지출하고 있다.전남은 1조8000억원, 경북은 2조4000억원 규모다. 교통비와 숙박비 등 부대비용까지 더하면, 중증질환이 발생했을 때지역 주민이 감당하는 의료비 부담은 수도권보다 훨씬 크다.의료기술 고도화와 자본 집중이 맞물리며 ‘빅5’로 대표되는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에 진료 수요가 몰리고, 지역 의료“의료 정상화 외쳐야 할 사람은의사들 아닌 국민이다”25학번 신입생도 수업 거부…집단이익 수호 넘어 폐쇄적인 의대 문화 나타나지역 대학 기반 의사제 도입하고 지역 할당제 강화해 ‘지역 의사’ 육성해야


www.sisajournal.com 57지역 거점 의과대학을 활성화하고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환자와 의료 인력 및인프라를 지역으로 분산시켜야 한다. 의사 수 증가는 불가피하며 동시에 ‘지역기반 의사제도’를 도입해 지역에 기여할의지를 갖춘 인재를 선발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해 지역의사를 육성해야 한다. 지역 할당제를 강화하고, 교육·수련·근무까지 지역 내에서 이루어지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지금은 첨단기술 패권경쟁 시대다. 반도체와 인공지능 등 국가전략산업을 이끌 인재 풀의 고갈은 장기적으로 한국의기술 경쟁력을 위협할 수 있어 우수 이공계 인재의 의대 쏠림이 우려되므로 핵심산업 인재의 풀을 지키는 것도 국가의 과제다.의료 개혁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동시에 지역균형발전과 과학기술경쟁력까지 염두에 둬야 하는 국가적 과제다. 환자 중심의 시각에서, 지역과 국가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설계하는 의료개혁이 되기를 기대한다.련된 정책 영역으로 이해당사자가 매우다양하고, 민간과 공공의 막대한 자원이소요된다.이처럼 복잡한 구조 속에서 이루어지는 거대 정책을 단 하나의 정책 패키지로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접근은 근본적으로 무리였다. 특히 교육 여건도 확충해 놓지 않고 협의도 생략한 채 의대 정원을 해마다 2000명씩 증원하면서 동시에 필수의료·지역의료·공공의료 확충까지 추진한 윤석열 정부의 정책 설계는매우 미숙했다.이제는 ‘환자 중심의 의료 개혁’이라는 대원칙 위에서 근본적인 해법을 수립해야 한다. 의대 입학 정원의 증원, 필수의료 확보, 지역의료 강화, 공공의료 확충 등 의료 개혁은 멈추어선 안 된다. 특히 거주지와 무관하게 아프면 적절하게진료받을 수 있도록 환자 중심으로 의료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현재의 의과대학과 상급종합병원 위치가 교통의 발달에 따른 지역주민 동선과 일치하지 않아생기는 의료 공백 지역도 있다.기관은 무력화되고 있다. 이는 결국 지방의 의료 공백을 심화시키는 구조적 악순환을 낳고 있다. 수도권에 대형병원이 신설되고 병상 수가 크게 증가하면서 지방의과대학 졸업생 상당수가 수련을 위해서울로 이동하고, 다시 지역으로 돌아오지 않으면서 지방의 의료인력난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지방 중소도시의 병원은 환자 감소와인력 부족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으며 농어촌의 1차 의료기관도 고령화된 의사들이 은퇴하면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동네병원’을 찾기조차 어려운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환자 중심의 의료 개혁’이 중요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 지역의료 공동화는 불가피하고, 이는 지역균형발전을저해해 국가의 지속 가능성마저 위협할수 있다. 2023년 한국의 연간 총 의료비는 약 221조원으로 GDP의 9.9%를 차지하며, 국민 1인당 약 489만원을 지출했다. 의료는 국민 모두가 직간접적으로 관4월20일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 세종대로에서 열린 ‘의료정상화를 위한 전국 의사 궐기대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Life & Health노진섭 의학전문기자 [email protected]치료 효과가 가장 좋은 시간을 의미하는골든타임은 뇌졸중 치료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충수염 치료에도 골든타임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발병 후 24~48시간 이내에 수술로 치료하지 않으면, 심각한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특히 노인과 어린이는 통증을 잘 표현하지 못해 골든타임을 넘긴 뒤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소장이 끝나고 대장이 시작되는 부위에 맹장이 있으며, 그 끝 부분에 속이 빈주머니 모양의 충수(충수돌기)가 붙어있다. 7~10cm 길이의 곤충처럼 생긴 이충수는 그동안 특별한 기능이 없는 퇴화기관으로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장내 세균의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이 충수에염증이 생기는 질환을 충수염 또는 충수돌기염이라고 하며, 염증이 맹장까지약간 퍼질 수 있어 과거에는 맹장염으로잘못 불리기도 했다. 맹장염은 맹장에생긴 염증질환을 말한다.충수염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갑자기 발생할 수 있으며, 매년 10만 명 이상이 충수염 수술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내 전체 수술 건수 중 백내장이나 치질처럼 생명과 직접적인 관련이적은 질환을 제외하면 매우 높은 수치에해당한다. 유승범 서울대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충수염은 기대 수명이 길어질수록 평생 발병 위험도 함께 증가한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고령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사회에서는 충수염 발생 건수도 증가한다”고 말했다.굳은 대변이 충수 막으면서 염증 시작충수염은 충수 내부가 어떤 원인으로든막히면서 시작된다. 충수는 끝이 막힌,길고 좁은 주머니 모양의 구조이기 때문에 한 부분이 막히면 전체가 쉽게 폐쇄된다. 고인 물이 썩는 것처럼, 입구가 막히면 충수 내에 있던 세균이 증식하고,점막에서 분비되는 액체가 배출되지 못한 채 점점 쌓이면서 내부 압력이 높아지고 충수가 팽창하게 된다.충수를 막는 것은 돌처럼 굳은 대변(분변석), 기생충, 종양, 림프 조직 등이다.나이에 따라 충수가 막히는 양상이 조금다르다. 어린이의 경우, 감기나 장염 등을 유발하는 세균에 감염된 후 충수염에걸리는 사례가 많다. 그 세균이 분비하는 독성 물질로 인해 림프 조직이 과도하게 부풀면서 충수 외부를 압박해 내부가폐쇄되기 때문이다. 반면, 성인의 충수염은 대부분 굳은 대변이 충수 입구에 박히면서 발생한다.58 www.sisajournal.com© 시사저널 임준선‘맹장염’은 옛말…복통·구토 방치하다 패혈증으로수술은 24~48시간 안에…빠른 진단이 생명을 지킨다하찮게 봤다간 큰일…‘충수염’, 골든타임 넘기면생명에 큰 위험


www.sisajournal.com 59한다. 가장 정확한 진단은 복부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나 초음파 검사다. 복부 CT 검사로는 충수의 천공이나 농양유무까지 확인할 수 있다. 어린이나 임신부는 주로 초음파나 MRI(자기공명영상)로 검사한다.충수염으로 진단되면 즉시 수술(충수돌기 절제술)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수술은 충수염 치료의 기본 원칙으로, 염증이 생긴 충수 자체를 제거하는방식이다. 예전에는 배를 직접 열어충수를 꺼내는 개복 수술을 주로 했지만, 요즘은 대부분 복강경 수술로 진행된다. 복강경 수술은 복부에 작은구멍 2~3개를 뚫거나,경우에 따라 배꼽 부위에 구멍 하나만 뚫고 진행한다. 이러한 방법은 흉터가 거의 남지 않고, 회복도 빠르며, 일상생활로의 복귀가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충수염 수술은 염증이 심해지기 전에,즉 천공이나 농양이 생기기 전에 충수를제거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충수염이 이미 많이 진행돼 천공이나 농양, 심지어 복막염까지 생긴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경우 수술이 복잡해지고, 충수뿐만 아니라 인접한 소장이나 대장 일부까지 함께 절제해야 하는큰 수술이 될 수 있다.그래서 최근에는 먼저 복강에 관을 삽입해 고름이나 염증 물질을 배출하고,항생제로 염증을 가라앉히는 치료를 먼저 시행한다. 이후 6주 정도 지나 염증이 충분히 가라앉은 시점에, 충수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수술을 진행하는 방식이 선호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소장과대장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고, 수술 위험도도 낮출 수 있다. 충수를 떼어내도이후, 폐쇄된 충수 내부에서 염증과궤양이 발생한다. 염증과 궤양으로 약해지던 충수 조직의 한 부분이 찢어지면서천공(구멍이 뚫림)이나 농양(고름 주머니)이 생긴다. 발병 후 2~3일 이내에 충수염 환자의 절반 이상에서 천공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구멍을 통해충수 내부에 있던 세균과 염증 물질 등이 복강 내로 흘러나온다. 이에 따라 복막염이 유발되고, 이것이 심해지면 장기기능 부전을 초래하는 패혈증으로 진행돼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따라서 충수염증상이 의심되면 되도록 빨리 병원을 방문해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령자, 소화불량 간과하지 말아야그렇다면 언제 병원을 방문해야 할까. 초기에는 구토나메슥거림 등 체한 것 같은느낌이 든다. 그래서 병원을 찾기보다는 소화제를 먹는 경우가 많다. 충수염의 특징적인 증상은복통이다. 처음에는 일반복통처럼 상복부나 배꼽 주변에 모호한 복통이 생긴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복통이 우측 하복부로 이동하는 특징을 보인다. 충수위치는 사람에 따라 조금 다를 수 있으므로 우측 옆구리에 통증이 생길 수도있다. 복통과 함께 미열이나 한기를 느끼기도 한다.대체로 충수염 복통은 허리띠조차 맬수 없을 정도로 심하다. 그런데 노인층에서는 충수염 복통이 심하지 않게 나타날 수 있고, 통증을 잘 느끼지 못할 수도있다. 또 어린이는 복통을 잘 표현하지못하거나 병원에 가는 것이 두려워 통증을 숨기기도 한다. 유승범 교수는 “복통이 4~6시간 지나도 해소되지 않고 우측충수(충수돌기)염, 급성 담낭염 같은 다른 질환과 증상이 비슷할 수 있다. 그래서 병원에서는정확한 진단을 위해 여러 가능성을 비교해 살펴보는 감별 과정을 거친다. 충수염 진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가손으로 환자의 배를 눌러보는 복부 촉진이다. 충수가 위치한 부위를 눌렀을 때통증(압통)이 생기고, 눌렀던 손을 떼면더 심한 통증(반발통)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충수에 염증이 생기면 우리 몸은 백혈구를 많이 생산해 방어한다. 따라서 혈액 검사로 백혈구가 증가했는지도 확인하복부로 이동해 점점 심해지는 경우에는 충수염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특히 고령층에서 충수염은 경과가 빠르고 합병증도 잘 생긴다. 그런데 고령층이 느끼는 복통은 젊은 사람과 같지 않아 천공이나 농양이 생긴 후에 발견해치료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고령자일수록 소화불량이나 복통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충수염으로 인한 복통은 배란통, 골반자료: 서울대병원


60 www.sisajournal.comLife & Health생존이나 삶의 질에 큰 영향은 없다. 일반적으로 충수염 환자는 수술 2~3일 후퇴원할 수 있다. 농양이 있던 경우도 고름만 잘 빼내고 염증이 없으면 수술 후일주일 내로 퇴원할 수 있다.최근에는 충수염을 수술 없이 치료하려는 비수술적 접근도 연구되고 있다. 대표적인 방법은 수액과 항생제를 이용한치료법이다. 수액은 탈수를 막아 전신상태를 안정시키고, 항생제는 염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이 치료법은 세계적인 의학저널(NEJM)에도 보고된 바 있어 의료계에서도 주목받았다. 하지만 한가지 큰 한계가 있다. 항생제로 염증은완화할 수 있지만, 충수염의 주요 원인인 굳은 대변을 제거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치료 직후에는 호전되더라도 염증이 재발할 위험이 높고, 결국 다시 충수를 제거하는 수술이 필요해지는경우가 많다. 따라서 수액과 항생제 치료는 아직까지 충수염의 표준 치료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충수에 박힌 굳은 대변을 녹일 수는없을까. 의료계는 약물로 굳은 대변을녹이는 방법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본다. 하지만 약물로 대변을 녹인다 해도, 충수에 다시 대변이 낄 위험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는 충수염이 재발할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의미다. 반면, 충수염 수술은 한 번의 치료로 염증을 완전히 제거하고 재발 및 합병증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수술 시간이 30분 정도로 짧고, 비용도 비교적 부담되지 않는 수준이다. 따라서 의료 현장에서는 굳이 비싼 비용을 들여 약물을 개발할 필요성이크지 않다고 본다.비수술적인 치료법 중 하나인 항생제치료의 가장 큰 단점은 약물 내성균이생기면 치료 효과가 떨어지고, 결국 염증이 재발할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또 충수 주변에 염증이 지속되면 충수 조직이 굳어지거나 섬유 유착이 생길 수 있다. 이로 인해 추후 수술이 필요한 경우,이미 변형된 충수나 주변 조직으로 인해수술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결국 충수염이 만성화될 위험이 크다.충수 제거하는 수술이 충수염 치료의 원칙사실 만성 충수염은 대부분 충수에 생긴종양이 원인이다. 종양이 양성이든, 악성이든, 혹은 그 중간 단계든, 점차 자라면서 충수를 눌러 내부가 막힌다. 이런 종양은 천천히 자라기 때문에, 복통 증상도 급격하게 나타나지 않고 서서히 진행된다. 때때로 오른쪽 하복부가 불편해졌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할 수 있고, 증상이 심하진 않지만 은근히 지속되며, 식욕이 줄어들고 체중이 감소하는 경우도생길 수 있다. 이처럼 만성 충수염은 증상이 뚜렷하지 않고 애매해서, 초기에 진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만성 충수염 대부분은 건강검진이나 복부 CT 검사를 하다가 우연히 발견된다.평생 충수염을 경험할 확률은 10~20%로 알려졌다. 하지만 누가 충수염에 더잘 걸리는지, 어떤 사람에게 더 자주 발생하는지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질병을 예방하려면 위험 요인을 아는 것이 중요한데, 충수염은 뚜렷한 위험요인이 없어 마땅한 예방법도 없는 상태다. 충수를 막는 원인 중 하나가 굳은 대변이라면, 물이나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있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해 보이지만,이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는 아직 없다. 실제로는 충수 자체가 가늘고 끝이막힌 구조이며, 나이가 들면서 장 운동이 느려지는 것이 더 큰 문제로 작용할수 있다.충수염은 특별한 예방법이 없는 질환이지만, 치료 방법은 분명하다. 유승범교수는 “충수염은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질환이며,뚜렷한 예방법은 없다. 하지만 최근에는의료 기술이 많이 발전해, 수술로 빠르고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고, 합병증도거의 없이 완치가 가능하다. 충수염이 생긴 후 수술 시점을 정확히 몇 시간 안이라고 정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는24~48시간 안에 치료를 받는 것이 가장좋다.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주저하지말고 곧바로 병원에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급성 충수염 발생기전 충수염 의심 증상어떤 원인에 의해충수돌기가 막힘세균 증식독성물질 분비점막 손상궤양 형성괴사천공자료: 서울대병원복통이 수 시간이상 지속되며,시간이지날수록오른쪽 하복부통증이뚜렷해진다.허리를 펴기힘든 수준의통증이발생한다.오른쪽 다리를펼 때 통증이더욱 심해진다.1 2 3


www.sisajournal.com 61신현영의 건강 주치의신현영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평생 운동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던 55세 남성 A씨. 그의직업은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사무직으로, 계단은 쳐다보지도않고 오직 엘리베이터만 이용한다. 짧은스트레칭조차 하지 않는 생활이 이어지고있었다. 식생활이 특별히 나쁘진 않았지만, 건강검진 결과는 심각했다. 그는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대사증후군, 지방간, 관상동맥의 동맥경화, 비만, 근감소증까지 진단받았고, 벌써 3가지 이상 약을 처방받아 복용 중이었다. 지금처럼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다면, 1년 후에는 복용 약이 5가지를 넘을 수 있다는 의사의경고를 들었다. 실제로 대사질환과 심혈관질환은 생활습관 개선 없이 약만으로조절하기엔 한계가 있는 질환들이다.40대 이후부터는 해마다 1~2%씩 근육량이 줄어든다. 여기에 고열량 식사,음주, 운동 부족 같은 생활습관까지 겹치면 근육 소실 속도는 더 빨라진다. 문제는 근육이 줄면 단순히 체형이 변하는수준이 아니라, 건강 전반에 악영향을준다는 점이다. 근육은 단순히 외형을지탱하는 조직이 아니다. 나이 들수록근육은 ‘건강하게 오래 사는 힘’이 된다.실제로 근육량은 노후에 누워 지내느냐,아니면 독립적으로 생활하느냐를 결정짓는 노쇠의 지표다.운동을 하지 않고 근육이 줄어든 허약한 상태로 중년을 지나면, 고령기에 접어들면서 심혈관질환·당뇨병 같은 대사질환, 관절염 같은 근골격계질환, 골다공증·우울증 등 각종 만성질환에 더 쉽게 노출된다. 면역력도 약해져 감염이나염증에도 취약해진다. 결국 만성 퇴행성질환이 누적되며, 거동이 불편한 노후를맞을 위험성이 높아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근육은 단순히 움직이기 위한조직이 아니라 생명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기관이라는 사실이다. 근육은 심장박동, 호흡, 소화 등 주요 생리 기능을 조절하는 데 관여하며, 우리 몸의 에너지원인 포도당과 지방을 저장하고 소모하는대사기관 역할도 한다.노년 근육은 웰에이징의 필요충분조건그래서 모든 의사가 한목소리로 추천하는 노화 예방 전략이 바로 운동이다. 노화와 관련된 의학 연구에서 근육운동의긍정적인 효과에 대한 근거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들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만병의 뿌리는 신체활동 저하이며, 해답은 결국 운동’이라는 것이다. 역도나 체조 같은 정적인 운동뿐 아니라, 달리기·수영·자전거 같은 유산소운동, 요가 같은 균형운동도 반복 훈련을 통해 근력을키워줄 수 있다.연구에 따르면, 근육량이 적은 노인은근육이 충분한 노인보다 사망 위험이 최고 3배나 높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악력(손 쥐는 힘)이 약한 사람은 사망 위험이 최대 104%까지 높아진다는 보고도있다. 결국 노년의 근육은 활동성과 질병 예방이라는 두 가지 측면 모두에서웰에이징(Well-Aging)의 필요조건이자충분조건이다.운동이라면 질색이던 A씨는 건강의 위기를 실감한 뒤, 자신에게 맞는 운동부터 찾기로 마음먹었다. 달리기는 싫지만,집에서 할 수 있는 정적인 근력운동이라면 괜찮겠다 싶었다. 온라인으로 검색한결과, 스쿼트·런지·플랭크 같은 기본 동작부터 매일 실천하기 시작했다. 생활 속작은 움직임도 운동으로 바꿨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한 정거장 먼저 내려 걷고, 5층 이내는 계단을 이용하며, 집안일도 운동 삼아 꼼꼼히 하기로 했다. 걷기 양도 점차 늘었다. 하루 3000보였던걸음 수는 5000보, 1만 보 이상으로 증가했고, 운동 강도도 자연스럽게 경도운동에서 중등도로 올라갔다.다음 달에는 당뇨와 콜레스테롤 수치재검사가 예정돼 있다. A씨는 매달 체성분 검사를 통해 근육량 변화를 관찰하고 있고 혈당, 혈압, 걸음 수, 운동 칼로리 등을 디지털 건강관리 기기로 기록하며 건강한 노후를 위한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운동과 담쌓은 남성,근육 치고 후회한다만병의 근원 ‘신체활동 저하’로 건강한 노후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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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www.sisajournal.com경 제오유진 기자 [email protected]미국 행정부의 반도체 품목관세 발표를 기다리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반도체에 25% 수준의 품목관세가 예고된 가운데, 메모리반도체 생산기지로 중국을 택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의 타격이 상당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기업인 엔비디아, 인텔 등의 손실까지 감수한 무역전쟁에 나서면서 국내 기업들의 공포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품목별 관세 발표 일정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이미 예고한 시점을 이미 넘겼기 때문이다. 당초 반도체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가 4월20일(현지시간) 반도체 관세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4월1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주일 이내에 반도체 관세 관련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구체적 시점을 못박으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반도체에 25% 품목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대중국 관세와 품목관세 동시 부과 가능성 커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주요국과의 상호관세 협상을 최우선으로 진행하고 있는 만큼 반도체 등에 대한 품목관세 발표는 다소 미뤄지는 분위기다. 한국도 4월24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을 찾아2+2 통상 협의의 포문을 열며 관세 협상에 본격 돌입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한두 달 내로 반도체 관세를 결론 낼 것”이라고 발언한내용을 근거로 관세 발표가 5~6월까지도 미뤄질 수 있다고 내다본다.반도체 품목관세 발표가 늦춰질수록기업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진다. 구체적으로 어떤 품목이, 어떤 기준으로 관세사정권에 포함될지 예측하기 어려워서다. 특히 대중국 관세와 품목관세를 동시에 감내해야 하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고민이 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재 중국 현지에서 낸드플래시와 D램 등 주요 메모리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는데, 낸드플래시의 경우 중국 내 생산비중이 특히 높다. 삼성전자는 전체 생산량의 40%를 중국 시안 공장에서, SK하이닉스는 29%를 중국 다롄 공장에서소화하고 있다.중국에서 생산된 낸드플래시가 미국에 수출될 경우 반도체 품목관세(25%예상)와 대중국 관세(현시점 약 145%)가동시에 적용돼 시장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생산 비용은 오르고,고객사의 주문은 줄어들게 된다. 중국에서 생산된 반도체 일부는 한국에서 후공정을 거쳐 수출되지만, 미국은 생산지를기준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만큼 ‘우회수출’도 쉽지 않다.미·중 관세전쟁에품목관세까지…K반도체 어쩌나삼성·SK, 메모리 반도체 공장 중국에 편중“25% 관세 부과되면 매출 4.3% 감소”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 현황자료: 삼성전자, SK하이닉스다롄낸드플래시(인텔 공장 인수)시안낸드플래시우시D램쑤저우후공정 충칭후공정


www.sisajournal.com 67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낸드플래시 생산량 대다수는 중국 내 고객사에서 소화되지만, 낸드플래시는 중간재 성격이강해 완제품 수출 시 관세가 추가 부과될 수 있다”며 “중국에서 생산된 낸드플래시를 탑재한 스마트폰 등이 미국으로수출되는 것까지 고려하면 관세 리스크가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중 갈등으로 인한 공급망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각각 미국 텍사스주와 인디애나주에 반도체 생산공장을 건설하고 있는데, 미국내 반도체 생산은 2026~28년에야 가능한 상황이다.특히 SK하이닉스는 중국 내 D램 생산량 또한 상당해 타격이 더욱 클 것으로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기준 전체 D램 생산량(511만 장) 중 41%를 중국우시 공장에서 생산했다. 올 1분기 글로벌 D램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점유율36%를 기록하며 30여 년 만에 삼성전자(34%)를 제쳤는데, D램 점유율이 높아진 만큼 관세로 인한 부담 또한 커진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D램을 한국 공장에서만 생산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 중국에 대한  상호관세 영향에선 벗어나 있지만 반도체 품목관세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기업들은 반도체 품목 관세의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된 이후 본격적인 대응책을 검토할 방침이다. 우선 삼성전자는 수익성 강화를 위해 기존 236단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을 286단으로 전환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그러나 관세 리스크를완전히 만회하긴 어려운 만큼, 실적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SK하이닉스의 지난해 중국 시장 매출은각각 65조원, 15조원으로, 전체 매출의20~30%를 차지하고 있다.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 중국 매출이북미 매출(61조원)을 앞선 바 있다. iM증권 리서치본부는 “한국 반도체에 25%개별관세가 부과된다고 가정할 경우, 국내 반도체 업체의 매출이 4.3% 감소할수 있다”고 전망했다.“美, 반도체에 낮은 관세 부과할 수도”일각에서는 미국이 반도체 품목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전망도 나온다. 미국은 메모리반도체의90% 이상을 수입하고 있다. 자국 기업인마이크론조차 생산설비가 대만, 일본 등미국 외 지역에 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의 반도체 자립도는 약 10~13%에 불과하다. 결국 반도체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 이를 수입해야 하는 미국의 부담이커질 수밖에 없다.특히 반도체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기대하는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가능성이 매우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전공정 기준 미국내 반도체 공장 건설 비용은 한국·일본대비 2배, 대만 대비 3배가량 높다. 공급망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관세를 부담하는 편이 유리하다는 의미다. 채민숙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와 IT 하드웨어 공급망이 대부분 미국 외 지역에 있고, 미국 내에는 대체재가 없다”며“미국이 (관세 부과가)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할 경우,추가적인 관세 완화 조치를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한편, 중국 정부도 미국의 반도체 수출 제한에 맞서 한국 반도체 기업과 협력을 꾀하고 있다. 딩쉐샹 중국 국무원부총리는 4월16일 삼성전자의 시안 낸드플래시 공장을 찾아 관계자들을 만났다. 딩 부총리는 중국 내 서열 6위인 고위급 인물로, 중국 지도부 격인 상무위원이 삼성전자 공장을 찾은 건 2019년리커창 당시 총리 이후 6년 만이다. 반도체 공급망을 두고 미·중이 맞서는 가운데 중국과 협력할 우군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딩 부총리는 이날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수록 중국의 개방의지는 더욱 확고해진다”며 “중국은 모든 파트너와 협력을 강화할 준비가 되어있으며, 상호 이익을 실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삼성전자는 화성캠퍼스(왼쪽 사진), SK하이닉스는 이천 M14공장(오른쪽 사진)에서 D램·낸드플래시를 일부 생산한다. 그러나 여전히 중국 공장 의존도가 높은 상태다.© 삼성전자 제공 © SK하이닉스 제공


70 www.sisajournal.com경 제정윤성 기자 [email protected]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시작으로 미국 증시 변동성이 극심해졌지만,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고위험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베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가 폭락과 폭등을 거듭하는 사이에 레버리지 상품의 복리효과에 따른 투자자들의 손실은 한층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서학개미들의 과도한 리스크 추구 성향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한 달(3월24일~4월21일)간 서학개미들은 레버리지 ETF를 대거 사들였다. 국내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주식상위 5개 종목의 순매수 규모는 4조87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1·3·4위가 레버리지 ETF로, 그 규모만 2조9025억원(71%)에 달했다.레버리지 ETF는 특정 기초자산의 일일 수익률을 2~3배로 높여서 따라가는투자상품이다. 추종하는 지수가 오르면수익이 배가 되지만, 하락했을 때 손실도 배로 커진다.변동성에 3배로 아픔 커진 서학개미들서학개미들의 뭉칫돈이 몰렸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미국 증시가 약세를 보이면서 주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한 달간 서학개미들이가장 많이 사들인 ETF는 SOXL로 1조9323억원을 순매수했다. 3월24일 21달러였던 SOXL의 가격은 4월15일 8.71달러로 내려오면서 절반 아래로 낮아졌다.SOXL은 미국 내 증권거래소에 상장된반도체 관련 기업 30곳을 시가총액 방식으로 묶은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의 일일 수익률을 3배로 따라간다. 이 지수가20%나 하락하면서 SOXL의 손실률은 더커진 것이다. SOXL은 지난해까지만 해도엔비디아와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호조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어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 약세장에서 기술주들의 하락이 상대적으로 부각되면서 투자자들의 한숨은 한층 커지고 있다.다른 ETF도 마찬가지다. 순매수 규모가 6043억원으로 3위인 TQQQ는 같은기간 36.7% 하락했다. 이 ETF는 나스닥에 상장된 비금융 분야 상위 100개 종목으로 구성된 나스닥 100지수를 3배로따라가는데, 이 지수가 11.7% 하락하면서 손실이 늘어났다.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에도 큰돈이몰렸다. 테슬라 주가의 일일 움직임만을2배로 추종하는 TSLL은 순매수 규모가3659억원으로 한국인이 4번째로 많이산 미국 주식이다. 3월24일 8.53달러였던2025년 4월8일 트레이더들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오전 거래 시간 동안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 AFP 연합위험 종목과레버리지에 ‘몰빵’…사실상 도박 빠진서학개미들서학개미 주식 순매수 1위는 레버리지 ETF…2.9조원 뭉칫돈 몰려롤러코스터 장세에 수익도 손실도 3배로…“분산투자 필요”경 제


www.sisajournal.com 71TSLL의 가격은 4월21일 6.78로 20.5%하락했다. 단일 종목 ETF는 리스크가집중되는 탓에, 여러 종목의 주가가 반영된 지수를 따라가는 ETF에 비해 하락장에 더 취약하다.지난해 미국 증시가 우상향 곡선을 그리면서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직관적이면서도 단기간에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레버리지 ETF도 덩달아 큰 인기를 얻었다. 주로 기관투자가들이 옵션 거래 대체 수단이나 ‘헤지’(위험분산) 용도로 활용하거나 초단기 투자용으로 쓰이는 레버리지 ETF를 1~2개월씩보유하는 국내 투자자도 늘어났다. 실제미국 증시에 훈풍이 불던 지난해 11월말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 상위 10개 중 3개가 레버리지 ETF였다. 그 규모만 8조1278억원에 달한다.급반등에도 손실은 되레 누적되는 구조변동성이 극심했던 4월초에 비해 최근미국 증시는 일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손실이 복리로 적용되는 레버리지 ETF의 특성상 투자자들이 손실을회복했을 것이라 장담하기 어렵다.  높은변동성으로 미국 증시가 롤러코스터를탈수록 레버리지 ETF의 손실은 더 커지는 구조다.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4월2일(현지시간) 주요 무역상대국에 대해 최대 50%의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공식화하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단 이틀 만에 10% 이상 하락하며 약 1경원에 달하는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이 기간에 레버리지 ETF는 한층가파르게 떨어졌다.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급반등장이 나타났다는 점에서 일부 투자자는 쏠쏠한레버리지 수익을 봤을 가능성도 있다. 4월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발효 13시간 만에 중국을 제외한국가별 관세 부과를 90일 유예하자 이날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역사적인 일일 상승률을 기록했다. S&P500 지수는9.52%, 나스닥 지수는 12.16% 상승했다.해당 기간에 저점에서 SOXL을 매수한투자자의 경우 단 하루 만에 54.79%의수익을 볼 수도 있었다.하지만 이날 하루 ‘단타’에 성공한 소수를 제외하면 여전히 막대한 손실을 기록하는 투자자가 많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레버리지 ETF의 경우 복리효과가 적용돼 하락 국면에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구조다. 급반등이 일어나거나 추종하는 지수가 제자리를 찾아도,원금을 회복하거나 손실을 복구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가령 시초가가 100인 일반 ETF가 오늘 10% 올랐고 내일 10% 하락했다면, 오늘 종가는 110이고 그다음 날은 99(110×0.9)가 된다. 이때 손실은 –1%에 불과하다. 반면 이를 3배 레버리지 ETF에 적용할 경우 손실은 단순 –3%가 아닌 –9%로9배가 뛴다. 시초가 100에서 10% 상승하면 가격은 130까지 오르지만, 여기서10% 하락할 경우 91(130×0.7)로 –9%의손실이 발생한다. 현재 미국 증시처럼 급격히 오르락내리락하는 변동성 높은 장세가 지속할수록 자산이 녹아내리는 속도가 빨라질 수 있는 셈이다.미국 자산운용사 아카디안의 오웬 라몬트 수석부사장은 ‘오징어 게임 주식시장’이라는 글을 통해 이 같은 한국 투자자들의 레버리지 사랑으로 ‘미국 주식시장이 한국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징어 게임에서 평범한 한국 사람들이 일확천금을 위해 큰 위험을 감수하듯 일부‘한탕’을 칠 수 있는 종목에 한국 자금이몰리는 기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는 “‘컬트 종목’(단기간에 인기를 얻는 종목)과 암호화폐 관련 종목, 레버리지 단일종목 ETF 등에 한국 개인투자자가 대거 유입되고 있다”며 “누군가 오징어 게임에 참가하라고 할 때 최고의 선택은참가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한국은행의 분석도 이와 맞닿아 있다.미국 증시가 본격적으로 무너지기 약 일주일 전인 3월26일 한은은 해외주식 투자자들이 레버리지 ETF에 투자를 집중하면서 과도한 리스크 추구 성향이 드러난다고 경고했다.이재민 한은 해외투자분석팀 과장은블로그에서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일부 기관에서 미 증시에 대한 부정적전망을 내놓고 있다”며 “손실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투자이익을 쌓아가기 위해 국내외 다른 종목에 대한 분산투자를 통해 위험을 분산하려는 노력이 필요*단위: 원 / 3월24일~4월21일, 괄호는 수익률 하다”고 강조했다.1조9323억(-58.50%)SOXL6043억(-36.70%)TQQQ3659억(-20.50%)TSLL1194억(-24.20%)QLD최근 한 달간 미국 레버리지 ETF 순매수 규모자료: 한국예탁결제원


72 www.sisajournal.com경 제 │ 김상철의 경제 톺아보기있다. 지난 1분기 전국의 오피스텔 매매가는 하락했지만 월세는 3년6개월 만에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는 한국부동산원의 조사 결과도 있다.공급 감소로 점차 자취 감추는 전세월세가 늘어나게 된 배경은 다양하다.물론 근본적인 이유는 주택 공급 감소로 인한 매매가 상승, 뒤따라 올라버린전세가에 있다. 2017년부터 집값이 상승하면서 전세가도 따라서 뛰기 시작했고,보증금을 내기에 자금이 부족한 세입자들은 반전세나 월세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마침 늘어난 보유세와 금리 부담을 임차인에게 월세로 전가하려는 움직임도 겹쳤다. 주택 보유세가김상철 경제 칼럼니스트(전 MBC 논설위원)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이가파르다. 임대차 계약을 맺은 세입자 10명 중 6명가량이 월세를 택했다. 국토교통부의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2월 전체 임대차 신규 거래 중 반전세를 포함한 월세 비중은 57.5%에 달했다. 1월까지 합쳐 두 달을 보면 월세 거래 비중은 61.4%로 늘어난다. 전체 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율이60%를 넘은 것은 처음이다. 2021년 같은 기간에는 41.7%였으니까 4년 만에 무려 20%포인트 가까이 뛰었다.아파트보다 빌라나 단독주택 시장에서 특히 월세 비율이 크게 상승했다. 올해 1~2월 전국 비아파트 월세 비율은76.3%로, 2021년의 46.7%와 비교하면29.6%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에 아파트 월세 비율도 36%에서 44.2%로 올라갔다.월세로 전환하는 속도는 수도권보다지방이 훨씬 빠르다. 2021년 지방 주택시장에서 월세 비율은 41.6%였는데, 올해는 63.5%로 뛰었다. 비아파트 시장 임대차 계약만으로 대상을 좁히면, 올해 서울의 월세 비율은 76.1%, 지방은 82.9%에달했다. 사실상 빌라 세입자는 10명 중 8명 이상이 월세로 살고 있다는 뜻이다.이제 빌라 시장은 월세가 기본인 셈이다.시세도 오르고 있다. 부동산원이 발표하는 전국 월세 통합 가격지수는 2023년 9월부터 17개월간 오름세가 이어지고경 제 │ 김상철의 경제 톺아보기집값에 대출 규제에전세가 줄고 있다월세 시대에 부담 늘어나는 주거 취약계층“임대시장에서 공공 부문 역할 강화해야”2024년 8월23일 서울 송파구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서울 아파트 단지 및 주택가© 시사저널 최준필


www.sisajournal.com 731% 늘면 월세가 0.06% 오른다고 한다.2023년 5월부터 강화된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 반환보증 기준도 영향을 미쳤다. 전세보증금이 공시가격 126% 이하여야 전세 반환보증에 가입할 수 있게되자 보증금을 일부라도 낮추면서 월세를 받으려는 집주인이 늘어났다.세입자 사정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전세대출 규제를강화하자 대출을 받기 어려워진 세입자들이 월세를 찾게 됐다. 2023년 발생한연립주택 등의 전세사기 여파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특히 빌라 시장에서는 집주인에게 목돈을 맡기는 전세보다 월세계약을 원하는 수요가 증가했다. 당장큰돈을 마련하기 힘들고, 어떻게 마련한다고 해도 큰돈을 맡겨야 한다는 데 불안감을 느끼는 세입자와 목돈을 받아봐야 굴리기도 어렵고 보유세나 집을 사면서 빌린 돈의 이자를 내야 하는 집주인의 필요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1~2인 가구 증가 등 가구의 분화 현상도 월세가늘어나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그간 전세 제도는 집주인과 세입자에게 모두 이상적이었다. 집을 사려는 사람은 집값이 빠르게 뛰던 시기에도 집을 사기에는 조금 부족한 자금을 전세보증금형태로 세입자로부터 조달할 수 있었다.세입자로서도 보유한 자금으로 구매하기는 부족하지만 살기에는 더 나은 집을선택하는 좋은 방법이었다. 전세보증금은 일종의 강제 저축 역할을 하면서 내집 마련의 지렛대 역할을 하기도 했다.집주인은 은행 대출보다 싸게 돈을 빌릴수 있었고, 세입자는 매달 월세를 내지않아도 되니 저축을 늘릴 수 있었다.세입자에게 주는 심리적 안정감도 전세와 월세는 다르다. 물론 전세가 바로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는 이미 전세를 끼고 집을 사놓은 사람이 너무 많다. 특히 아파트는 아직 전세가 월세보다 많고 아파트 시장까지 월세가 보편화되려면 멀었다. 하지만 전세의월세화 속도는 계속 빨라지고 있다. 연간단위로 처음 주택 임대차 계약 가운데월세 비중이 절반을 넘은 시기는 작년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60%를 넘었다.월세로 떠밀리는 ‘양극화’ 문제 풀어야전세가 줄고 있다는 사실이 나쁘기만 한현상은 아니다. 전세 계약은 사실상 주택을 매개로 하는 일종의 개인 간 금융거래다. 보증금은 집주인이 만기에 돌려줘야 하는 채무고 세입자에게는 집주인에게 맡긴 무수익 자산이다. 주거 수단이면서도 일종의 금융상품으로 볼 수 있고 최소한 2년, 길면 만기 4년의 채권이기도 하다.확실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우리나라의 전체 전세보증금 규모는 약 800조~900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전세가 줄면 가계대출 구조도 단순해지고 금융권 입장에서는 전반적인 재무 건전성이개선될 수 있다. 전세와 비교해 월세는 세입자가 사기를 당할 가능성을 낮추고 목돈 마련의 부담을 줄여주는 이점도 있다.하지만 같은 조건이라면 전세가 월세보다 주거비 부담이 낮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예상되는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 증가다. 소득 대비주거비 지출 비중을 살펴보면 전세가 가장 낮고 그다음이 자가, 그리고 월세 순서다. 월세는 보통 전세보다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이 1.5~2배 이상 크고 월세를내는 세입자 부담은 일반적으로 소득의25%에 달한다.더구나 월세를 전세로 환원할 때 적용하는 비율인 전세전환율은 보통 고가주택이나 아파트일수록 낮고, 저가 주택이나 원룸, 다가구주택 등에서 높게 나타난다. 상대적으로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비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경제력이 넉넉하지 않은 신혼부부와 사회초년생이 많을 것이다. 매매가 거의 끊기면서 공급이 줄어들고 있는 빌라는 월세가 더 가파르게 오를 수 있다.전세의 월세 전환은 저금리 시기에 더빨라진다. 집주인 입장에서 금리가 낮아지면 대출받아서라도 보증금을 내주고월세를 받는 방법을 선택하기 쉽다. 앞으로 금리가 하락하면 월세화 속도는 더빨라질 것이다. 통계청 국가통계원이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가족형성이 활발한 30대 초반 청년층의 주거점유 형태가 양극화하고 있다. 경제력이있다면 전세에서 아예 자가로 가지만 그렇지 못하면 전세에서 월세로 이동하면서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서울 강남 아파트값을 잡는 것보다 서민 주거비 부담을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한문제다. 세제 지원 확대도 검토해야겠지만 역시 중요한 건 공급이다. 임대시장에는 민간의 전월세와 공공의 임대주택이있다. 서민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공공 부문의 역할을더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2024년 10월30일 서울 용산구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 아파트 전세·매매 등 매물 정보가 게시되어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74 www.sisajournal.com경 제유호승 시사저널e.기자 [email protected]공정거래위원회가 5월초 발표할 올해 대기업 및 준대기업집단에서 ‘동일인(총수)’이 대거 교체될 것으로 관측된다. 주요기업집단에서 기존 동일인이 경영 최일선에서 한발 물러나거나 퇴진하면서 후계자에게 실질적인 기업 지배력을 넘긴경우가 많아져서다. 재계 세대 교체가 서서히 이뤄지면서 점차 실질적인 경영권을 인정받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실질적 경영권의 바로비터공정위는 매년 5월초 자산 10조원 이상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대기업집단)과 5조원 이상 공시대상 기업집단(준대기업집단)을 발표한다. 이 집단에 속한 기업집단에는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내부거래 공시 의무 등이적용된다. 상호순환출자 금지는 물론 채무보증 금지,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등의 규제도 받는다. 재계는 매년 공정위의 발표가 있을 때마다 기업 순위나 신규 지정되는 대기업 등에 큰 관심을 보였다. 반면 올해는 기존 총수의 지배력이약화되면서 신규로 지정될 동일인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동일인이란 ‘2개 이상의 기업을 사실상지배하고 있는 인물’로 정의할 수 있다.동일인이 사람일 경우에는 총수를, 법인일 경우에는 기업 지배구조의 최고 정점에 있는 회사를 가리킨다. 동일인 제도는 우리나라의 특수한 기업 구조인 재벌일가를 견제하기 위해 시작됐다. 순환출자나 사익편취 위험 등을 방지하기 위해도입한 것으로,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주식 거래는 물론 강력한 공시 및 신고 의무를 지니게 된다. 대규모 기업집단을 이끄는 인물이니만큼 큰 책임감이 따르는것이다.공정위는 동일인이 사망 등으로 공석이 된 경우 새 인물을 빠르게 지정해 공백을 최소화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조양호 한진그룹 명예회장 등이 사망한 2019년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들의 별세로 후계자인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이 신규 동일인으로 지정된 바 있다. 별세 외에도 기존 총수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다음 세대에게 전권을 넘겼을 때도 동일인이 바뀌기도 한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2021년 동일인으로 지정됐는데, 이전 동일인인 조석래 명예회장은 지난해 3월 타계했다.공정위의 동일인 판단 기준은 △기업집단 최상단회사의 최다출자자 여부 △기업집단의 최고직이며 지배적 영향력행사 여부 등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올해 동일인이 변경돼야 할 기업집단을 파악할 수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동일인및 총수는 해당 기업집단을 실질적으로지배·운영할 수 있는 인물”이라며 “지주사와 같은 최상단회사의 최대주주나 경영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를동일인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한화와 HD현대, 신세계 등은 세대 교체가 대부분 완료돼 기존 동일인에서 후계자로 경영권이 넘어간 기업집단이다.기존 동일인은 김승연 한화 회장,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이명희 신세계 총괄회장 등이다.이 중 김승연 회장은 최근 지주사 격한화 김동관·HD현대 정기선·신세계 정용진, 총수 자리 오르나기업집단 실질적으로 이끄는 경영자 ‘동일인’ 5월1일 발표기업 신청 또는 공정위 판단으로 동일인 변경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 뉴시스


www.sisajournal.com 75간 안에 변경돼야 할 기업집단 중 하나다. 그의 아들인 정기선 수석부회장이수년간 그룹을 진두지휘하고 있어 총수로 지정돼야만 한다.지주사인 HD현대의 최대주주는26.6%를 보유한 정몽준 이사장이다. 단,정 이사장이 경영 현장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 실질적 경영자인 정기선 수석부회장에게 동일인 지위가 넘어가는 것이 맞는 상황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그룹의 주요 핵심과제를 직접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동시에 친환경 사업 및 디지털 기술 혁신을 주도해‘회장’과 같은 역할과 영향력을 행사하는중이다.신세계 역시 이명희 총괄회장이 이마트 지분 전량을 매각하면서, 정용진 회장으로의 경영 승계 작업이 사실상 끝난모습이다. 정용진 회장이 지난해 회장으로 승진한 점 역시 동일인 변경에 무게를싣게 한다.권한과 동시에 책임도 커진다세대 교체 외에도 기존 총수의 용퇴나불미스러운 퇴진 등으로 동일인이 바뀌어야 할 기업집단도 있다. GS와 DB, 코오롱 등이다. GS그룹은 허태수 회장이취임한 지 6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전임 총수인 허창수 명예회장이 동일인이다. 범LG가인 LS를 보면, 구자열 ㈜LS 의장에서 구자은 회장으로 경영권이 넘어간 2022년 동일인이 변경된 바 있다.반면 GS는 여전히 허창수 명예회장이동일인을 맡고 있어 하루빨리 변경돼야하는 기업집단으로 꼽힌다.DB는 김준기 창업회장이 동일인으로지정돼 있다. 김준기 창업회장이 불미스러운 일로 퇴진한 2020년부터 그의 아들인 김남호 회장이 DB를 이끌고 있다.코오롱 역시 이웅열 명예회장이 물러난후 이규호 코오롱 부회장이 경영을 책임지고 있어, 이들 기업도 동일인이 변경될가능성이 크다.공정위는 동일인 변경에 대해 내부 판단이나 각 기업의 신청에 따른다고 밝혔다. 발표 예정 시점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기업의 신청을 받거나 시장 상황을 파악해 동일인을 변경할 수 있다고 전했다.다른 재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동일인변경은 총수라는 권한과 함께 큰 책임이따르는 위치임을 공식화하는 과정”이라며 “해당 기업에 새 인물 중심의 시대가도래했다는 의미를 널리 알리는 신호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인 ㈜한화 지분을 세 아들에게 넘기면서, 사실상 명예회장으로 일선에서 한발물러났다. 장남인 김동관 한화 부회장은 ㈜한화 지분과 한화에너지를 통한 간접 영향력으로 20.8%의 ㈜한화 지분을보유해 최대주주로 올라설 전망이다. 또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솔루션등 그룹을 대표하는 계열사의 대표직도맡고 있어 공정위가 판단하는 실질적 경영자로 볼 수 있다. 동일인으로 신규 지정되더라도 큰 문제가 없는 셈이다. 한화측은 올해 공정위에 동일인 변경을 신청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공정위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지켜봐야 한다.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집단에 미치는영향력과 지주사 보유지분은 총수가 누구인지를 나타내는 가늠자”라며 “김동관부회장은 한화오션 등 굵직한 인수합병과정을 주도하며 실질적인 경영자로 자리매김해 김승연 회장 대신 총수로 지정되는 데 큰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HD현대는 동일인 정몽준 이사장이 오랜 시간 경영에 참여하지 않아 빠른 시동일인이란 ‘2개 이상의 기업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인물’로 정의할 수 있다. 동일인이 사람일 경우에는 총수를, 법인일 경우에는 기업 지배구조의 최고 정점에 있는 회사를 가리킨다.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 연합뉴스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 연합뉴스


76 www.sisajournal.com정 치 경 제 │ 인사이드아웃 AI76 www.sisajournal.com고평석 (주)엑셈 대표과거 학력고사 시절, 시험결과가 발표되면 전국 수석이야기가 온 동네를 들썩이게 했다. 신문에는 교과서만 파고들었다는 수석 학생의 인터뷰가, 그 학생을 가운데 두고 환하게 웃는 부모님의 사진과함께 실리곤 했다.수능 시대로 넘어오면서 ‘전국 수석’이란 말은 사라졌지만, 만점자들은 여전히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어떻게 공부했나요?” “학원은 어떻게 다녔나요?” 인터뷰가 쏟아지고, 그 비법을 듣고자 하는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미국판 수능인SAT 만점자의 아버지가 한국에서 공부법 강연을 했을 때도 미국 대학 준비와는 상관없는 부모들까지 강의실을 꽉 채웠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손이 쉴 새 없이 올라갔고, 질문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그때 깨달았다. 어떤 시험이든 고득점자의 노하우는 모두의 궁금증이라는사실을. 그리고 고득점자 앞에 서면 누구나 부러움과 동시에 살짝 위축되는 감정을 느끼게 마련이라는 것도.AI 시대에도 이 공식은 변함없다. “AI가 얼마나 똑똑한지, 인간 시험으로 재보자!” GPT-4는 2023년 SAT에서 1600점 만점에 1410점을 기록했다. 우리 기준으로는 2등급, 상위 6%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언어와 수학 실력만큼은 어지간한 인간을 능가한다. 비슷한 시기, 미국변호사 시험(Uniform Bar Exam)에서는400점 만점에 298점, 상위 10%의 성적을 거뒀다. AI가 시험에서 이렇게 두각을나타내는 이유는 자연어 처리와 문제 해결 능력이 크게 업그레이드 된 데다, 방대한 학습 데이터로 훈련을 거듭한 덕분이다. 마치 교과서를 넘어 온갖 참고서와문제집까지 다 섭렵한 느낌이다. AI의 이놀라운 시험 점수는 솔직히 우리 인간의기를 죽이기에 충분하다.시험 점수가 높으면 인생도 만점일까?현실은 그렇지 않다. 사업가가 돈을 벌고, 회사원이 승진하고, 팀장이 협업을이끌어내는 비결은 교실 성적표와는 거리가 멀다. 하버드대 하워드 가드너 교수의 ‘다중지능이론’도 말한다. 공부 잘하는 데 필요한 언어나 수리력, 자기 통제력만큼, 사회에서 성공하려면 대인관계능력과 유연한 사고, 순발력도 필수다.‘AI가 인간을 능가했다’는 착각  AI도 비슷하다. SAT 만점, 미국 변호사시험 고득점? 멋지지만, AI는 아직 컵에만점 받는 AI, 과연 만능일까시험 성적 뛰어나지만 현실 적응력은 떨어져‘모라벡의 역설’ 넘는 실전형 AI 향한 진화가 시작됐다


www.sisajournal.com 77물 따르기나 분리수거 같은 일상에는 서툴다. 이게 바로 ‘모라벡의 역설’이다. 인간이 어려워하는 건 AI가 잘하지만, 인간에게 쉬운 일은 AI가 버벅댄다. 수만페이지 문서를 요약하는 건 뚝딱이지만,감각과 직관이 필요한 일상은 어렵다.그래서 AI 연구자들은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 신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 메타러닝(Meta-Learning), 멀티모달 학습(Multimodal Learning) 등 다양한 방법을 실험 중이다. AI가 실제 환경에서 배우고, 여러 감각을 통합하고,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도록 만드는 중이다. 다양한감각 입력을 통합해 AI가 해석하는 능력을 갖추도록 해주는 멀티모달 학습이 대표적인 예다. 결국 시험 점수만으로는 인간도, AI도 인생 만점이 아니다. 진짜 성공은 점수표 너머, 사람과 세상을 헤쳐나가는 능력에서 나온다.일 잘하는 AI 기반 MCP 등장이제 진짜 대단한 기술이 등장했다. 각분야 천재들이 한자리에 모여 머리를맞대면 기상천외한 결과가 나오듯, AI 세계에도 그런 ‘협업의 장’을 열어주는MCP(Model Context Protocol)가 등장한 것이다. MCP는 거대언어모델(LLM)이 외부 데이터베이스, 도구, 애플리케이션과 실시간으로 연결될 수 있게 해주는통신 규약이다. 쉽게 말해, 혼자 연구실에 틀어박혀 있던 박사가 이제는 각 분야 박사들과 자유롭게 논문을 읽고 토론할 수 있게 된 셈이다.MCP 덕분에 AI들은 서로 손을 잡고,새로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배우며, 각종 도구와 정보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있다. 예전엔 AI가 한번 배운 데이터만붙잡고 있었지만, 이제는 필요할 때마다외부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하거나, 다양한 앱과 연결해 실시간 정보를 가져올 수있다. 마치 AI가 사람처럼 인터넷을 검색하고, 여러 명의 비서가 한꺼번에 움직이는 듯한 모습이다.덕분에 AI는 더 이상 ‘시험만 잘 보는모범생’이 아니라, 실제 업무 현장에서 팀원들과 협업하며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만능 조수’로 진화하고 있다. MCP가 열어주는 이 새로운 협업의 시대, 앞으로AI의 가능성은 어디까지 확장될지 기대해볼 만하다.모라벡의 역설이 MCP 같은 기술로 하나씩 극복된다면, 정말 인간은 AI로 완전히 대체될까? 그리고 그렇게 되면 영화에서처럼 디스토피아가 펼쳐질까, 아니면인간이 노동에서 해방돼 더 창의적인 일에 몰입하는 유토피아가 올까? 솔직히,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기술의 영향은 예측 불가라는 게 역사가 증명한 진리다.예를 들어, 토머스 미즐리 주니어는냉장고와 에어컨의 혁신가로 칭송받았지만, 그가 만든 프레온(CFC)은 오존층을 파괴하는 ‘환경 재앙’의 주범이 됐다.1930년대엔 아무도 몰랐던 일이 40년 후에 드러난 것이다. ‘뉴 사이언티스트’는그를 “그 자체가 환경 재앙이 된 인간”이라고 했고, 역사학자 J RR 맥닐은 그를‘지구 역사상 환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단일 생명체“라고 했다(《인간의 흑역사》 톰 필립스 저). 과학기술의 파장은늘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다.AI도 마찬가지다. MCP로 AI가 서로소통하고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배우며인간의 감각과 판단까지 흉내 내는 날이오더라도, 인간 노동이 완전히 사라질지,아니면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현재 확실한 것은 하나다. MCP를 필두로 한 AI의 발전은 멈추지 않을 것이고, 우리는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아직 오지 않은 디스토피아에대한 불필요한 공포는 접어두고, AI를어떻게 내 삶에 잘 활용할지에 집중하는게 지금 우리가 할 일이 아닐까?챗GPT를 개발한 OpenAI(왼쪽 사진)와 MCP를 개발한 앤트로픽 © AP 연합·DPA 연합www.sisajournal.com 77


78 www.sisajournal.com경 제허인회 기자 [email protected]바야흐로 ‘K컬처’의 시대다. 한국 영화와드라마를 보고, 한국 음식을 먹고 마시며, 한국 문화를 즐기는 것은 신드롬을넘어 전 세계인의 일상이 됐다. ‘K컬처’라는 용어가 이제는 세계적으로 통용될만큼 한국 문화의 위상을 높일 수 있었던 데는 기업들의 노력이 컸다. 최전선에서 한국 제품을 알리고 접하는 통로로활약하면서 한국 문화의 붐을 일으키는데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밀려드는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자온라인은 물론 현지 생산에도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K컬처’를 앞장서 알리는 곳은 CJ그룹이다. CJ는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 등다양한 접근법을 통해 전 세계인에게 한국 문화의 매력을 전파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올리브영은 ‘K뷰티’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올리브영은 방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K뷰티’ 성지로 불리며 반드시 방문해야 할 장소로 꼽힌다. 올리브영에 따르면, 2024년 올리브영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한 외국인 고객의 국적은 189개국에 달한다. 유엔 회원국 수가193개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모든 국가의 고객이 올리브영을 찾은 셈이다. 이에 힘입어 외국인 고객 매출은 전년 대비 140% 증가했다.비비고, 미국 매출 4조7000억원 돌파올리브영은 이들이 자국으로 돌아가서도 ‘K뷰티’를 즐길 수 있는 ‘올리브영 글로벌(Olive Young Global)’도 운영하고 있다. 올리브영 글로벌은 해외 소비자들이K뷰티 상품을 직구(해외 직접 구매)할수 있는 온라인몰로, 전 세계 150개국에서 이용 가능하다. 회원 수는 지난해 말기준 약 246만 명이다.CJ제일제당은 ‘비비고 왕교자’를 앞세워 미국 시장을 제패했다. 개발 단계부터돼지고기를 손상시키지 않고 보존하면서원물 그대로의 조직감과 육즙을 살려 풍부한 식감을 구현했다. 아울러 납작한 일본식 교자만두 형태가 아니라 삼면의 각이 살아있는 우리나라 고유의 ‘미만두’(바다의 해삼 모양으로 만든 만두) 형태를택했다. 물결치듯 아름다운 만두피 주름으로 조선시대 임금에게 진상하던 음식인 미만두의 고급스러움을 재현했다.동시에 미국 2위 규모의 냉동식품기업‘슈완스’를 2조원에 인수하며 폭넓은 미국 내 유통망을 확보해 미국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넓혔다. 현재 K푸드 비비고는외국인 고객들이 올리브영 명동 타운을 방문해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 CJ그룹 제공전 세계가 ‘한국’을 먹고 마시고 즐긴다…‘K신드롬’ 가속화하는 기업들올리브영·하이트진로 등 글로벌 최전선에서 한국 소개밀려드는 수요에 미국·유럽·동남아 등에 현지 공장 설립


www.sisajournal.com 79미국 내 6만여 개 유통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지난해 미국 식품 매출은 4조7000억원을 돌파했다.CJ제일제당은 2027년 완공을 목표로미국 사우스다코타에 ‘북미 아시안 푸드신(新)공장’을 짓고 있다. 압도적 생산 역량을 토대로 현지 K푸드 및 아시안 푸드사업의 ‘초격차 경쟁력’을 달성하기 위한승부수를 띄운 상태다.한국의 전통적인 발효음식인 김치의위상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김치의 총 수출액은 1억6360만 달러(약 2400억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치를수입하는 나라는 95개국에 달한다.대한민국 대표 포장김치 브랜드인 대상㈜ 종가는 국내 김치 수출을 견인하고 있다. 대상㈜ ‘종가 김치’의 수출액은2016년 2900만 달러에서 2024년 9390만 달러로 3배 이상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2024년 국내 총 김치 수출액 중 대상㈜ ‘종가 김치’의 비중은 절반을 훌쩍 넘는 57.4%다.최근에는 미주와 유럽 등 서구권에서도 김치를 소비하는 현지인이 증가하는추세다. 대상은 이에 대응하고자 2022년미국 현지에 대규모 김치 공장을 완공하고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했다. 미국 현지에 대규모 김치 생산설비를 갖춘 국내 식품기업은 대상㈜이 유일하다.유럽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공장 건설에도 착수한 상태다. 폴란드 크라쿠프에설립될 대상㈜ 김치 공장은 총 대지 면적 6613㎡(약 2000평)에 이른다. 대상㈜은 폴란드 공장 완공까지 약 150억원을투입해 2030년까지 연간 3000톤 이상의김치를 생산한다는 방침이다.대한항공은 기내식 업그레이드하이트진로는 한국 술의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다. 술게임에서 착안해 만든 로제의 《아파트》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동시에 한국 주류에 대한 관심도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하이트진로는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 최근 수출 전용 신제품 ‘레몬에이슬’을 출시했다. 자두에이슬, 딸기에이슬, 복숭아에이슬에 이은네 번째 수출 전용 제품이다.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GlobalData)’에 따르면, 세계 플레이버(Flavor) 주류 시장은 2029년까지 약 7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하이트진로는 이미 2015년부터 자몽에이슬의 태국 수출을 시작으로 해외시장에 과일리큐르 시장을 개척하고 집중해왔다. 특히 과일리큐르 제품은 해외 소주수출 비중의 약 48%를 차지할 정도로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며 K소주 열풍을이끌어가고 있다. 이번에 출시한 레몬에이슬은 알코올 도수 13도로 상큼한 맛의대명사인 레몬 특유의 새콤한 맛과 향을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지난 3월말 일본을 시작으로 미국, 중국, 베트남 등 전 세계 26개국에서 순차적으로 판매 중이다.하이트진로는 해외 생산기지 건설에도 돌입했다. 하이트진로는 첫 해외 생산공장을 베트남으로 정하고 지난 2월타이빈성의 한 산업단지에서 첫 삽을 떴다. 하이트진로 베트남 공장은 축구장의11배 크기인 약 2만5000여 평(8만2083㎡)의 부지에 첨단기술을 접목한 스마트팩토리로 2026년 완공될 예정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베트남 공장은 글로벌시장 확대의 교두보이자 글로벌 종합주류회사로 도약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전 세계 ‘진로(JINRO)의 대중화’를달성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대한항공은 하늘에서 ‘K컬처’의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최근 대한항공은 신규 기내식과 업그레이드된 기내 서비스를 공개하면서 한국적 요소를 강화했다. 특히 국내 파인 다이닝으로 유명한한남동 ‘세스타(Cesta)’ 오너 셰프인 김세경 셰프와 협업해 독창적이면서도 한국의 미감을 살린 요리들을 기내식에 도입했다. 대표적인 새 기내식은 문어영양밥,차돌박이비빔밥, 전복덮밥, 신선로 등이다. 한식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주요리들이다. ‘K푸드’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얻게 된 추세를 반영했다는 것이 대한항공의 설명이다.대한항공에 탑승하는 승객들은 제철음식을 통해 사계절을 느낄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됐다. 프레스티지석엔 여름철 열무비빔밥, 가을철 버섯덮밥을 특선 메뉴로 제공한다. 상위 클래스 한식에 제공되는 밥은 우리나라 벼를 전통적인 교배 육종 방식으로 개발한 ‘백세미’를 사용한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이번기내식 업그레이드는 서비스 품질 강화에 전사적인 정성과 노력을 기울인 결과물”이라며 “외국인들이 한국 땅을 밟기전부터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2월5일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하이트진로 베트남 공장 착공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하이트진로 제공


80 www.sisajournal.com국 제김하늬 미국 통신원미국인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노골적으로 등을 돌리고 있다. 트럼프의 고율관세 정책과 불확실한 외교 노선이 미국경제에 되레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민심이 들끓고 있다. 트럼프 경제정책에 대한 여론조사는 역대최악으로 추락했다. 미국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는 트럼프의 장밋빛 약속은 불신으로 뒤바뀌고 있다. 전임 대통령 3명은 금기를 깨고 일제히 트럼프를 비판하고 나섰다. 지금껏 미국에서 볼 수 없었던 이례적인 현상들이 목격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미 언론은 물론 국민도 트럼프의 잘못된 정책으로 가장 고통받게 될나라로 미국을 꼽고 있다. 자승자박에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셈이다.트럼프를 향한 불신은 수치에서도 드러났다. 먼저 트럼프의 국정 지지도가 지난 1월 백악관 복귀 이후 최저치인 42%를 기록했다. 로이터와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4월16일부터 21일까지 미국 성인43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1일(현지시간) 공개한 전국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의 직무 수행 긍정평가는 42%로 나타났다. 4월2일 조사에서 기록한 지지율43%보다 1%포인트 낮은 수치다. 1월20일 대통령 취임 당시 지지율은 47%였다.트럼프의 핵심 공약이었던 이민 정책에대해서도 반대가 46%로 찬성(45%)을 넘어섰다. 또 응답자의 59%는 미국이 국제무대에서 신뢰를 잃고 있다고 답했다.트럼프 물가 관리 ‘부정평가’ 60%하루 앞선 4월20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의 경제 분야 지지율이 1·2기 재임 기간을 통틀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해당 여론조사에서 그의 경제 분야에 대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넘어선건 이번이 처음이다. CNBC방송이 4월9∼13일 미국인 1000명을 상대로 조사해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의 경제 분야 국정 수행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5%로 집계됐다. 반면 긍정평가 비율은 43%에 그쳤다. 이번 조사에서 트럼프물가·관세·구조조정·反이민 향한 분노…美 전역에 퍼지는 ‘反트럼프’ 구호“트럼프 경제정책 반대” 55% 달해…트럼프 지지율 42%로 역대 최저치“트럼프 손 떼라” 50만 명 시위…5월1일 노동절에도 미국 곳곳에서 시위 예고4월19일 반(反)트럼프 시위 참가자들이워싱턴DC에서 피켓을 들고구호를 외치고 있다.© AFP 연합


www.sisajournal.com 81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이날 장 중 97.9까지 하락해2022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트럼프의 파괴적 정책, 값비싼 대가 치러”미국 기업들의 향후 경기 전망 또한 금융위기 이후 최악 수준으로 떨어졌다.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기업 가운데 27%가 올해 실적이 나빠질것으로 봤으며 좋아질 것으로 예상한 기업은 9%에 불과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최근 실적 발표 시즌의 초기기업 컨퍼런스콜 내용을 분석한 결과를보면 거시경제 상황에 대한 긍정적 언급대비 부정적 언급 비율이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가장 낮았다. 미 시장에대한 신뢰를 잃은 투자자들이 ‘셀 아메리카’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미국의 금융 패권이 흔들리고 있다는 진단마저 나온다.미국 자산의 펀더멘털과 경제 우위에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BofA의 글로벌 펀드매니저 대상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61%가 앞으로 12개월 동안 달러 가치가 하락할 것으로예상했다. 최근 20년래 가장 비관적인전망이다. 도이체방크의 글로벌외환리서치 책임자인 조지 사라벨로스는 “트럼프가 관세 정책에서 물러났음에도 달러는이미 타격을 받았다”며 “시장은 세계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매력을 재평가하고있고 급속한 ‘탈달러(미국 자산 매도)’가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트럼프의 관세전쟁이 경제 둔화라는부메랑으로 되돌아올 것이라는 우려는결국 시민들을 거리로 뛰쳐나오게 했다.2주 만에 다시 열린 ‘반(反)트럼프’ 시위는 더욱 독해졌다. 시민들은 “미국이 이상해져 망할 것 같다”며 반트럼프 행렬에동참하는 모습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4월19일 플로리다주 잭슨빌에서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이르기까지 미 전역에서 700건 이상의 시위가벌어졌다. 2주 전인 4월5일 전국적으로50만 명 이상이 트럼프를 규탄하는 ‘손을떼라(Hands Off)’ 시위에 참여한 데 이어, 2주 만에 또다시 반트럼프 시위가 벌어진 것이다. 참가자들은 노동절인 5월1일에도 대규모 시위를 예고한 상태다. 이날 시위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시작된 ‘50501’ 운동에서 비롯됐다. 미국50개 주에서, 각 50건의 시위를, 하나의운동으로 열자는 뜻이다.트럼프에 대한 신뢰는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NYT는 “모두가 와서 협상을 하고 싶어 한다고 트럼프가 말했지만 지금까지의 협상 중 많은 목표가 실현되지 않았으며, 심지어 며칠 또는 몇 주 안에 달성될 것이라고 말한 목표조차도 실현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워싱턴포스트는“경제학자들은 트럼프의 무역전쟁이 기업과 소비자들의 지출을 지연시킬 정도로많은 불확실성을 야기함으로써 미국과세계경제를 불황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할수 있다고 말한다”며 “트럼프의 파괴적이고 종종 변덕스러운 정책 결정은 값비싼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지적했다.의 전반적인 직무 수행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44%가 지지한다고 답했고, 51%가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경제 분야에서 가장 큰 불만 요인은 ‘관세’와 ‘물가’였다. 전면적인 관세 부과 방식에 대해 응답자의 49%가 반대, 35%가 찬성했다.물가 관리에 대한 부정평가는 60%로 긍정평가 37%를 23%포인트나 앞섰다. 민주당계 조사기관 하트 어소시에이츠의제이 캠벨 파트너는 “경제 회복을 내세워 재선에 성공했지만, 지금까지 유권자들이 본 것은 실망뿐”이라고 평가했다.이례적인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전직 대통령이 아무리 후임자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공개 비판을 삼가는 불문율이 깨져버렸다.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조 바이든 전 대통령 모두 “100일도 안 돼서 너무 큰 피해와 파괴를 가져왔다”며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트럼프의막무가내식 이민자 추방 정책도 도마에올랐다. 보수 성향인 대법원조차도 “정부는 추방을 잠정 중단하라”며 제지했고,트럼프 행정부가 합법 체류자를 실수로잘못 추방하면서 헌법 위배 논란이 일자공화당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향후 전망은 더 나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트럼프의 관세로 물가가 흔들리고 교역과 소비가 급감해 미국 경제가 가파르게 추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미 경제는 1.8%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1월 전망치보다 3분의 1 낮고 지난해보다 1%포인트 낮은 수치다. IMF는 성장률 하락가운데 절반은 트럼프 관세의 여파라고 밝혔다. 또 트럼프 관세로 인플레이션물가가 올해 3%로 지난해보다 1%포인트급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미 경제에대한 굳건한 신뢰는 무너지고 있다. 4월21일 달러 가치는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주저앉았다. 유로화, 엔화 등 세계 주요 64월5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Hands Off’ 시위 중 시위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AP 연합


82 www.sisajournal.com국 제박대원 일본 통신원4월13일 일본 오사카의 인공섬 유메시마에서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이하 오사카 엑스포)가 개막했다. 오사카에서엑스포가 개최되는 것은 1970년에 이어55년 만이다. 1970년의 오사카 엑스포는 아시아 최초의 엑스포로서 ‘인류의 진보와 조화’라는 주제로 미래 도시의 모습에 대한 전시가 열렸다. 55년 만에 다시 오사카로 돌아온 엑스포의 주제는‘생명력이 빛나는 미래 사회의 디자인’이다. 특히 ‘지속 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1970년의 오사카 엑스포가 신기술에 기반한 미래 사회로의 ‘직선적 진보’를 강조했다면, 2025년에는 친환경적이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한 ‘순환적 성장’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오사카 엑스포 운영을 담당하는 일본국제박람회협회는 개막에 앞서 ‘줄 서서기다리지 않는 엑스포’의 실현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개막 당일인 4월13일, 우천및 많은 인파로 인한 혼잡으로 방문객들은 기다림의 연속을 경험하게 되었다. 아침 일찍부터 몰려든 인파로 오전 9시 개막 이후 입장 게이트 통과까지 약 1시간이 걸렸다. 통신장애 발생으로 인해 사전예약한 관람객이 입장 시 제시해야 하는QR코드가 표시되지 않아 한동안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사전예약이필요 없는 파빌리온(전시관)에서는 대기시간이 3시간을 넘기도 했다.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또한, 내부 회전초밥집인 스시로와 구라스시에서는 오전 중에 접수해도 최대 8시간20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이어져,오전 중에 이미 접수를 마감했다. 전시관과 화장실 앞에도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 우천으로 인해 14만 명이 넘는 사전예약자 중 약 11만9000명만 현장을 방문했음에도 혼잡한 상황이 계속된 것이다.궂은 날씨로 인한 일부 행사의 취소는관람객들의 아쉬움을 더했다. 4월13일오후, 엑스포 개막을 기념해 항공자위대의 비행단 블루임펄스가 엑스포 회장 상공에서 곡예비행을 할 예정이었으나 기상 악화로 인해 중지되었다. 가족과 함께엑스포장을 방문한 초등학생(9세)은 엑스포 개막 전부터 블루임펄스의 곡예비행 동영상을 보며 기대해 왔다며 실망감을 토로했다.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부 지사는 기상 악화로 인한 블루임펄스의 곡예비행 중지에 아쉬움을 나타내며,나카타니 겐 방위상에게 비행단을 다시파견해줄 것을 요청했다. 방위성은 블루임펄스 재파견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오사카 엑스포 개막 직후 화장실이화두에 오르기도 했다. 오사카 엑스포는 전체 화장실 중 40%가 성별과 상관없이 누구든지 사용 가능한 ‘올 젠더(All gender) 화장실’(성 중립 화장실)로 설치되었다. 좌변기마다 개별 칸막이가 설치되어 화장실 이용 시 외부로 노출되지않으며, 세면대와 거울은 공동으로 사용하는 형태다. 2021년 도쿄올림픽 개최이후 성소수자(LGBTQ) 배려 차원에서공항이나 국립경기장 등 공공시설에 ‘올젠더 화장실’이 확산되고 있다.엑스포 내 ‘올 젠더 화장실’에 대한 시민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70대 여성(고베 거주)은 여자 화장실은 남자 화장‘엑스포 효과 30조원’기대하는 日, 흥행 부진 속트럼프 방문에 기대감 158개국 참여 6개월 대장정 오사카 엑스포…주최 측은 2800만 방문객 방문 기대‘줄 서지 않는다’ 홍보했는데 기다림의 연속 논란…‘성 중립 화장실’도 입방아에4월13일 2025 엑스포 개막일에 네덜란드관에 입장하기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 © EPA 연합4월13일 2025 오사카 엑스포 개막일, 엑스포 행사장에입장하기 위해 길게 늘어선 사람들의 모습 © EPA 연합


www.sisajournal.com 83중이던 키르기스스탄산 꿀 1병(약 7만원상당)을 훔친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되었다. 해당 남성은 혐의를 인정하고 “샘플같아서 가져가도 된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소지품에서 전시품으로보이는 또 다른 물건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져 경찰이 진상조사에 나섰다.트럼프 방문으로 반전 기대하는 日이처럼 오사카 엑스포를 둘러싼 각종 문제점이 부각되자, 이시바 일본 총리는“(개막) 첫날부터 여러 의견이 접수되었다. 주최자 및 경제산업성에 빠른 대응을 지시했다”며 신속한 대처를 촉구했다. 일본국제박람회협회 부회장인 마쓰모토 마사요시(간사이경제연합회 회장)도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 게이트의 혼란 등 (운영 면에서의) 훈련이 부족했다”며 “첫날의 혼잡은 익숙하지 않은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혼란이 반복되지 않도록 훈련해갈 것이기 때문에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개막 이튿날인 4월14일 방문객 수가개막일의 절반도 되지 않는 5만1000명을 기록하는 등 실적이 저조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과거의 엑스포 사례를 봐도, 후반부에 방문자가 증가해 왔다”며 엑스포가 폐막하는 10월13일까지 2820만 명의 방문을 기대하고있다는 심경을 밝혔다. 경제산업성은 오사카 엑스포 개최로 약 30조원의 경제적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한편 일본 정부는 오사카 엑스포는 전세계 158개국 및 지역이 참가하는 국제행사이니만큼, 일본을 방문하는 주요국수뇌 및 정부 고위 관계자와의 친선 도모 기회로 활용하겠다며 ‘엑스포 외교’에힘을 싣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4월15일세르다르 베르디무함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천연가스 개발 및 유엔 개혁에 대해 협의했으며, 이와야 다케시 외무상은 태평양 도서국인통가의 울카라라 황태자 겸 외상과 회담을 가졌다. 이와야 외무상은 “앞으로도일본을 방문하는 각국 관계자들과 적극적으로 회담하며, 각국과 협력·연대를강화해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을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가 잠시라도 방문한다면 단번에 흥행 반전을 일으킬 수 있을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일본은 트럼프가이번 엑스포의 ‘미국의 날’인 7월19일 전후에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알려졌다.실에 비해 줄이 긴 경우가 많다며 “기다리지 않는다면 사용해 보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반면 30대 여성(오사카 거주)은 “익숙하지 않아 저항감이 있다”며사용을 주저했다. 또한 ‘올 젠더 화장실’과는 별개로 설치된 남자 화장실·여자화장실과 관련해서는, 성별을 표시하는마크가 너무 작아 구별이 어렵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일부 유아용 화장실도 논란을 낳고 있다. 칸막이 없이 좌변기 3대와 남아용 소변기 2대가 일렬로 나란히 설치된 유아용 화장실에 대해 “아이들의 프라이버시 배려가 부족한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개막 이튿날부터는 각종 사건·사고가이어졌다. 4월14일 오전에는 엑스포장의 일부 출입구가 봉쇄되고 관람객 200명 정도가 피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보안검사 과정에서 80세 남성(오사카 거주)이 보안검사원의 소지품 검사를 거부하고 폭탄을 소지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경찰이 소지품을 확인한 결과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개막 4일 차인 4월16일에는 에어건(비비탄 총)을 들고 엑스포장 인근을 활보하는 남성의 모습이포착되어 논란이 빚어졌으며, 또 다른 80대 남성(오사카 거주)이 엑스포장에 전시4월13일부터 일본 서부 오사카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박람회(엑스포) 방문객들이 행사장을 거닐고 있다. © EPA 연합


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많은 예능인이 입을 모아 말한다. 몇 날 며칠 고민한 아이디어가 기안84의 툭 던지는 한마디와 상상, 그 이상에 결코 범접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됐을 때 좌절하게 된다고. 재능도 아닌 노력도 아닌 존재 그 자체가 ‘예능캐’인 기안84를 빗대 하는 말이다. 그래선지 기안84의 예능에는 별다른 ‘콘티(각본)’나 계획이 없다. 그저 기안84의 행동과 생각을따라갈뿐이다.그것이가장재미있고기발하니까.이번엔 제목도 《대환장 기안장》이다. 기안적 낭만이 가득한 울릉도 기안장에서 기안84, BTS 진, 지예은이 숙박객들과 펼치는 기상천외한 신개념 민박 버라이어티다.민박집 설계도 기안이 ‘기안스럽게’ 했다. 《효리네 민박》으로 민박 버라이어티 장르를 개척한 정효민 PD, 윤신혜작가와기안84가탄생시킨작품이다.예상은 적중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대환장 기안장》은 공개하자마자 글로벌 TOP10 시리즈(비영어) 부문 6위에 진입하며 예능 작품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기안적발상이글로벌에서도먹힌것이다.한국을비롯해 홍콩,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6개 국가의TOP10에 오르고, 200만 시청 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러닝타임으로나눈값)를기록하는등한국리얼버라이어티의매력을전세계에알리고있다.물론직원으로출연한글로벌 슈퍼스타 BTS 진과 《SNL 코리아》의 떠오르는 예능신예지예은의시너지도한몫했다.진은기안84가사는모습을옆에서보고싶어출연을결심했다고한다.기안84의 상상이 현실화된 ‘세상에 하나뿐인 민박’ 기안장은 시청자들의 예상을 한참 비껴난 비일상적 경험을선물하며 색다른 재미를 안긴다. 조금은 고생스럽고 환장하게 만들지만, 기안장 곳곳에 숨겨진 낭만을만끽하다 보면 어디에서도 경험할수 없는 즐거움을얻게 된다. 예상치 못한 상황도 ‘기안적 낭만’삼아 즐기는 숙박객들의 다채로운 사연, 이들의 잊지 못할 추억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안장 패밀리의 ‘케미스트리(조화)’역시유쾌한웃음을더한다.정효민·이소민·황윤서 PD는 “‘기안84가 《효리네 민박》 주인장이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으로 시작됐다.민박 버라이어티는 사장님의 라이프스타일·생각·철학까지 녹아들 수밖에 없는 장르인데, 기안84는 시청자들• INTERVIEW“세상에 하나뿐인 민박,‘기안적 낭만’느끼러 오세요”84 www.sisajournal.com《대환장 기안장》으로 돌아온 ‘예능캐’ 기안84ⓒ 넷플릭스 제공


신이어서 그런지 군인정신으로 모범을 보였다. 사장인 저보다실세였다.”정효민 PD는“기안84를모를때는피터팬처럼사는인물로생각했는데막상만나보니생각이깊고여린부분이있었다”면서 “프로그램 안에서 시청자분들도 기안84의새로운모습을공감하고느낄수있을것”이라고전했다.진은 “알고리즘을 점령한 기안84씨에게 인간적으로호기심이 생겼다. 실제로는 어떻게 살아가는 사람인지궁금해져 《대환장 기안장》 출연을 결정했다. 직원과 숙박객의 건강과 위생을 신경 쓰는 모습을 보고 존경심도생겼다”고 밝혔다. 지예은 역시 “실제로 만나보니 생각이 많고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하게 생각하는 사람처럼 보였지만 프로그램에 책임감이강한모습을새롭게알게됐다”고밝혔다.프로그램 관전 포인트를 말해 달라.“첫 영업 3일 동안은 식사 준비, 청소, 빨래 등을 하느라숙박객과 소통하지 못했다. 2주 차 영업부터는 조금 안정되면서 숙박객과 소통할 수 있어 이야기들이 생긴 것 같다. 그 와중에 직원들이 점점 힘들어하는 모습도 보실 수있을 것이다. 무너져가는 저와, 지예은을 지키는 진의 케미스트리,임직원과숙박객들의소통을지켜봐달라.”이 누구보다 궁금해하고 알고싶은 출연자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밝혔다. “상상한 것은 모두 없고 상상하지 못한 모든 것이 있는 ‘기안적 낭만’과 즐거움이있다”고덧붙였다.공개직후넷플릭스대한민국TOP10 시리즈 1위에오른소감에 대해서는 “넷플릭스에 재밌는작품이많아 1위가쉽지않을것이라고 생각했다. 한국적인버라이어티로 1위를 할 수 있어좋다”고 전했다. 황윤서 PD 역시 “숙소에 대해 신선하면서 대리불편을느낄수있는재미를즐겨주시는것같아인상깊다”면서감사의마음을표현했다.서울종로구 JW 메리어트동대문스퀘어서울에서진행된《대환장기안장》기자간담회에서기안84를만나민박집운영비하인드를들었다.어느 것 하나 뻔한 것은 없는 ‘기안장’이다.“정효민 PD가과거《효리네민박》을연출했었다.그것과는좀달라야하지않을까 싶었다. 보통 민박집은 손님들이 편안하게 쉬다 가는 곳이지 않나. 그래서 반대로 최대한 불편하게 만들려 했다. 그러면 새롭고 재미있는 장면들이나오지 않을까 싶더라. 그래서 최대한 불편하면서 낭만적인 것들을 만들자는아이디어로 시작했다. 넷플릭스가 ‘기안장’을 내가 상상한 그대로 만들어줄줄은몰랐다.”숙소를 설계할 때 가장 공들인 것은 무엇인가?“편안하고 좋은 숙소는 굉장히 많다. 기안장은 그 반대이면서 낭만적인 숙소로 만들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벽에 매달려서 잘 때 달과 별, 윤슬을 볼수있으면평생잊지못할추억이될것같아침실설계에가장공을들였다.”실제로‘기안장’은예측을벗어난요소들로눈길을사로잡는다.안전장치를해야 하는 야외 침대부터 암벽등반 코스로 꾸며진 입구, 밧줄을 타고 내려가는 내부 설계 등 기존의 민박집에선 볼 수 없었던 요소들이다. 심지어 바다에둥둥떠있는민박집이다.직원을 거느린 민박집 사장이다. 힘든 점은 없었나?“예은씨가 4~5일 지나니까 힘들다고 울더라. 다들 몰랐겠지만 저도 이틀 지나니까너무힘들어서울었다.책임감은큰데부담은되니까서럽더라.그에비해 석진씨(BTS 진 본명)는 굉장히 강한 친구였다. 예를 들어 비가 오는 상황에서 월드스타인 이 친구는 끝까지 비를 맞으며 밖에서 자더라. 왜 비를 피해 안으로 들어가야 하느냐고 하더라. 그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친구가 조교 출www.sisajournal.com 85넷플릭스 예능 《대환장 기안장》 출연진 © 넷플릭스❶❷넷플릭스 예능 《대환장 기안장》 스틸컷 © 넷플릭스❶❷


86 www.sisajournal.com이은선영화저널리스트영화 《야당》은 제목만 보면 선 굵은 정치 드라마라고 오해하기 십상이다. 이영화제목의의미는정권을잡지않은정당인야당(野黨)이아니라,마약수사의 브로커를 뜻하는 은어다. 마약 범죄를 둘러싼 뒷거래 현장에서 활약하는이들의이야기를다룬다.합법과 범법 사이사건수사를일종의쇼로둔갑시키는데능한이들의얽히고설킨거래를다룬다는 점에서는 《부당거래》(2010), 대한민국 사회의 판을 은밀하게 움직이는세력들을 주목했다는 점에서는 《내부자들》(2015), 통쾌한 활극을 지향한다는 점에서는 《베테랑》 시리즈(2015~)가 떠오른다. 《야당》은 앞서 등장한 여러영화와닮은꼴을부정하는대신장르적기시감을오히려적극적으로활용하는 영화에 가깝다.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소재, 즉 ‘야당’의 존재를 내세웠다는자신감의방증처럼보인다.사회어디에나판을짜는설계자들이존재한다.마약범죄라고해서다르지《야당》, 대한민국 마약 범죄판을설계하는 사람들마약 둘러싼 뒷거래 현장 생생히 묘사…한 끗 다른 범죄 액션않다. 주인공 이강수(강하늘)에 의하면 대한민국 마약판은세분류로나뉜다. “약파는놈,잡는놈,그놈들을엮어주는나같은놈.”이강수는 마약 수사 브로커 ‘야당’이다. 이들은 마약 범죄 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한 대가로 금전적 이득을 취하거나 처벌을 감경받는다. 검거된 이에게 형량 합의 보장을 조건으로 마약 거래 정보를 얻고, 이를 다시 경찰이나 검찰에 넘겨 현장을 실시간으로 덮칠 수 있도록 한다.이는 당연히 수사기관의 굵직한 실적이 된다. 추격을 따돌리려는 범죄자들의 카체이싱 동선에 끼어드는 것처럼적극적인도움을제공하기도한다.대리기사로일하던평범한 20대청년강수는억울하게마약사범 누명을 쓴다. 이후 검사 구관희(유해진)에게 야당 활동을 제안받고, 두 사람이 손을 맞잡은 채 펼친 활약은 여러 실적을 낸다. 수사기관을 도와 뒷거래로 활약하• MOVIE영화 《야당》 포스터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www.sisajournal.com 87는 강수의 존재 자체는 역설이다. 범죄를 소탕하는 공공선을 위한 활동이긴하지만 엄연히 범법의 경계에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마음껏 응원하기엔 망설여지는 어둠의 히어로. 양지의 스포트라이트 속으로는 나설 수 없는 존재. 강수란캐릭터를둘러싸고발생하는이중성은《야당》을한끗다른범죄액션으로만든다.인물들을 움직이는 것은 그들 각자의 욕망이다. 그 중심에 검사 구관희의야심이 우뚝 서있다. 지방지청의 평검사 중 한 명이었던 그는 이강수를 야당으로 만들며 마약 유통조직 검거에서 승승장구한다. 서초동 중앙지검 특수부 자리를 노리는 그의 멈추지 않는 활약에 번번이 고배를 마시는 쪽은 마약수사대 팀장 오상재(박해준)다. 작업이 다 된 현장에 항상 간발의 차로 도착하는구관희의팀은정식발부한영장을들이밀며피의자를낚아채가곤한다.언제까지고 사이좋게 각자의 이익을 취할 것 같던 이강수와 구관희의 동맹이 깨지는 순간도 곧 찾아온다. 급습한 마약 파티 현장에서 차기 유력 대통령후보의 아들 조훈(류경수)을 만나면서부터다. 애초에 권력욕이 동력이었던구관희는 그 길로 이강수를 내친다. 조훈의 손을 잡고 뒷배를 봐주는 대신 목격자이강수의입을틀어막아야하기에,마약유통업자를포섭해이강수에게강제로마약을투약한뒤중독자로만들어버리는짓도서슴지않는다.이후엔반격의시간이다.여기엔한차례실패를경험했던이들이모여든다.피눈물 나는 재활의 시간 끝에 구관희에게 칼끝을 겨눈 이강수, 마약 수사 중입건된 여배우 염수진(채원빈)과 공조했지만 끝내 작전에 실패했던 오상재,자신을마약사범으로만든조훈에게복수하고픈염수진까지손을맞잡는다.영화 밖 현실과의 접점들《야당》은 2021년 한 일간지 기사에서 출발했다. 수원지검 검사실에서 마약정보 교환이 이뤄진다는 보도였다. 이후 황병국 감독은 마약사범과 검경 관계자 취재를 통해 지금과 같은 영화 속 인물과 사건을 완성했다. 한강 위에 띄운 요트에서 벌어진 마약 파티, 강남 도심에서 피의자를 검거한 일, 경찰이 추격하던 마약사범을 지하철 플랫폼에서 검찰이 가로챈 에피소드 등은 실화의충실한반영이다.애초에정치드라마를지향한것이아님에도언제나현실정치와나란한대목들을 남긴다는 것이 한국 범죄 스릴러의 씁쓸한 면모다. 《야당》에서 본격적으로다뤄진공간인검사부속실이그중하나다.거물급정·재계인사들을조사하는 일종의 ‘VIP실’이다. 깍듯한 검사의 태도와 거만한 피의자의 모습이 대조되는 영화 속 장면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의 한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검찰 조사 당시 건너편 건물에서 찍힌 사진은‘황제 소환’이라는 비판까지 불러일으킬 정도로 화제였다. 이쯤 되면 구관희와조훈의작당모의를담은대화장면은실화의패러디에다름아니다.의도한 것은 아니겠으나, 권력과 정치를 둘러싼 문제가 시기를 막론하고 다행히(?) 늘 소란하기에 《야당》의 장면들은 극장 밖을 나서며 하나씩 더 곱씹게 되는 측면이 있다. 이를테면 “대한민국 검사는 대통령을 만들 수도, 죽일수도 있다”고 소리치는 구관희 앞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현실과의 접점은, 대통령을 만들고 나아가 자신이 그 자리에 섰다가 파면당한 이의 초라한 뒷모습이다. 극 중 구관희의 검사 부속실에는 붓글씨 액자가 걸려 있다. ‘소훼난파(巢毀卵破)’. 둥지가 부서지면 알이 깨진다는 뜻으로, 법이 망가지면 국민이 불행해짐을 의미한다. 시기가 시기인지라단순한영화적장치로만은보이지않는다.《야당》은마약수사를바퀴벌레를잡는것에비유한다.눈에 보이는 몇 마리를 잡을 것이 아니라 본거지를 털어야 소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영화에 따르면 1년간 검거되는마약사범은 3만여명에달한다.검거되지않은사례까지 고려하면 실제로는 20배가량 될 것이다. 단순한 오락영화를 떠나 마약을 둘러싼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는계기가되고싶다는것이《야당》의의지다.‘야당’이라는 새로운 소재, 현실과의 묵직한 접점, 좋은메시지와 시원시원한 전개에도 적잖은 아쉬움이 남기도한다. 러닝타임 내내 관객이 휴대폰을 보지 못하도록 지루한 구간을 만들지 않았다던 황병국 감독의 장담대로영화는 내내 크고 작은 사건을 몰아붙인다. 그 결과 그 안에 얽혀든 캐릭터들의 심리는 뒷전이다. 각각의 캐릭터는그들 각자의 구체성을 획득하는 대신 이강수의 대사처럼“약 파는 놈, 잡는 놈, 그놈들을 엮어주는 나 같은 놈” 중하나로 단순 분류된다. 연이은 사건만 보이는 영화의 전개 안에서 등장인물 중 누구에게도 마음을 가까이 붙이며이입하기란쉽지않다는뜻이다.단순한 오락영화를 떠나 마약을 둘러싼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고 싶다는 것이 《야당》의 의지다.영화 《야당》 스틸컷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 CLASSIC제한 작곡가였고, 조성진은 그 디테일을 구현하는 데 탁월한 감각을 지닌 연주자다. 이들의 음악은 차가운 계산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그 속엔 조용하고도 강렬한 열정이응축돼있다.완벽주의자 라벨, 기계처럼 정밀한 예술가모리스 라벨은 프랑스 음악사의 독보적인 존재다. 고전적 형식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늘 파격과 실험을 도입했김성록 클래식 해설가조성진은 지금 모리스 라벨이라는 이름 아래 전 세계 무대를 누비고 있다. 그는 라벨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라벨의 피아노 독주곡 전곡을 담은 앨범을발표하고, 글로벌 투어에 나섰다. 단순한 헌정이나 기획 차원을 넘어선 이번프로젝트는 라벨 음악의 본질을 탐구하고 조성진 자신의 예술적 지향을 투영하는깊은성찰의결과물이다.두 사람은 모두 프랑스 파리 국립고등음악원 출신으로, 섬세함과 완벽주의라는 공통의 기질을 지녔다. 라벨은 불필요한 장식을 걷어내고 본질만을 정2024년 5월24일 체코의 수도 프라하 루돌피눔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라벨을 연주한 조성진이 현지 시민들로부터 4번에 걸쳐 기립박수를 받으며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프랑스의 클래식 작곡가 모리스 라벨 © 연합뉴스라벨을 연주한 조성진…시대를 초월한 두 귀공자의 만남질서와 파격의 경계를 탐구한 라벨 탄생 150주년조성진, 정제된 감성과 형식을 현대적으로 구현하다88 www.sisajournal.com


www.sisajournal.com 89다. 그는 낭만주의 퇴조 이후, 인상주의와 신고전주의 경계에서 자신의 색깔을 구축했다. 드뷔시와 종종 비교되지만, 라벨은 좀 더 체계적이고 구조적인음악언어를구사했다.드뷔시가회화적이고감성적인흐름에중점을뒀다면,라벨은 그 감성을 정교하게 다듬어 건축하듯 짜맞췄다. 그래서 스트라빈스키는 라벨을 ‘스위스 시계 장인’에 비유했다.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정밀함,그것이라벨음악의핵심이었다.그 대표작 《볼레로》는 전통적인 형식을 거부하고 단일 선율과 리듬을 반복하면서 점층적으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발전부 없이 제시부와 재현부만으로 구성된 이 곡은, 15분간 오직 하나의 멜로디와 리듬으로 승부를 건다. 반복되는 구조 속에 등장하는 악기의 변화, 음색의 확장, 그리고 마지막에 도달하는 폭발적인 클라이맥스는 청중에게강렬한몰입과해방감을선사한다.라벨은이곡을작곡하면서“내생애가장 독창적이지 않은 작품”이라고 표현했지만 반복을 통해 새로움을 만들어낸 이 곡은 결과적으로 라벨의 가장독창적인 작품이 됐고, 클래식 역사상가장 대중적으로 성공한 곡 중 하나가됐다. 《스카이캐슬》 《오션스12》 《밀정》 《슈렉2》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영화와드라마에삽입되며문화적유산으로자리잡았다.라벨도생전에이곡이 매년 200억원이 넘는 저작권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을것이다.그리고 오는 4월30일, 이 불멸의 선율이 다시 한번 스크린을 울린다. 라벨의 삶과 작품 세계, 그리고 《볼레로》가 가진 음악적 혁명성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볼레로: 불멸의 선율》이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라벨의 천재성과 고독, 시대를 초월한 예술혼을 탐색한 이 작품이, 조성진의 연주와 더불어라벨을다시만나는또하나의길이될지모르겠다.라벨은 단순한 작곡가를 넘어, 한 시대의 지식인이었다. 수려한 외모와 절제된 성격으로 프랑스 사교계에서 주목받았지만, 허영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제1차세계대전당시자원입대를시도했고,건강문제로전선은어렵다는판정에도 운전병으로 복무하며 조국에 헌신했다. 예술가로서의 자의식과 함께시민으로서의책임감도지녔던그는,시대와불화하며자신의신념을지켰다.어둠 속에서 피어난 섬광그의 예술관은 로마대상 도전에서도 드러난다. 다섯 차례 연속 탈락한 이사건은 음악원의 편파성과 구태의연한 심사 기준을 폭로하며 ‘라벨 사건’으로 확산됐고, 제도 개편까지 이끌었다. 이후 그는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려한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거절했다. 명확한 이유를 밝히진 않았지만, 예술은 권위에 의해 증명될 필요가 없다는 그의 신념이 담긴결정이었다.그는 다수의 작품을 피아노곡으로 먼저 작곡한 뒤, 관현악곡으로 편곡했다. 피아노는 라벨에겐 정직한 스케치북이자 실험실이었다. 조성진은 그 피아노 선율을 통해라벨의 머릿속을 들여다본다. 단순히 음표를 연주하는것이 아니라, 각 음이 지닌 색채와 질감, 상상 속의 악기까지 되살려낸다. 그의 손끝에서 피아노는 관현악처럼 울린다. 조성진의 안정적이고 따뜻한 저음은, 마치 라벨의 음악에서 울리는 바순이나첼로의음색을연상케한다.특히 이번 앨범의 하이라이트인 《밤의 가스파르(Gaspard de la nuit)》는라벨 피아노 독주곡 중에서도 가장 난해하고 도전적인 작품이다. 세 개의 소품으로 구성된 이 모음곡은 몽환과 공포, 환상과 절제의 경계를 그린다. ‘옹딘’의 물결처럼 출렁이는 아르페지오,‘세레나드의 마크’에서의 불협화음, ‘기요’의 죽음과 처형의 이미지 등은 청중에게 음향 그 이상의 이야기를 전달한다. 빠르고 강렬한 테크닉은 리스트를능가할만큼까다롭고,표현의폭도극단적이다.그러나조성진은이난곡을단순히기술적으로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라벨의 세계관을 음악으로 번역해 낸다.그는 이 곡의 어둠을 단지 암흑으로 묘사하지 않고, 그 안의 온도와 숨결, 인간적인 떨림까지 구현해 낸다. 라벨이지향했던 것은 기교의 과시가 아니라 정제된 감정, 그리고 미적 균형이었다. 조성진은 그 의도를 누구보다도 정확하게구현하고있다.라벨의 피아노 독주곡 전곡은 총 2시간15분 남짓이다.짧지만, 그 안에 담긴 밀도와 섬세함은 압도적이다. 조성진의 이번 프로젝트 목적은 단순한 앨범 발매가 아니다.라벨이라는 작곡가의 정신과 음악을 되살리는 작업이며,동시에 자신의 음악 세계를 더 깊이 확장시키는 계기다.이 프로젝트는 클래식 음악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담고 있으며, 조성진이 왜 지금 세계 클래식계에서 가장 주목받는피아니스트인지를분명하게보여준다.앞으로도 우리는 조성진을 통해 라벨을 다시 듣고, 라벨을 통해 조성진의 새로운 면모를 계속 발견하게 될 것이다.그리고그것이바로음악의마법이다.조성진 피아노 콘서트가 열린 프라하 루돌피눔 © 연합뉴스


90 www.sisajournal.com• BOOK조철 북 칼럼니스트최근 환갑을 바라보는 남자들의 고교 동창 모임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남자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를 비판하자 그 말을 들은 ‘조국 지지자’인 동창생이 “조국 책 읽어봤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조국 욕하지 마!”라고 발끈했다.조전대표를비판하려면그의세계관을알아야한다는말로도들린다.경희대학교 공공거버넌스연구소 학술연구교수로 재직 중인 채진원 교수가《조국사태로 본 586 정치인의 세계관》을 펴내 이런 현상을 비판적으로 진단했다. 채 교수는 이 책을 펴낸 계기에 대해 “우리 사회를 분열시킨 ‘조국 사태’를 통해 드러난 586 정치인들의 세계관을 전근대적인 ‘유교적 습속’의 관점에서비판적으로진단하면서,국민통합의핵심적가치인민주공화주의에부합하도록‘586의재민주화’를촉구하는데있다”고말했다.채 교수는 2019년 7월 한일 갈등 때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페이스북에‘죽창가’를 부르자면서 ‘반일 아니면 친일이고, 애국 아니면 이적(利敵)’이라고 선동한 것과 자신의 자녀 입시 비리 의혹에서 내로남불 행태를 보인 것을두고 586 정치인의세계관이단적으로드러난것이라고지적한다.“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는 최근 죄짓고 수감 중이면서도 정의와 진리의사도인 양, 자신의 죄를 숨기기 위해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악마화·마녀사냥 하면서 훈계하는 모습을 보인다.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식의 혐오적언행을 통해 드러난 조국의 훈계는 조선시대 사대부의 성인군자적 세계관과유교적습속을닮았다.”채 교수는 이런 조국 전 대표의 세계관에 대해 586 정치인들이 다수 공유하고 있는 ‘운동권 세계관’이라는 점에서 위정척사론으로 상징되는 ‘소중화적 주체철학’의세계관이라고명명하고,상대를‘토착왜구’나‘적폐세력’으로 악마화하는 이런 세계관은 병자호란 이후 ‘선(善)=중화=문명, 악(惡)=청=오랑캐’로 차별하는 송시열의 ‘소중화론’과 ‘북벌론’을 계승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도덕 지향성과 이분법적 선악 구분은 조선시대 유교인 주자학과성리학적 습속을 재현한다는 점에서 21세기 시대 상황과 정당 간 경쟁을 상정하는 민주주의 규범과 충돌하는것이어서,채교수는다음과같은방안을제시한다.“극단적 진영 대결로 한국 정치를 주도하고 있는 586 정치인이자신을지배하고있는‘소중화적주체철학’에서벗어나기 위해서는, 교화와 계몽의 주체에서 내려와 애덤 스미스가 《도덕감정론》에서 말한 ‘동감의 원리’에 기반한 ‘공감과 상식의 정치’에 천착해야 한다. 즉, 자신의기득권과 선민의식을 내려놓고 국민 정서에 흐르는 도덕감정에 맞춰 공감하고 소통하는 ‘공감과 상식의 정치’에열중할때대립과분열의정치양극화가극복되어민주주의가정상화될것이다.”“그들의 이분법은 유교적 습속이다”정치 양극화 해법 제시…채진원 교수의 《조국사태로 본 586 정치인의 세계관》조국사태로 본586 정치인의 세계관채진원 지음푸른길 펴냄272쪽1만8000원우리가 잊고 있던 날들르누아르, 모네, 피사로, 커샛 등 인상파 화가들이 부드러운 붓 터치와 따뜻한 색감으로 그려낸 아이들과 어린 시절의 풍경. 섬세한 그림들은 어린 시절의 기억과 그때 받았던 사랑을 되살리게 해준다. 프랑스 지베르니인상파미술관에서 어릴 적 추억을 만날 수 있는 150점의 명화를 엄선해 특별한 그림 산책을 선사한다.아날로그의 세계런던 디자인박물관의 명예 관장이 엮은 책으로 아날로그 세계를 향한 예찬으로 가득하다. 에디슨이 최초로 축음기를 개발한 순간부터 21세기의 2m짜리 초대형 스피커까지,턴테이블·트랜지스터 라디오·텔레비전·전화기·필름카메라·손목시계·타자기 등 우리가 사랑한아름다운 아날로그의 세계를 글과 사진으로 전한다.읽기 쉽게 풀어 쓴, 중소기업 컨설팅 실무 바이블최근 중소기업이 처한 환경은 국내외적으로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이에 정부에서는 여러 제도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적극적으로 기업들의 활로 모색을 돕고 있다. 정부의 ‘정책자금’에 대해 무상, 유상으로 나눠 살펴보고 ‘공공조달’ 참여 방법 등도 알아본다.NEW BOOK시릴 시아마,마리 델바르 지음더퀘스트 펴냄304쪽3만3000원데얀 수직 지음북스톤 펴냄304쪽4만7000원조창희, 한건우,박성수 지음예미 펴냄204쪽1만9000원


92 www.sisajournal.com고령 인구 증가와 함께 척추관 협착증을 앓는 환자가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척추관 협착증 환자의 약 절반(47.9%)이 70대 이상으로 나타났다. 척추관 협착증은 좁아진 척추관, 혹은 추간공이 신경근을 압박하여 신경성 간헐적 파행(불안정 걷기)과 통증, 마비 등 여러 가지 신경 증상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이다. 척추관 협착증 치료는 일반적으로 신경이 지나가는 공간을 넓혀주고 결과적으로 신경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여주는 '신경감압술'을 기본으로 단순 감압술이나 골융합술이 이에 해당한다.뼈와디스크는그대로,두꺼워진인대만제거하는최소침습척추치료 그러나 우리들병원은 수술 후 척추 불안정성을 유발할 수 있는 단순 감압술이나 여러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는 광범위한 골융합술 등의 기존 수술법과는 달리 뼈와 디스크를 제거하지 않고 두꺼워진 황색 인대만을 제거해 협착증을 해결한 후, 새로운 인공 인대를 사용해 척추를 안정화하는 '척추 인대재건술'을 통해 환자들에게 더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척추 인대재건술은 나사못 고정 대신 섬유 재질의 인공 인대를 사용해 가로와 세로 방향으로 척추를 견고히 묶어 재건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허리의 움직임과 유연성에 제약을 주지 않으면서 척추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인접 척추관절의 퇴행을 가속화하지 않는 것이 큰 장점이다. 또한 이 수술은 척추의 정중앙으로 접근해 진행하기 때문에 피부 절개를 3~5cm로 제한하여 정상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고, 출혈이 거의 없고 감염 위험 또한 낮으며 보조기 착용 기간을 최소화해 환자의 일상 복귀를 빠르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서울김포공항 우리들병원은 지난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 동안 요추 협착증 및 척추전방전위증(Lumbar Spondylolisthesis, Grade1)환자 총 298명에 대해 척추 인대재건술을 시행했으며 이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평균 수술 시간은 2시간39분으로 고정술에 비해 약 51분 빠르게 마무리되었고, 평균 출혈량도 고정술에 비해 38.9% 감소했다. 고령 환자를 위한 맞춤형 치료, 최소 절개와 빠른 회복이 기간 우리들병원에서 척추 인대재건술을 포함한 최소 침습 절개 및 무수혈 수술을 받은 환자(6만2992명)의 평균 연령이 7.2세 상향됐다. 이 중 65세 이상은 2023년 45.6%로 10년 새 1.5배 넘게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23일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감안하면, 척추감압술 및 인대재건술은 앞으로 환자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척추관 협착증 치료의 새로운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Advertorial척추관 협착증, 고령 환자를 위한 수술법은 따로 있다?신경외과 전문의 권윤광 원장


94 www.sisajournal.com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의 보고(寶庫), “돌멩이를 심어도 고구마가 난다”는 곳,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군수 심덕섭)의 미국 방문단이 전해준 고창의 맛에 LA와 OC의 한인 동포들이 흠뻑 취했다. 심덕섭 고창군수를 비롯한 고창군 미국 방문단은 4월7일부터 13일까지 LA를 시작으로 OC와 북가주의 프레즈노,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나파밸리 등지를 돌며 고창 농특산품의 미국 수출 확대 방안을 모색했다. 고창엔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의 보물 일곱 개가 있다. 세계자연유산 고창 고인돌, 인류무형유산 판소리와 농악, 세계기록유산 동학농민혁명 포고문, 고창갯벌과 선운산, 운곡람사르습지 등 세계지질공원, 그리고 군 전체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인 고창은 그 자체가 보물이다. 방문단은 한남체인 플러턴점과 토랜스점에서 ‘고창 농특산품 특별전’을 열었다. 고창군은 명물 풍천장어와 복분자 제품 이외에도 고춧가루, 천일염, 한과, 고구마 말랭이, 땅콩 등 고창군을 대표하는 30여 품목을 준비했다. 이번 판촉 행사는 준비한 상품이 조기에 매진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행사장에서 시식해 본 한인들이 고창의 맛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돌멩이도 고구마로 만든다는 마법의 비밀은 바로 미네랄과 게르마늄 등 몸에 좋은 영양 성분이 풍부한 고창의 토양 덕분이라고 한다. 여기에 더해 긴 해안선을 타고 불어오는 해풍을 맞은 고창의 농특산물은 맛도 일품이라고 한다. 방문단은 행사를 진행한 한남체인 본사와 연간 50만 달러 상당의 수출 협약을 체결했다. LA 지역의 농식품 바이어들을 초청해 고창 농특산물 수출 상담회도 열었다. 고창의 농특산품을 시식하며 자연스럽게 소개하고 수출 상담을 이어가는 시간이었다. 특히 이번에는 고창군이 역점을 두고 있는 김치 산업 관련 완제품과 절임 배추, 양념류 등을 선보이는 시간도 가졌다. 심덕섭 군수는 “미국은 인구 3억3000만 명의 세계 최대 단일시장이다. 한국의 농식품 대미 수출이 매년 10% 이상 상승할 정도로 K푸드의 인기가 상당하다. 최근 무역관세로 인한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미국 시장에 고창 특산품을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판로 개척을 통해 고창군 농가소득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판촉 행사와 수출상담회 등 주요 일정을 소화하며 방문단은 LA우리방송 라디오 인터뷰, LA총영사 간담회, LA aT센터 방문, 미국 주류 프리미엄 마켓 탐방, 그리고 북가주의 프레즈노와 나파밸리에서는 미국의 선진 농업 현장을 견학하며 5박 7일의 일정을 마쳤다. Advertorial고창의 맛에 흠뻑 빠지다LA 다운타운 더블트리호텔에서 열린 수출상담회에 참석한 바이어들과 고창군 미국 방문단 © LA우리방송


96 www.sisajournal.com<미주칼럼>표현의 자유와의 전쟁, 프로젝트 2025필자가 1990년대 중반 오하이오 주립대에서저널리즘을 공부하던 때였다. 당시 대학신문에 클린턴 대통령의 북한 핵무기 정책을 비판하는칼럼을 기고한 적이 있다. 그 논설을 쓰고 나서 내심내가 미국 시민도 아닌 유학생의 신분인데 이런 글을 공개적으로 써도 되나 하는 걱정이 생겼다.하지만 신문 편집장, 어드바이저, 언론법 교수님들 모두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은 절대 그런 일은 없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이유인즉슨미국 헌법 수정 제1조에 명시된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미국 영토에 발을 딛기만 하면 누구에게든 보장되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미국이 이토록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라는 사실이 그시절의 나를 얼마나 안심시켰는지 모른다.그러나 지금, 그 믿음은 무너지고 있다. 미국이다시 검열과 침묵의 시대로 돌아가려 하고 있다. 그중심에는 ‘프로젝트 2025’라는 이름의 거대한 정치프로젝트가 있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이 주도한 이 정책 로드맵은 2025년 공화당 정권이 들어서면 연방정부, 사법부, 교육기관을 보수적 가치로 재편하겠다는 급진적 계획을 담고 있다. 특히 고등교육은 ‘좌파 이념 척결’을 표방하며DEI(Diversity, Equity, Inclusion) 프로그램 폐지,연방 보조금 제한, 반미 성향 외국인의 비자 박탈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한다.이 계획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급속도로 정치적 현실이 되고 있다. 최근 미국 주요 대학에서 벌어진 친팔레스타인 시위 이후, 유학생과 외국인 교수들이 줄줄이 ICE(이민세관단속국)에 의해 구금되거나 강제 추방되고 있다.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또는 학교의 입장을 비판했다는 이유만으로 영주권이 철회되고, 루이지애나나 텍사스의구금소로 이송된다. 연설 하나, 칼럼 하나가 삶 전체를 뒤흔드는 위험이 되었다.표현의 자유는 더 이상 모두에게 주어지는 권리가 아니다. 불편한 정치적 견해를 가진 외국인은 그자유의 범주 바깥으로 밀려나고 있다. 특히 2001년9·11 테러 이후 제정된 USA Patriot Act 이후, 외국인은 테러 조직과의 연관 여부, 정치 기부, 발언 하나로도 입국이 제한되고 추방될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그 법의 그늘은 학생 언론에도 드리우고 있다. 영국 시사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터프츠대학의 유학생 루메이사 외즈튀르크(Rumeysa Öztürk)가 학교의 가자지구 입장을 비판한 칼럼을 썼다는 이유로 연방 요원에 의해 구금된 이후, 미국 전체 학생기자들이 자신의 이름을 기사에서 삭제해 달라고요청하고, 아예 기사 자체를 웹사이트에서 내려달라는 요구까지 하고 있다고 한다. Inside Higher Ed는 지금 대학 언론들이 시위에 등장한 학생을 보호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고 보도했고, 학생언론법센터의 법률 고문은 “우리는 지금까지 역사를 지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해왔지만, 이제 규칙이 바뀌었다”고 인정했다.‘프로젝트 2025’는 단순한 행정계획이 아니라 미국 행정부 내의 딥스테이트(Deep State)를 해체하려는 보수진영의 전략적 시도다. 이는 행정부 내의비판적 목소리를 제거하고, 대통령에게 충성하는인물들로 정부를 구성하려는 것이다. ‘프로젝트 2025’ 아래 표현의 자유는 더 이상 모두에게 평등하게 주어지는 권리가 아니다. 정치적견해, 국적, 신분에 따라 선별적으로 주어지고 제한되는 조건부 권리로 전락하고 있다. 오늘은 사회적인 약자인 유학생이 추방당하지만, 다음엔 교수와기자가 입을 다물게 되며, 결국 시민의 알권리는 사라질 것이다.김태현캘리포니아주립대노스리지 저널리즘 교수


98 www.sisajournal.com시 론최선의 인간들은 신념을 잃었고…“세상 사람이/ 찾지 않는 꽃이여/ 처마 밑 밤꽃”(바쇼, 김정례 옮김)일본의 시인 마쓰오 바쇼(松尾芭蕉·1644~1694)가 쓴 하이쿠이다. 일본 동북 지방의 어느 숙박 역(宿泊驛) 옆 밤나무 그늘에 움막을 짓고 사는 승려를 보고 쓴 시인데 ‘세상 사람이 찾지 않는 꽃’을 본시인의 눈을 칭찬하고 싶다. 세상 모든 것 대신 울어주어야 하는 시인의 숙명이여. 움막을 짓고 속세를 피해 살지는 않으나, 나 또한 내 방에 처박혀 야구나 보면서 한적한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이것도은둔이라 할 수 있을까. 봄바람이 불고 푸른 것들이 눈에 밟히니 나도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떠나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르고 야구, 축구, 테니스 경기 일정을 휴대전화에 저장해 놓았다.바야흐로 선거의 계절. 텔레비전 뉴스 보기가 싫다. 난무하는 구호들.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얼굴들을 오래 보고 싶지 않아, 날씨와 스포츠 소식만 챙겨 보고 재빨리 채널을 돌린다. 매력이라고는요만큼도 없는 인사들이 선거에 나오든 안 나오든나는 아무 관심이 없다. 아, 정말 우리나라 국민은정치인 복이 없다. 대중에게 잘 보이려 화장하고 잔뜩 꾸민 얼굴에서 권력욕과 이기심이 솔솔 풍겨 나오는데, 사람들은 왜 모를까. 아름답고 맑은 눈들은다 어디로 갔을까.“The best lack all conviction, while the worst are full of passionate intensity…최선의 인간들은 신념을 모두 잃었고, 최악의 인간들은 강렬한 열정에 사로잡혔다”아일랜드 시인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1865~1939)의 시 재림 <The Second Coming>에 나오는 시구를 당신들 얼굴에 던져주마. 유권자인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무엇일까. 6월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그때 가봐서 결정하리라. 사람들은 좋은 것을 알아보지 못한다. 좋은 것들이 먼저 사라진다. 우리 중에 가장 나은 이들은 신념을 잃었고, 댓글을 쓸 열정도 흥미도잃었다. 정의는 없다. 조회 수와 ‘좋아요’ 댓글이 지배하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누구든 자기 연출을 잘하고 ‘스토리텔링’에 성공하면 돈과 권력이 따른다.외국인을 만날 때 나는 예이츠의 시를 인용하곤한다. 언젠가 프랑스 샤를 드골 공항으로 가는 에어프랑스 버스 안에서 우연히 만난 에든버러의 연구원 남녀와 말을 섞다, 내가 시인임을 밝히고 예이츠의 시를 암송했다. 원어민 앞에서 영어로 토씨 하나틀리지 않고 시를 외우자, 나를 보는 그네들의 눈초리가 달라졌다. 자신도 시를 좋아한다며 테니슨(Alfred Tennyson)의 시를 암송하던 그는 내게 자신의 명함을 건넸다. 멋진 영국 신사이던 그도 이제초로의 노인이 되어 있겠지.이제 나는 더 이상 유럽을 꿈꾸지 않는다. 기회가되면 가고 싶은 곳은 로마의 동쪽, 이스탄불과 이란과 아랍의 멋진 도시들을 천천히 구경하고 싶다. 유럽행 비행기를 몇 번 탄 뒤에, 떠나고 돌아오기를반복한 뒤에 내가 내린 결론. “왜 떠나려 해? 나도모르겠어. 이유를 알고 떠난 적은 한 번도 없었지.”(최영미 시집 《다시 오지 않는 것들》에서)항상 이곳에서 저곳으로, 하나의 취미에서 다른 취미로 이동했다. 그렇게 좋아하던 미술이 시들해지고,축구도 언젠가부터 시들해져, 지금은 야구와 테니스에 미쳐 지낸다. 월요일을 빼고 거의 날마다 경기가열린다는 게 야구의 가장 큰 매력이다. 심심한 하루의 끝에 야구가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위안인지.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최영미 시인·이미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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