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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by yuanchang1998610, 2021-05-04 01:17:34

城市主义











目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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城市诗赏 .................................................................
城市主义 .........................................................
city hunter.................................................................
도 시...............................................................
你 和 我 ...........................................................
城 市 ..............................................................




城市,
이재훈 시인은 톱니바퀴의 세상에서의 불화를 ‘결락’ 으로 표현하고 있다. 낸시 헤드웨이의 <세계 신화 사전> 에 의하면 어리석은 험담꾼과 뇌물을 건네는 자들을 위한 방으로 ‘톱니의 방’이 있다 . 시인에게 이 ‘톱니의 방’ 은 “아주 작은 나사와 구멍들이 얽혀있는 공장”이다 . “톱니바퀴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 자신의 심리에 대해 거울 속의 자신에게 속삭이듯이 어조는 다정하다 . 자신의 운명에 대해 누구에게 마음 터놓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인 가 . 들어갈 수도 빠져나올 수도 없는 ‘톱니바퀴’속에서 의 삶은 ‘몸’과 ‘톱니바퀴’를 동일하게 만들어버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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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문 , 나의 주인
대자본의 영웅인 바퀴들 톱니바퀴에 대해서라면 얘기하고 싶어 나는 정치를 모르고 돈을 모르지 감각의 즐거움을 찾아다니는 광대 모호한 질서들이 난무하는 도시의 산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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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니바퀴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 이 세계는 아주 작은 나사와 구멍들이 얽혀있는 공장
사실 말이야
하늘도 구름도빛과 공기의 구멍들이 서로 교합한 증거물들 톱니바퀴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 쉬지 않고 몸에서 소리가 나지 째깍째깍 죽음을 단축시키는 소리
내 몸을 갈기갈기 찢어놓는 톱니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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你和我,
하늘 아래 가장 많은 십자가들이 반짝이는 서울의 붉 은 밤을. 신생의 아침은 혼돈 속에 오는 것. 세상은 좀더 썩어야 할 것이다 . 역사도 사랑도 이데올로기도 좀더 썩어야 할 것이다 . 그리하여 도저히 더 이상 썩 을 것이 없을 때 , 혼돈의 종결자가 더 이상 두드릴 배 신의 뒤통수가 없을 때, 신생의 아침이 정충처럼 꿈틀 거리며 서울의 자궁을 두드릴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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都 市之夜
都 市轨 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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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아니나 다를까 목이 다시 아파온다. 고추장을 찍어
한 입 먹다가 창밖을 본다 . 누가 고추장 같은 벌건 노을을 하늘에
처발라놓았다 . 언젠가는 남해바닷가 끝자락에 가서 살아야 할 것 바람이 분다. 아니나 다를까 목이 다시 아파온다. 고추장을 찍어 한
이다 . 그렇게 유보된 삶이 도시변방을 산책 한다 . 누가 말한다 . 남 입 먹다가 창밖을 본다 . 누가 고추장 같은 벌건 노을을 하늘에 처발
해 끝자락이라고 ! 요즘은 그런 곳이 더 비싸 ! 라놓았다 .
우리는 매일매일 새로운 각본을 쓴다 . 때때로 운명을 , 예언을 , 고 언젠가는 남해바닷가 끝자락에 가서 살아야 할 것이다 . 그렇게 유
통을 몸에 문지르며 자본주의에서 자꾸 멀어져 가는 일에 대해 쓴 보된 삶이 도시변방을 산책 한다. 누가 말한다. 남해 끝자락이라고!
다 . 다가가면 자꾸 멀어지는 이상한 삶이다 . 이 도시의 ‘톱니바퀴’ 요즘은 그런 곳이 더 비싸 ! 우리는 매일매일 새로운 각본을 쓴다 .
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은 이데올로기와 정치와 분배에 대해 이 때때로 운명을 , 예언을 , 고통을 몸에 문지르며 자본주의에서 자꾸
야기한다는 뜻일 테다 .
멀어져 가는 일에 대해 쓴다 . 다가가면 자꾸 멀어지는 이상한 삶이
다 . 이 도시의 ‘톱니바퀴’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은 이데올로기 와 정치와 분배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뜻일 테다 .


그 속에서 소외와 고독 , 불안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뜻일 테다 . 문학행위가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하여 , 문학이 노동이 되기 위하여서는 장기적 계획을 세워야 한다 . 그 계획 속에는‘언젠가 는’이라는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이 숨겨져 있다 . 과거와 현재 미래 는 끝없이 마찰을 일으킨다 . 제대로 맞물리지 않은 톱니바퀴들은 끝없이 제 살에 상처를 내며 또한 고장이 나고 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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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기착지는 어디일까
뼈들이 비대하게 자라고
피의 색깔이 변하는 이 도시
스스로의 시간에 묶여
하늘의 목소리는 듣지 못하지
어제는 네 시간을 준비하고
두 시간을 강의하여 차비를 얻어왔지 싸우고 차지하는 법을 배우고 가르치지 내장을 편하게 하는 법칙들
홀로 슬프고, 홀로 애달픈 몸의 성분들
-이재훈「, 밀랍 蜜蠟」(<현대문학>, 2011년 6월호)
위 시에서 자본의 시대를 살아가는 시인의 고통이 배여있음을 알 수 있다 . 정작 시인 자신은“싸우고 차지하는 법을”살아내지 못하면서도 누군가에게 그런 삶을 가르쳐야 하는 입장에 서있다. 두 편의 시에서 만져지는 것은 자아를 잃어버린 채 살아가야하 는 이의 고독과 원죄의식이다「. 결락缺落」에서“잉태의 소리가 가득해”라는 문장은「밀 랍蜜蠟」에서 다시 “그렇다고 너무 억울해 마오 / 이 땅이 당신에게 어머니를 선사했 잖소/어머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말이오/당신의 피를 받아 마시는 신비의 여인이 오/당신이 체험했던 가장 깊고 따뜻한 말”이라는 문장과 연결된다. 그러나 이 두 문 장의 의미는 서로 다르다 . 「결락缺落」에서의‘잉태’가 자본주의의 부정적인 면을 내 포하고 있다면 ‘어머니’는 한없이 따뜻한 의미를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 ‘톱니바퀴’ 의 몸은 시끄러운 소음을 내며 무언가를 잉태하지만 정작 중요한‘어머니’를 잃어버렸 다 . “당신이 체험했던 가장 깊고 따뜻한 말”인 ‘어머니’에서 시인은 상실한 존재자 , 시인 자신을 찾아 방황하고 있다 .
시인에게 있어 정치와 노동, 분배의 문제는 언제나 불리하다. 그 어떤 싸움에서도 유 리하지 않다 . 시인은 “감각의 즐거움”을 찾아다니는 “도시의 산책자”이기에 “정치를 모르고 돈을” 모른다. 그러나 정치와 노동, 분배와 연대에 익숙해져버린 자들과 함 께 생존해가야 한다 . 몸의 살점이 떨어져나가고 , 몸이 끈적끈적하게 녹아내리는 곳 . 이런 도시의 풍경을 이재훈 시인은“비릿한 고통의 풍경들”이라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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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나는 미美, 아름다움이라는 말 쪽으로 무게를 실어 생각을 다시 짚어 봅니다. 짧은 경험을 바탕으로 짐작해보건대 , 아름다운이라는 형용사는 우아한 , 고귀한 , 숭고 한 , 선한 것의 성질을 다 아우르는 말인 듯싶습니다 . 생경한 놀라움에 대한 감탄이 아 니라 소유나 욕망의 느낌을 배제한 상태에서도 즐기고 가치를 인정하는 태도에 미적이 다라는 말을 허용한다고 생각합니다 . 그런 맥락에서 시인이 자연과 예술에 대해서 ‘미 적인 궁핍’을 느꼈을 거라는 확신을 다시 하고선 깊은 공감을 표하는 것입니다 .
시를 덮고나서 나는 불 밝힌 도시의 밤거리를 내다보고 있습니다 . 자연의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아스팔트가 동맥처럼 뻗어 있습니다 . 저 핏줄에 힘을 대고 있는 것들 이 무엇인지도 생각합니다 . 삶에 지친 장미와 시인이 하나의 모습으로 겹쳐집니다 . 그 것은 나와 당신이기도하고 , 별빛과 별빛의 감정이기도 하고 , 강물과 물소리이기도 하 는 그런 것입니다 . 그 둘 사이의 틈새를 채우는 슬픔이 유목의 도시에서 부유하고 있습 니다. 그 안에는 중세의 어느 마을에서 겨울을 맞는 듯한 권태도 가득합니다. 동서남북 어디서나 전혀 예기치 않은 곳에서 사람들이 찾아내는 불행은 또 얼마나 많은지요. 이 모든 것들을 견디기 위해 나는 장미와 시를 기록할 방식들을 고민해 봅니다 . 내가 다시 감성의 풍요를 느낄 수 있는 일이란 몽환이라는 혁명뿐일까 , 아니면 정말 꼬깃꼬깃한 옛사람들의 산책로를 펴는 일일까 , ‘창조하며 나는 회복될 수 있었고 창조하며 나는 건강해졌노라’는 하이네처럼 창조적 열망에 온 몸을 기대야 하는 것일까 ? 당신의 대답 이 담긴 가을 편지를 장미 꽃잎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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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충보다 더러운 곳에 버려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 휴지에 싸여 더럽기 그지없는 쓰레기통에 , 냄새나는 무책임한 하수구에 ,
때로는 변기 속에 머리를 처박고
죽음의 유영을 할 것이다 .
폐기된 욕망의 찌꺼기는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곳에 버려지는 법 ! 의심하지 마라 ,
세상에서 가장 큰 쓰레기통이
그대 머리 위에 있음을.
정충보다 안락한 곳에 놓이는 것도 없을 것이다 . 따뜻한 양수 속에
자잘한 물방울들이 ,
이유도 없이 뽀글거리며
산소를 터뜨려 주는 어머니의 자궁 ,
골고다의 언덕보다 단단한 골반이
생명을 보장하는 그곳 .
태고의 미역줄기들이 하염없이 떠도는 그곳 ,
따서 먹으면 세상의 모든 근심이 사라지는 그곳 , 의심의 눈초리가 가득한 몸뚱어리를
안심하고 터억 맡길 수 있는 그곳 .
그리하여 , 세상에서 가장 깊은 잠을 잘 수 있는 그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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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메다 바이러스’란 제목의 이 시는 SF 적이고 , 퓨전적이고 카툰적이다 . 상징 들은 적당하게 불친절한데 , 서사는 힘이 있고 흥미롭다 .
시인의 모든 시가 그렇지는 않지만, 이 시는 나의 영혼을 무례하게(?) 자극하여 좀 더 역겹고, 불결하고, 냄새나는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재밌다는 또 다른 표현이 다. 재밌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상징이나 주제, 의미 따위를 분석해야 되나? 미안하지만 난 남이 쓴 상징이나 주제, 의미를 분석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하여간, 제멋대로 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시를 만난다는 것은 행운이다.
00년00시00분.
핏빛 하늘 위로 거대한 날개를 가진 무엇인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 놀랍게도 그들은 안드로메다에서 날아온 외계생명체들이었다 .
지구를 향해 ‘십만 광년’을 날아온 그들의 거대한 날개는 너덜너덜 찢겨져 있었고 , 말대가리 같은 길쭉한 얼굴은 돌투성이에 얻어맞은 듯 으깨어져 있었다 . 주걱처럼 휜 턱주가리 아래 선과 악을 초월한 당근 맟 같은 그들의 하나 뿐인 눈알이 박혀 있 었다.
한편,‘검은 땅’에선‘두 개의 눈과 두 개의 팔과 다리’로 보기에도‘괴로운’인간들이‘우 쭐’대며 걸어 다니고 있었다 .
남자라는 인간들은 서로의 성기를 만지며 그 크기와 무게로 서열을 매겨댔고 , 여자 들은 사소한 질투로 자살을 결행했다 . 하여간 그들은 소란과 무질서와 미친 짓거리 들로 간신히 안정적인 (?) 거리를 확보하고 있었다 .
또한 그들은 자신들의 못생긴 발가락이 지구를 굴리고 있다는 허무맹항한 감상에도 젖어 있었다. 이미 지구가 무엇 때문에 우울하게 돌고 있는지 뻔히 밝혀졌는데도 말 이다 . 인간은 그러한 족속들이었다 . 우월이 지나쳐 추악의 단계로 진입한 멜랑똘리 들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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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우리의 손을 잡고 순식간에 데려다 놓은 곳은 종말의 순간이다. 뒷걸음칠수록 더 빨리 다가오는 우리들의 마지막을 소녀의 걸음을 따라 보여 주고 있다. 폭발과 연기가 난무하고, 골목마다 나뒹구는 우리들의 사체, 우 리가 내려다보고 있는 이 광경은 깰 수 있는 꿈이 아닐지도 모른다 .
자신의 죽음을 보며 한없이 울던 스크루지의 회한을 가져보지 못하고 우리 는 빅뱅의 세상을 떠나야 할 지도 모른다 . 소녀가 맨발로 겪어내는 종말의 걸 음이 이렇게 아픈 건 바로 거의 소멸해버린 우리들의 영혼이 저 작은 몸에 담 겨 있기 때문이다. 소녀가 힘겹게 휘두르는‘도끼의 이빨이 땅에 박히는 순간’ 빌딩은 괴물이다 . 핏빛으로 깜박이고 , 질질 흘러내리는 빌딩은 한때 우리가 그토록 숭배하던 문명의 아지트였지 않은가 .
우리의 손을 잡아준 것이 스크루지의 천사가 아니라 문명이라는 악마였으므 로 우리는 팔다리가 떨어져 나간 인형을 안고 폐허를 한없이 떠도는 소녀를 남겨둔 채 떠나야 한다 . 언 땅을 다 풀어헤쳐도 소녀가 꿈꾸는 별의 살껍질은 찾지 못할 것이다 . 너무 오래 전에 우리들이 부셔버린 약속들이 언 땅에서 자 결하는 소리만 가득 메아리칠 뿐, 녹색 섬광이 펑펑 터지는 소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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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과 네온의 불빛에 놀라 별들은 이미 서울 하늘을 떠나고
창백한 얼굴로 비스듬히 기대어 비껴 앉은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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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를 맞으면서
정충처럼 남산을 걸어갈 때 , 나는 보았다 .
하늘 아래 가장 많은 십자가들이 반짝이는 서울의 붉은 밤을 . 신생 의 아침은 혼돈 속에 오는 것 . 세상은 좀더 썩어야 할 것이다 . 역 사도 사랑도 이데올로기도 좀더 썩어야 할 것이다 . 그리하여 도저 히 더 이상 썩을 것이 없을 때, 혼돈의 종결자가 더 이상 두드릴 배신의 뒤통수가 없을 때 , 신생의 아침이 정충처럼 꿈틀거리며 서 울의 자궁을 두드릴 것이다 .
아,
어느 님이 버리셨나 .
하루가 천 날 같은 ,
천 날이 하루 같은 , 혼돈의 꽃다발을...... ( 원구식 · 시인 ,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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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
부르는 소리 없어도 , 찾아오는 사람이 있다 모여라 소리 없어도 , 모이는 사람이 있다
떠나야 한다 , 떠나가야 한다
호미 자루 , 괭이 자루 , 삽 자루 모두 던져 버리고;깊은 정 묻어둔 둥지조차 버리고
어미 아비 버리고
떠나는 사람들이 있다
먼지 득실거리고
소리 득실거리고
인정 바싹 말라붙은 땅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리하여 누울 땅 없어 사람 위에 사람 얹어
사람 위에 사람 얹어 마지막 꼭대기 하늘에 누워 아, 그래도 잠은 오는가
도시가 솟구친다
하룻밤 자면 또 솟구친다 동서남북 솟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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