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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by 제이미파커스, 2019-04-16 01:48:40

발행인칼럼_60

발행인칼럼_60

발행인 칼럼 60

대부의 고향,
시칠리아 ‘사보카’

시칠리아 북동쪽 해변의 산간마을 사보카(Savoca). 영화에서 ‘대부’의 고향. 1, 2부의 촬영지.

발행인 칼럼 60_ 박경욱(제이미파커스 대표)

대부의 고향, 시칠리아 ‘사보카’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리(I’m gonna make him an offer he can’t refuse)”
잊지 못할 영화 <대부>의 잊을 수 없는 대사입니다. 중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수없이 보고 또 봤지만 ‘나쁜 영화’가 틀림없습니다. 사악한 불씨에 휘발유를

끼얹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대사처럼 도저히 거부할 수가 없습니다. 치
명적 매력에 굴복해 다시 리모컨을 들곤 합니다. <대부> 3부작에서 모두 주
연을 맡은 알파치노의 인터뷰 기사를 본적이 있습니다. TV 채널을 돌리다

보면 가끔 <대부>가 나오는데, 자기가 봐도 너무 재밌어 영화가 끝날 때
까지 소파에 앉아 있게 된다는 겁니다. 왜 <대부>가 넘버원인가? 시칠리
아 타오르미나에서 만난 투어 가이드 마우리지오 마리오는 말하더군요. “지금
도 이탈리아 TV에서는 <대부>가 계속 나와요. 사람들은 수십 번째 보고 또 보지요. 1970년대
초에 나온 다른 영화들은 너무 낡고 촌티 나서 볼 수가 없어요. 하지만 <대부>는 엊그제 찍은 영화 같아요. 정
말 세련됐지요.” 지난 연말에 <대부>의 고향 시칠리아에 갔습니다. 영화에서 뉴욕 브롱스의 마피아 두목 비토 콜레오
네(말론 브란도)의 고향은 시칠리아 팔레르모현의 ‘콜레오네(Corleone)’. 실제 지명입니다. 잔혹하기 짝이 없는 마피아
들을 배출한 곳입니다. 하지만 영화의 무대는 다른 곳입니다. 타오르미나 인근의 작은 마을 사보카(Savoca. 1, 2부)와
포르차 다그로(Forza d’Agro. 1, 2, 3부) 그리고 시칠리아 주도인 팔레르모(Palermo. 3부)가 주 촬영지입니다.

대부(1부)의 마지막 장면. 아버지로부터 대부를 물려받은 마이클이 내부 스파이와 적들을 모두 제거하고 명실상부한
보스가 되어 부하들의 충성서약을 받고 있다. 손에 키스하는 클레멘차는 패밀리의 일원으로, 아버지의 친구였다.

영화 대부(The Godfather) •마리오 푸조 원작(소설, 대본),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 알 파치노 주연, 니노 로타 음악
의 헐리우드 트릴로지(3부작 영화) •1971년 제작, 1972년 개봉 •한 마피아 패밀리(콜레오네)의 96년간을 다룬 장대한 서
사시로 20년에 걸쳐 3부작이 완성되었다. 1972년(1부), 1974년(2부), 1990년(3부). 등장인물 상당수가 3부작에 모두 출연. •
사상 최고의 갱스터 영화이자 아카데미를 쓸어 담은 영화. 1편은 3개 부문 수상, 8개 부문 후보 지명. 2편은 6개 부문 수상,
5개 부문 후보 지명. 3편은 7개 부문 후보 지명. ※아카데미 사상 속편이 전편을 추월한 유일한 영화. 알파치노가 대부 3부
작에서 남우주연상을 한 번도 수상하지 못한 것은 아카데미 최대 실책으로 꼽힌다. •2007년 AFI(미국영화연구소) 선정 세
계 100대 영화 중 <시민케인>에 이어 2위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영화 대사 2위(“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리”) •런닝
타임 : 1편 175분, 2편 200분, 3편 169분으로 도합 9시간. 롱버전은 이보다 훨씬 길다. 이렇게 긴 영화가 지금도 계속 TV로
방영되고 팬들을 사로잡는 예는 없다. •말론 브란도와 제임스 칸을 제외한 모든 출연자와 감독이 신인 또는 무명이었다.
코폴라가 대부를 찍을 때 32살에 불과했다. •거의 모든 배우가 이탈리아계이다. •마피아들이 극찬하는 영화. 마피아들
은 이 영화를 너무나 존경한 나머지 등장인물들의 대사와 행동을 흉내 내곤했다. 마피아 세계가 실제와는 다르게, 너무 멋
지게 그려진 것이다. •대부(Godfather)는 천주교 입교자의 신앙적 후견인. 영화 이후 마피아 두목의 의미가 추가되었다.

※‘태양은 불타고’ 영화가 머릿속에 오랫동안 맴도는 이유 중 하나는 니노 로타의 음악 때문. 메인 테마보다 애잔하기 그지
없는 ‘사랑의 테마’가 더 강렬하다. 이 테마는 3부작 모두 사용되었는데, 3부 버전이 백미 중의 백미. 마이클의 아들이 기타
를 치면서 시칠리안 포크송 ‘Brucia La Terra. 태양은 불타고’를 부르고, 검정 양복에 선글라스를 낀 마이클은 아들이 부르
는 노래를 들으면서 회상에 잠긴 채 눈물을 훔친다. 니노 로타가 만든 사랑의 테마는 이 민요를 차용한 것이다.

영화 도입부, 딸의 결혼식
파티 중 살인 청부를 받는

대부 비토 콜레오네
(말론 브란도)

“제 딸을 강간한 놈들을 죽여주십시오.” 딸의 결혼식 파티 중 한 장의업자(위 사진)가 ‘대부(代父)’를 찾아와 살인을 요청합
니다. “내 딸 결혼식에 와서 그런 불경스런 청탁을 하다니. 더구나 존경심도 표하지 않고, 돈 몇 푼으로 사람을 죽여 달라
고?” 만약 우정으로 찾아왔다면 당신 딸을 범한 놈들은 당장 짓이겨질 거라고 대부는 충고합니다. 비로소 청탁자는 고개를
숙이고 ‘대부(Godfather)!’ 하고 부르면서 손에 키스를 합니다. 뉴욕 브롱스의 마피아 대부 비토 콜레오네는 그런 사람이었
습니다. 그의 폭력 뒤에는 의리, 우정, 가족애라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꼬마 비토는 시칠리아에서 부모형제를 잃고 혼자서
뉴욕으로 넘어와 이탈리안 거리의 깡패가 되어 법과 경찰이 지켜주지 않는 정의를 자기가 대신합니다. 가족을 지키기 위
해 일을 저질렀다가 차츰 이웃들의 민원 해결사가 됩니다. 어느 날 서민들의 공적(公敵)이었던 자를 살해한 뒤 뉴욕을 주름
잡는 마피아 거물로 큽니다. 냉철했지만 여백이 있었습니다. 포용력이 좋고 현명한 사람이었습니다. 마약 사업에도 손을
대지 않습니다. 자신의 대를 이을 큰 아들 소니가 살해당한 뒤 마피아 두목들을 초청해 선언합니다. “보복하지 않겠소.”

마이클(알 파치노)은 아버지를
저격한 솔로초(마피아)와 매클러스키

(뉴욕 경찰서장)를 살해한 뒤
시칠리아로 피신한다.

사보카의 바 비텔리(Bar Vitelli).
시칠리아로 피신한 마이클은

이 집 주인의 딸에게
반해 청혼한다.

모든 것을 얻고 모든 것을 잃은 자 대부의 세 아들 중 막내 마이클만 패밀리 사업에 가담하지 않고 명문대에 진학합니다. 앳
된 얼굴, 선한 눈빛의 정의로운 청년이었습니다. 징집면제를 마다하고 해군 장교로 자원해 참전합니다. 그런 그가 조직에
발을 들여놓습니다. 아버지 대부가 그랬던 것처럼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 아버지를 습격한 솔로초(마피아)와 배
후의 뉴욕 경찰서장 매클러스키를 살해한(좌측 아래 사진) 뒤 인생 항로는 전혀 다른 곳을 향하게 됩니다. 냉철함, 명석한
두뇌는 아버지를 닮았지만 일절 여백 없이 치밀하기만 했습니다. 대부를 물려받은 그는 여동생 아이들의 천주교 세례식
날 진짜 대부, 곧 아이들의 신앙 후견인이 됩니다. 죄를 씻는 세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무서운 보복이 자행됩니다. 마이클은
경쟁관계에 있던 마피아 두목들, 내부의 이중 스파이, 형의 살해 배후였던 매제까지 모조리 죽이고 마피아계의 일인자가
됩니다. 바늘 하나 꽂을 데 없는 절대 냉정으로 제왕이 되었고, 그 때문에 모든 존재들로부터 소외됩니다. 배신자가 속출하
고 가족들조차 그를 두려워합니다. 냉정으로 모든 것을 얻고 모든 것을 잃은 자, 마이클 콜레오네(알 파치노)입니다.

사보카의 가파른 언덕 위에 서있는
산 니콜로 성당. 대부의 중요한 세트 중 하나.

여기서 마이클이 첫 부인과 결혼한다.

여기는 시칠리아 사보카(Savoca) 영화 <대부> 1부, 2부의 촬영지입니다. 지난 1월 3일 코폴
라(F.F. Coppola) 감독의 철제 조각상 앞에 섰습니다. 코폴라 상은 사보카 출신의 이름난 아
티스트 니노 우치노(Nino Ucchino)가 코폴라 감독에게 헌정한 작품입니다. 사진에서 살짝
보이는 바다는 이오니아 해. 바다 건너에 이탈리아 본토가 있습니다. 눈으로 보이더군요. 시
칠리아 사람들은 바다 건너편을 가리켜 ‘이탈리아’라고 부릅니다. 자기들이 사는 곳은 시칠
리아일 뿐 절대 이탈리아라고 하지 않습니다. 사보카는 시칠리아 섬 북동쪽 해변, 이탈리
아 본토와 마주보고 있는 작은 산간마을입니다. 주도인 팔레르모에서는 260km(3시간), 시
칠리아 섬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인 타오르미나에서는 20km(30분)입니다. 코폴라 감
독이 사보카에서 메가폰을 든 것은 32세 때(1971년)였습니다. 어떻게 그 나이에 그런 영화를
만들 수 있는지, 천재의 세계는 이해불가입니다.

영화에서 사보카는 마이클이 솔로초(마피아)와 매클러스키(뉴욕 경찰서장)를 살해한 뒤 피
신해서 살았던 곳, 아버지의 고향입니다. 부하들과 마을을 산책하던 중 마이클은 아폴로니
아라는 처녀에게 한눈에 홀딱 반합니다. 그는 처녀의 아버지를 찾아가 ‘거부할 수 없는 제안’
을 합니다. 대부 후계자다운 청혼으로 부인을 맞이하는 것입니다. 그 현장이 앞 페이지의 사
진 ‘바 비텔리(Vitelli)’입니다. 18세기에 지어진 건물인데 지금도 영화 촬영 때와 다름없이 영
업 중입니다. 본래 여주인은 세상을 떠났고, 지금은 조카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겨울 추운
날인데도 세계 각지 방문객들의 발길이 드문드문 이어집니다. 여름엔 온 마을이 대부 팬들
로 북적거린다는군요.

바 안으로 들어가면 ‘대부’의 사진들로 가득합니다. 주인이 덤으로 내준 에
스프레소와 시칠리아 전통과자 카놀리(Cannoli)를 즐기면서 한참을
앉아 있습니다. 죽어서는 이런 데를 올 수 없습니다. 내가 지금 살아
있다는 사실에 그만 가슴이 뜨거워지고 눈물이 흐릅니다.
시칠리아의 작은 마을들은 세월의 공격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습
니다. 유명 관광지가 아닌 곳들은 거의 폐허입니다. 그래서 지
금도 그렇게 영화를 많이 찍나 봅니다. 대부가 아니었으면
이 마을도 버틸 수 없었을 겁니다. 전 세계에서 팬들이 찾아
오는데, 특히 미국인들이 많다고 합니다. 미국에서 <대부>
의 지위가 어떤지 가늠됩니다. “이 바는 장사가 잘 되나요?”
보기엔 허름하지만 연중 3개월 빼곤 대박이라고 합니다. 동
네를 돌아다니는 외지인들은 모두 영화 얘기입니다. 시칠리
안 마우리지오 마리오와 함께 마을을 걷다가 묻습니다. “당
신이 꼽는 사상 최고의 영화가 뭔가?” 지나가는 누군가가 끼
어듭니다. “Godfather!”

바 비텔리의 내부

1월 3일, 사보카의 코폴라 감독 철제상 앞에서

<대부> 3부작에 모두 등장하는 곳,
이오니아 해변의 절벽마을 포르차 다그로

(Forza d’Agro). 영화 2부에서 꼬마
비토가 지역 마피아의 추적을 피해
당나귀 수레에 숨어 사진 우측의 성당
앞을 빠져나간다. 3부에서는 마이클이
옛 부인 케이와 함께 방문해 성당과
아버지 고향집을 들른 뒤 마을 거리

(사진 아래쪽)를 산책한다.

이오니아 해변의 절벽마을, 포르차 다그로(Forza d’Agro) 사보카 옆에 있는 이 마을은 ‘대부’ 3부작에서 모두 등장합니
다. 사진으로 보면 무척 아름다운데 사람이 살지 않는 폐가가 80%나 됩니다. 이곳도 영화에서 아버지 ‘대부(비토 콜레
오네)’의 고향인 콜레오네 마을로 나옵니다. 이 지역 마피아 두목 돈 치치에게 부모와 형이 모두 살해당한 뒤 숨어 지
내던 꼬마 비토는 이웃의 도움으로 당나귀 수레에 숨어 마을을 빠져나와 뉴욕으로 건너갑니다. 아래 성당이 바로 탈
출 현장입니다. 비토의 고향집은 성당에서 100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뉴욕에서 마피아 대부가 된 비토는
고향을 찾아와 ‘아버지가 보낸 선물’이라면서 돈 치치의 가슴에 칼을 꽂아 넣습니다(대부 2부). 3부에서는 마이클이 옛
부인 케이와 함께 방문합니다. 아버지가 마을 마피아의 추적을 피해 도망쳤던 성당 앞에서 한참 머물다가 부모가 살
던 집을 찾아가 벽을 쓰다듬습니다. 이것은 그의 마지막 여행이 되고 맙니다. 며칠 뒤 딸이 팔레르모의 마시모 극장에
서 잔혹하게 살해됩니다. 의미 있는 사람들을 모두 잃은 그는 마침내 정원에서 마지막 순간을 맞이합니다. 그때 그의
곁엔 개 한 마리만 서성거릴 뿐 아무도 없었습니다.

※다음 호에는 시칠리아의 주도, 대부 3부의 촬영지 ‘팔레르모’를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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