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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by 제이미파커스, 2019-05-01 22:09:23

발행인칼럼_47

발행인칼럼_47

발행인 칼럼 47

셜록 홈즈의 최후
그리고 부활

발행인 칼럼 47 126년 전, 두 남자가 저 아래 길을 걸었다

셜록 홈즈의 최후 아래 사진은 스위스 알프스 봉우리 중 하나인 브리엔저 로트호른(2,350m)
그리고 부활 에서 바라 본 모습. ‘로트호른(Rothorn)’은 ‘빨간 봉우리’라는 뜻이다. 건너
편으로 알프스 파노라마가 펼쳐지고, 아래에 산으로 둘러싸인 브리엔츠
셜록 홈즈 성지, 스위스 마이링겐의 (Brienz) 호수가 보인다. 빨간 기차는 스위스에서 가장 오래된 등산열차(증
‘라이헨바흐 폭포’를 찾아서 기기관차)로, 1892년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산 아래의 호반도시 브리엔츠
(Brienz)에서 로트호른까지 50분 동안 느릿느릿 기어오른다. 호수 오른쪽
_박경욱(본지 발행인, 제이미파커스 대표) 은 인터라켄, 왼쪽은 브리엔츠다. 두 도시는 기차와 유람선으로 연결되고,
찻길과 사람이 걸을 수 있는 트레일이 나 있다. 어떻게 여행하든 알프스
산맥과 호수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파노라마를 즐길 수 있다.

인터라켄은 알프스 최고봉 융프라우(4,158m)로 들어가는 관문 도시이고,
브리엔츠는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반도시의 하나로 꼽힌다. 이 일대
를 돌아보는 기쁨은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126년 전(1891년 5
월),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 사이인 두 남자가 저 호수를 따라 길을 걸었
다. 주인공은 명탐정 셜록 홈즈와 그의 친구 존 왓슨 박사. 그들은 230km
떨어진 제네바에서부터 걷기 시작해 이제 목적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2~3시간만 더 걸어가면 된다. 목적지는 알프스의 작은 도시 마이링겐
(Meiringen)이다. 총 여정은 약 26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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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베른 주의 작은 도시 마이링겐(Meiringen). 셜록 홈즈의 성지 마이링겐
루체른, 아이거, 융프라우, 로젠라우이 등 알프스 명소들이 지척에
있다. 도시는 셜록 홈즈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코난 도일의 추리 소설, 셜록 홈즈 시리즈의 주 무대는 영국 런던
이고, 소설 속 홈즈의 하숙집 주소는 런던 베이커 가 221번지 B호
이다. 현재 그 주소지에 셜록 홈즈 박물관이 있다. 5년 전 겨울에
홈즈 박물관에 가서 반나절 동안 재밌게 놀다 온 기억이 생생하
다. 그러나 홈즈의 팬으로서 이보다 더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으
니, 바로 스위스 마이링겐이다. 이 도시에 있는 ‘라이헨바흐’라는
폭포에서 홈즈가 최후를 맞이했기 때문이고, 소설에서 홈즈와 왓
슨이 이곳을 찾아가는 여정이 워낙 실감나게 그려졌기 때문이다.

지난 달 독일 남부에 갔다가 이틀 시간을 내서 마이링겐에 들렀
다. 과연 홈즈가 최후를 맞은 도시답게 곳곳에 홈즈의 흔적이 배
어 있다. 홈즈가 묵었던 호텔을 비롯해 홈즈 공원, 홈즈 박물관,
라이헨바흐 폭포와 미니열차, 홈즈가 걸었던 길, 그의 이름을 딴
호텔과 술집 등 마이링겐은 셜록 홈즈로 먹고 사는 도시였다. 런
던 베이커 가보다 마이링겐이 훨씬 더 홈즈의 냄새가 진하다. 이
곳이야말로 셜록 홈즈의 진정한 성지! 그렇다면 홈즈는 왜 이 먼
데까지 와서 죽었을까?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산 아래의 호반도시 브리엔츠에서 알프스 봉인 브리엔저 로트호른까지
등산열차가 다닌다. 열차 이름은 ‘브리엔츠 로트호른 반’. 50분 동안 알프스
산맥의 파노라마와 두 개의 호수가 빚어내는 풍광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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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즈와 왓슨은 범죄조직인 모리어티 일당의 공격을 피해 스위스로 홈즈의 마지막 임무
가서 잠시 머물다 올 계획이었다. 두 사람은 런던 빅토리아 역(사진)을
출발해 뉴헤이븐즈로 가서 배로 갈아타고 우선 프랑스로 들어갈 1891년 런던. 종횡무진 활약하며 악당들을 줄줄이 정의의 법
예정이다. 모리어티가 그들을 뒤쫓고 있다. 정에 세워 온 셜록 홈즈는 이제 탐정 인생의 마지막을 장식할
필생의 숙제를 눈앞에 두고 있다. 범죄조직의 두목 모리어티
교수를 체포해 교수대로 보내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만난
악당들 중에서도 가장 잔인하고 해악이 큰 인물로, 한 마디로
‘범죄계의 나폴레온’이라고 할 수 있다. 홈즈는 몇 달 간 철저
한 증거수집 끝에 범죄혐의를 모두 찾아냈고, 모리어티가 이
끄는 범죄조직을 일망타진할 그물망을 쳐놨다. 그물을 들어올
리기만 하면 모든 게 끝난다. 그러나 모리어티는 홈즈의 계획
을 알아차리고, 홈즈를 찾아와 “손을 떼지 않으면 죽이겠다”
고 위협한다. 홈즈에게 그런 협박이 통할 리가 없다. 이제 모
리어티 일당은 홈즈를 죽이기 위해 공격을 가한다.

홈즈는 며칠 뒤 런던 경찰이 모리어티 일당을 체포할 것이니,
잠시 스위스로 피신해 여행을 즐기자고 친구인 존 왓슨 박사
에게 제안한다. 두 사람은 짐을 꾸려 길을 떠났다. 런던 빅토
리아 역에서 기차를 타고 뉴헤이븐즈에 도착해 배(증기선)로
갈아타고 프랑스로 들어가 스위스까지 갈 셈이었다. 추적해오
는 모리어티를 따돌리고 두 남자는 파리에 도착해 벨기에로
가서 며칠 머물렀다. 스트라스부르(프랑스)로 이동해 하루 더
묵은 뒤 기차를 타고 스위스 제네바로 갔다. 제네바에서부터
는 걸어서 스위스 알프스 지역을 여행할 계획이었다.

제네바 인근의 레만호 풍경. 뒤로 몽블랑이 보인다.
제네바에서 출발한 홈즈와 왓슨은 레만 호 길을 따라

걸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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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라켄과 브리엔츠를 잇는 브리엔츠 호수. 홈즈 일행은 이 호수
옆길을 걸어서 마이링겐까지 간 것으로 추정된다. 사방으로 알프스 산맥이
둘러쳐져 있는 호수는 잊지 못할 비경을 선물한다.

제네바에서 마이링겐까지 260km를 걷다 겜미 계곡

셜록 홈즈와 존 왓슨. 두 남자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제네바에서 셜록 홈즈 루트 홈즈와 왓슨은 제네바에서 마이링겐까지
배낭을 짊어진 두 사람은 멀리 몽블랑이 보이는 레만 호를 따라 약 260km를 걸어서 여행한다. 레만호를 따라 론 계곡으로 들어가서
걸어 샘물 명소인 에비앙을 지나 론 계곡(Cote du Rhone) 쪽으 거슬러 올라가다가 로이크에서 방향을 틀어 인터라켄을 거쳐
로 갔다. 일주일 동안 론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 온천으로 이름난 마이링겐까지 갔다. 알프스 산맥으로 둘러싸인 길이다. 지도에
로이크(Leuk)까지 가서 방향을 틀어 겜미(Gemmi) 계곡으로 들 표시한 루트는 소설 내용을 토대로 추정한 것이다.
어갔다. 일찍이 마크 트웨인, 파블로 피카소 등이 여행을 즐겼던
곳으로 트레킹의 백미라고 할 만한 지역이다. 겜미 계곡을 넘어 브리엔저 로트호른
다우벤 호수(Daubensee)를 지나 알프스의 관문도시 인터라켄
으로 갔다. 브리엔츠

인터라켄의 동쪽에 툰(Thun) 호수, 서쪽에 브리엔츠(Brienz) 호 툰 호수 브리엔츠 마이링겐
수가 있고, 두 호수는 알프스 산맥으로 둘러싸여 있다. 호수와 호수
산맥이 어우러진 절묘한 풍광을 만끽하며 두 사람은 최종 목적
지인 마이링겐을 향해 갔다. 인터라켄에서 마이링겐까지는 약
30km. 1891년 5월 3일, 드디어 일행은 마이링겐에 도착했다. 그
들은 ‘영국관(English Hof)’이라는 호텔에 짐을 풀었다. 이곳은
‘소바주(Sauvage) 파크 호텔’이라는 이름으로 지금도 손님을 받
고 있다. 그들은 이 호텔에서 이틀간 머물 예정이다.

인터라켄

아이거

융프라우

몽트뢰 론 계곡 강

레만 호수 다우벤 호수
에비앙

로이크

제네바

셜록 홈즈 루트 (약 260km) 75

몽블랑

운명을 건 폭포 결투 홈즈가 최후를 맞이한 마이링겐의 라이헨바흐 폭포. 작가는 홈즈를
죽일 장소를 물색하던 중 이 폭포에 와서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다음날, 호텔 주인은 두 사람에게 산 너머에 있는 로젠라우이 “여기서 홈즈를 떨어뜨려 죽이면 되겠구나.”
(Rosenlaui) 계곡의 풍광을 소개하면서 여행을 권한다. 이곳은 일
대에서 이름난 빙하 협곡이다. 로젠라우이로 가는 길에 ‘라이헨
바흐’라는 폭포가 있다면서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꼭 들러서 가
라고 한다. 호텔에서 폭포까지는 두 시간이면 충분하다. 두 사람
이 폭포에 이르러 쉬고 있을 때 한 청년이 헐레벌떡 올라왔다.
그는 호텔 주인이 쓴 편지를 가지고 왔다. 호텔에 급한 환자가
생겼으니 의사인 왓슨이 내려 와서 진료를 해달라고 부탁하는
내용이었다. 왓슨은 호텔로 내려갔다. 그러나 호텔에 환자는 없
었고, 호텔 주인이 편지를 보내지도 않았다고 한다.

왓슨은 홈즈의 신변에 이상이 생긴 것을 직감하고 급히 폭포로
되돌아 갔다. 홈즈는 보이지 않았다. 다만 길 한쪽에 홈즈의 지팡
이와 모자가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홈즈가 남긴 쪽지가 있었
다. 왓슨이 내려간 뒤 모리어티가 나타났고, 홈즈 자신은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모리어티와 단 둘이 최후의 일전을 벌일
생각으로 왓슨을 호텔로 돌려보냈다는 내용이었다. 폭포로 난 길
에서 홈즈와 모리어티는 결투를 벌였다. 홈즈가 모리어티를 끌어
안고 폭포 아래로 투신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런던에서는 모리
어티의 범죄조직이 소탕되었고, 마지막으로 홈즈가 모리어티와
함께 사라짐으로써 친구인 왓슨이 더 이상 홈즈의 활약상을 기
록할 일이 없어졌고, 소설도 끝이 났다. 이것이 셜록 홈즈의 최후
를 그린 소설 <마지막 사건>이다.

로젠라우이 빙하 협곡 홈즈와 왓슨은 이곳에 다녀올
예정이었으나 중간에 라이엔바흐 폭포를 들렀다가
모리어티와 운명의 결투를 벌인다. 빙하가 녹은
물이 라이엔바흐 폭포로 내려간다.
폭포에서 협곡까지는 5.6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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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의 부활 그러나 홈즈의 죽음은 엄청난 파문을 몰고 왔다. 잡지 구
독을 취소하는 독자들이 속출했고, 사람들이 홈즈의 장례
작가 코난 도일은 왜 홈즈를 죽였을까? 130년 전(1887년) 식을 치르고 검은 리본을 달고 다니기도 했다. 심지어 작
에 탄생한 셜록 홈즈 시리즈는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추 가에게 소송을 건 사람도 있었다. 얼마나 시달렸는지 코
리소설로, 발표될 당시의 인기는 지금보다 훨씬 더 했다. 난 도일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사람을 죽였어도 이렇게
소설이 연재되던 잡지가 나오는 날엔 사람들이 서점 앞 욕을 먹진 않았을 것이다.” 그는 어머니에게 고충을 토로
에 줄을 서서 기다렸다. 홈즈를 실제 인물로 여겨 잡지사 하는 편지를 썼다. 어머니에게서 답장이 왔다. “아들아,
에 사건을 의뢰하는 편지를 보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 그런데 홈즈는 왜 죽였니?” 결국 코난 도일은 손을 들
지만 작가는 죽을 맛이었다. 매달 새로운 추리 아이디어 었다. 홈즈를 죽인지 8년 만에(1902년) 부활시키기로 한
를 내는데 질려버렸고, 홈즈 때문에 정작 원했던 역사소 다. 골프를 치던 중 홈즈 부활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홈즈
설을 쓰지 못해 스트레스가 컸다. 그는 홈즈를 죽여야겠 가 모리어티를 끌어안고 폭포 아래로 떨어지던 중 격투
다고 생각을 굳혔다. 홈즈를 영원히 보내버리고, 이제 그 기 실력을 발휘해 계곡의 바위로 안전하게 착지했고, 모
‘지긋지긋한 놈’으로부터 벗어나 편하게 살면서 차분히 리어티만 물거품과 함께 사라졌다는 것이다. 살아난 홈즈
다른 장르의 소설을 써볼 셈이었다. 작가의 구상은 완성 는 티벳, 아랍, 프랑스 등지에 머물다가 3년 뒤(소설 상에
되었고, 마침내 1893년에 <마지막 사건>이라는 최후의 셜 서) 자신의 하숙집으로 돌아간다. 왓슨은 홈즈가 돌아오
록 홈즈 소설이 발표된다. 작가는 “드디어 그 ‘짐승 같은’ 자 병원을 때려치우고 다시 홈즈와 함께 악당들을 찾아
놈을 죽였다. 그를 죽이지 않았으면 내가 죽었을 것이다.” 나선다. 소설 역사상 최고의 명콤비 홈즈와 왓슨은 <빈집
며 후련해 했다. 의 모험(1903년)>이라는 소설에서 재회한다.

홈즈와 모리어티가 결투를 벌인 라이헨바흐 폭포가
보인다. 아래쪽 큰 건물(호텔) 옆에 보이는 철로로
폭포 전망대까지 후니쿨라가 다닌다.

홈즈가 최후를 맞이한 마이링겐의 라이헨바흐 폭포. 작가는 셜록 홈즈를
죽일 장소를 물색하던 중 이 폭포에 와서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여기서 홈즈를 떨어뜨려 죽이면 되겠구나.”

폭포로 올라가는 후니쿨라 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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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링겐의 명예시민’, 셜록 홈즈 표지판에 홈즈의 길이 보인다. 홈즈 일행은 좌측 마이링겐에서
우측 로젠라우이까지 가는 길이었다. 홈즈의 길(footpath)과 라이엔바흐
명탐정 홈즈와 ‘범죄계의 나폴레온’ 모리어티 교수가 운명의 폭포(Reichenbachtal)도 표시되어 있다. 표지판에서 보듯 폭포와
일전을 벌였던 곳, 라이헨바흐 폭포는 한 칸 짜리 미니열차인 로젠라우이는 같은 방향이다.
후니쿨라를 타고 10분이면 올라갈 수 있다. 후니쿨라는 세계
각지에서 찾아온 홈즈 팬들을 폭포 전망대까지 실어 나른다.
홈즈 조형물이 있는 전망대에서부터는 폭포 상단부까지 걸어
서 올라갈 수 있다. 올라와 보니 홈즈의 체취가 더 진하게 느
껴진다. 홈즈와 왓슨이 가기로 되어 있던 로젠라우이를 가리
키는 표지판이 있고, 모리어티와 결투를 벌였던 장소가 보존
되어 있다. 마을에서 폭포까지 홈즈의 길이 있다. 이 길을 따
라 폭포에서 한 시간이면 내려갈 수 있다.

마이링겐 시내는 홈즈의 흔적들로 가득하다. 홈즈가 묵었던
호텔(잉글리셔 호프) 옆에 홈즈 공원이 있고, 여기에 홈즈 동
상과 스토리보드가 세워져 있다. 안내판에는 ‘마이링겐의 명
예시민, 셜록 홈즈’라고 쓰여 있다. 사건을 추리 중인 홈즈를
재현한 동상은 영국 조각가 존 더블데이가 1988년에 만든 것
이다. 특유의 사냥 모자를 쓰고 파이프를 입에 문 채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는 홈즈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홈즈는 아무리
급한 중에도 시간을 내어 자신이 관찰한 것들을 돌아보면서
사건의 전말을 추리해내고 범인의 윤곽을 잡고 체포할 방법
을 알아냈다. 일찍이 코난 도일은 홈즈의 추리기법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어떤 사건에서 불가능한 것들을 모두 제외하
고 단 한 가지 사실이 남으면, 그것이 아무리 믿기 어려워보
여도, 오직 그것만이 숨길 수 없는 진실이다.”

홈즈와 모리어티가 결투를 벌인 폭포전망대까지 15분마다 홈즈 일행이 묵었던 소바주 파크 호텔. 소설에서는 ‘영국관(잉글리셔 호프)’
한 대씩 후니쿨라가 사람들을 실어 나른다. 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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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유머의 명탐정, 셜록 홈즈 촉즉발의 위기에서도 차분하게 유머를 던진다. 이것
이 수퍼 프로 홈즈의 진면목이다.
내 책상 위에는 런던 베이커 가에서 건져 온 홈
즈의 미니 동상이 있고, 책장에는 셜록 홈즈 시리 셜록 홈즈는 제네바에서 마이링겐까지 260km
즈와 각종 기념물들이 있다. 침실 머리맡에는 를 친구와 함께 걸었다. 몽블랑이 내다 뵈는
늘 홈즈의 소설이 대기하고 있다. 정말 심심해 레만호, 샘물로 이름난 에비앙, 재즈 페스티벌
서 시간을 죽이고 싶을 때, 뭔가 흥미진진한 의 명소 몽트뢰, 프랑스 와인의 젖줄 론 계곡, 온
거리가 필요할 때 무심코 홈즈를 뒤지곤 한 천 마을 로이커바트, 비경으로 가득한 트레킹 명소
다. 뭐가 그렇게 끌리는가. 홈즈는 누가 아무리 겜미 계곡, 호젓한 다우벤 호수, 툰 호수와 브리엔
많은 돈을 들고 찾아와도 사건 자체가 어렵고 츠 호수, 두 호수가의 인터라켄과 브리엔츠, 라이헨바흐
심각하지 않으면 손을 대지 않는다. 흥미를 느낄 폭포가 있는 마이링겐, 빙하의 절경을 보여주는 로젠라
만한 사건이면 보수와 상관없이 일에 착수한다. 그는 정 우이 협곡까지, 탄성이 그치지 않는 길이다. 스위스 알프
의를 바로 세우는 데 자신의 모든 것을 건다. 일반 의뢰 스를 대표하는 마터호른과 융프라우, 로트호른 그리고
인들에게는 일절 돈을 받지 않지만, 귀족이나 큰 부자의 아이거 북벽 등 파노라마가 360도로 펼쳐진다. 언젠가
사건을 맡으면 어마어마한 성공보수를 받는다. 그것이 저 길을 모두 걸어볼 셈이다.  다음 호에서는 독일 작
홈즈의 스타일이다. 그러나 내가 무엇보다 홈즈에게 매 가 헤르만 헤세의 발자취를 따라 갑니다.
력을 느끼는 것은 그의 심리성향이다. 아무리 상황이 심
각해도 그는 마음에 서두름이 없다. 어떤 경우에도 평상
심이 흔들리지 않는다. 냉정하면서도 유머러스하다. 일

마이링겐 시내에 있는 셜록 홈즈 동상.
영국 조각가 존 더블데이의 작품으로, 1988년에
세워졌다. 동상 뒤에 보이는 집이
홈즈 박물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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