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의 이해와 부모의 역할
흔히 청소년기를 ‘질풍노도의 시기’라고합니다. 신체적인 성숙은 엄청난 속도로 일어나고
있는데, 그에 수반하는 인지 판단 능력은 아직 미숙하고, 감정의 기복이 심해서 종 잡을 수가
없는 시기입니다. 그동안 이러한 변화의 원인으로 청소년기 호르몬 변화가 주로 거론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호르몬의 영향과 함께, 인간의 두뇌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고 두뇌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이러한 청소년기 변화를 인간의 두뇌 발달과정에 이기연, Ph. D., LMFT
수반되는 과도기적 현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청소년기의 두뇌는 크기에서는 성인과 별 차이가 없지만, 그
구조와 작동 방식은 성인의 성숙한 뇌와는 다릅니다. 사춘기
호르몬의 변화는 직접적으로 뇌의 뉴런 발달을 촉진하고, 이로
인해 뇌에서는 폭발적인 변화가 일어납니다. 엄청난 양의 뉴런이
생성되면서,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수집된 정보를 전달하고
교환하는 속도가 성인의 뇌보다 100 배 빨리 일어나는데, 그
정보교환 과정이 순조롭지 못하고, 아직 정돈되지 못한 뉴런들
사이에서 충돌이 다반사로 일어납니다. 또 모든 뇌 부위가 한번에
균형적으로 발달하지 못합니다. 이마 부위에 자리잡고 있는
전전두엽(Prefrontal lobe)의 발달은 성인보다 미숙한 반면,
‘감정뇌’ 라고 표현하는 변연계(Limbic system)의 발달은 두드러져서 불균형 상태가 됩니다. 전전두엽은 의사 결정력,
문제 해결력, 판단력, 주도성, 계획성, 그리고 충동 억제 능력 등과 같은 역할을 담당하는 ‘차가운 뇌’에 해당하고,
편도체는 기쁨, 슬픔, 화 등 감정을 표현하고 반응하는 부분인 “뜨거운 뇌’에 해당합니다. 결국 ‘뜨거운 뇌’는 과도하게
발달한 반면, ‘차가운 뇌’는 아직 미성숙한 상태인 불균형적 발달로 인해 종종 감정 통제가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게
됩니다. 그러므로 청소년기의 예측하기 어려운 감정의 변화, 위험을 무릅쓴 행동, 쉽게 유혹에 빠지는 성향 등이
극단적으로 나타납니다. 또 부정적 감정을 심하게 느끼는 것만큼이나 그 반응도 격렬합니다. 친구나 부모님이 무심코
던진 한 마디에 벌컥 화를 내거나 울음을 터뜨리는 일이 자주 일어납니다. 또 자신 스스로도 이러한 감정적 변화를
감당하기 어려울 때, 하나의 도피처로써 약물 사용의 유혹에 쉽게 빠지게 되고,
친구들과 어울려 문제 행동을 일으키기도 합니다.부모로서, 이렇게 급속도의 두뇌발달 과정에 있는 청소년 자녀가 좀 더
안전하게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부모의 역할에 따라 청소년기는 기회의 시기가 될 수도 있고 위기의 시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현명한 부모는 ‘질풍노도
청소년기’의 특성을 알고, 이 시기에 자녀가 지닌 잠재력을 맘껏 발휘해 나갈 수 있도록 현명하게 돕는 부모입니다.
첫째는 충분한 수면과 적당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주변 환경을 조성하고, 도와주어야 합니다. 청소년기의 정상적인
두뇌발달을 위하여 8-9 시간의 수면이 권장됩니다. 자는 동안 ‘뜨거운 뇌’는 안정을 취하게 되고, ‘차가운 뇌’는
정상적인 발달을 도모합니다. 수면이 부족한 청소년들은 불안, 우울, 화 등, 감정의 기복을 더 심하게 경험하게 됩니다.
현실적으로 이 시기의 자녀들은 호르몬의 변화로 인하여 늦은 밤까지 깨어 있으려고 하고, 아침에는 일어나기 힘들어
합니다. 그러나 낮에 충분한 운동을 하면 체내에 멜라토닌 생성양이 많아져서 저녁에 잠을 잘 잘수 있는 신체적 상태가
됩니다. 충분한 수면과 적절한 운동은 자녀의 두뇌 발달과 정서적 안정을 촉진시키며, 동시에 학업 집중력과 기억력을
증가시킵니다.
두번째는 청소년기 자녀에게 적절한 정도의 자율성을 허용하는 것입니다.
청소년기는 자의식이 강해지는 시기이므로, 부모의 지나친 간섭이나 강압적인 태도에 거부감을 가지게 됩니다. 부모가
먼저 청소년기 자녀의 자율성을 부여하고, 부모-자녀 관계도 인격적이고 수평적인 관계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청소년기에 어느정도 수준의 반항이나 말대답은, 두뇌의 불균형 발달로 인하여 감정 조절이 어려운 상황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러한 반항적 행동이나 반응 자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자녀가 바른 길을 벗어나고 있다고
간주하고, 이를 벌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로 받아들이고,
인격적으로 존중해주는 배려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부모의 이해와 배려는 청소년들의 ‘뜨거운 뇌’를 진정시키고,
‘차가운 뇌’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방법중의 하나입니다. 또한 적절한 자율성을 경험한 청소년들은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는 자신감과 독립심을 형성하게 됩니다.
세번째는 청소년기 자녀와 대화할때 ‘80% 들어주기, 20% 말하기’를 실천해야 합니다.
부모로서, 내가 생각하는 ‘자녀와의 대화’가 혹시 일방적으로 부모의 생각과 의도를 통보하는 모습이 아닌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부모로서, ‘자녀 잘되라’고 하는 말들이 대부분 청소년기 자녀에게는 ‘잔소리’로 간주되어, 외부
자극을 받아들이는 두뇌 부위가 별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자녀와의 건강한 관계 형성과 대화를 위하여 부모는
‘자녀 말 들어주기’ 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부모님이 자신의 말을 경청해 준다는 믿음이 생길때, 자녀는 자신의
어려움이나 속마음을 표현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