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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by 제이미파커스, 2019-09-19 00:55:56

발행인칼럼_9

발행인칼럼_9

발행인 칼럼 9

죽음, 그 후

회복의 심리학 ⑨ 후그죽음,
98
죽음. 이것이야말로 진정 우리를 흥분시키는 주제가 아닐 수 없
다. 그 앞에선 잡념이나 정신 산만이 있을 수 없다. 오직 죽음의
생생한 현실에 사로잡힐 뿐이다. 죽음 앞에선 누구도 위엄을 지키
기가 쉽지 않다. 웬만한 사람들은 죽음이 눈앞에 다가오면 그만
넋이 나가고 만다. 죽음은 ‘존재의 마침표’, 모든 게 끝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젠가 현실로 닥칠 이 사건을 상상하는 것조차
기피한다. 누구도 그 주제를 꺼내길 꺼려한다. 모두의 아킬레스건
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다들 천국이나 극락에 가고 싶어 한다. 그보다 더 좋은
곳이 있다면 그곳으로 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종교적 신념을 가
진 사람들조차 천국이나 극락이 있다면 살아서 가고 싶지 죽어서
가고 싶진 않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어떤 종교적 훈련을 받았
든지, 사람들은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해 잘해야 반신반의, 대부
분 존재의 끝이라고 믿는다. 결국 죽음에 대한 우리의 유일한 관
심은 그거다. 그 이후의 세계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 만약에,
죽음이 존재의 끝이 아니고 새로운 시작이라면! 그런 증거가 있다
면 우리는 더없이 안도하고 환호하지 않겠는가.

종교의 성인들은 제자들 앞에서 죽음 이후의 세계를 묘사했다.
예수님은 마태오 복음서에서 사람들에게 참으로 기쁜 소식을 전
했다. 그것은 하늘나라가 있다는 것이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
들은 그곳에 갈 수 있다고 웅변했다. 부처님도 서방세계에 순결
한 땅(淨土), 곧 극락(極樂)이 존재함을 선포했다. 누구든 한결 같
은 믿음으로 단 한번만이라도 그곳의 주인인 아미타 부처님의 거
룩한 이름을 부르며 호소하면 대체로 그곳에 갈 수 있다고 가르
쳤다. 그럼에도 이 물질세계에 사는 보통 사람들은 신앙보다도 더
직접적인 증거, 눈으로 보고 확인할 수 있는 물질적 증거를 원한
다. 한번 죽었다가 살아 돌아온 사람의 증언이라면 얼추 근접한
증거가 되지 않을까? 만약 그런 증언이 한둘이 아니고 수많은 사
람들이 한 것이라면, 과학자의 검증을 거친 것이라면 더욱 신빙성
이 높아지지 않을까. 이번 소재는 바로 그들, 죽었다가 살아 돌아
온 사람들의 생생한 증언과 그것을 연구한 학자의 이야기다.

박경욱(본지 발행인)

제프리 롱 박사, 그들의 체험, 증언, 깨달음
죽었다가 살아 돌아온 사람을 만나다
롱 박사는 연구를 통해 국적과 언어, 종교, 성별, 연령이
1988년 겨울 어느 날 저녁, 미국 아이오와의 한 레스 다양한 임사자들의 체험에서 발견되는 몇 가지 공통점을
토랑. 지금 루이지애나 주 호마에서 방사선 종양학과 전 발견했다. 이 책에 소개된 9가지 중 몇 개를 살펴본다.
문의로 활동 중인 제프리 롱(Jeffrey Long) 박사는 대학
원 시절부터 가깝게 지내던 한 친구 부부와 함께 저녁 식 의식이 몸을 빠져나가 여전히 활동 우선 그들은 대부
사를 하고 있었다. 식사 도중 친구 부인 실러(Sheila)로부 분 ‘유체이탈경험(Out of body experience)’을 가지고 있
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는다. 죽었다가 살아 돌아왔다 었다. 즉 의식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 자신이 죽은 상태에
는 것이었다. 죽을 뻔 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의학적으 서 지상에서 벌이지고 있던 일들을 경험한 것이다. 다음
로 완전히 사망한 상태였다가 하루 만에 삶의 영역 속으 은 1963년 운전하던 중 빗길에 미끄러져 가드레일을 들이
로 복귀했다는 것이다. 받아 중상을 입고 풀밭에 쓰러져 있었던 사람의 증언. “내
의식이 몸 밖으로 떠오른다는 것을 또렷이 느꼈습니다.
실러는 한 병원에서 수술 도중 마취제 알레르기 반응 병상 옆에 있는 부모님을 내려다보았고, 두 분이 느끼는
으로 그만 심장이 멈췄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겁에 질려 감정적 고통을 생생히 전달받았습니다. 이상했습니다.
허둥대며 그녀를 살리기 위해 미친 듯이 애를 썼다. 그 광 고통스러워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거든요. 대신에 옆에서
경을 실러가 지켜보았다. 심장이 멎은 뒤 실러의 의식은 두 분을 위로하려고 애쓰고 있었습니다.”
몸 밖으로 빠져나와 공중으로 올라간 상태였고, 병실에
서 일어나는 사태를 지켜보고 있었다. 한동안 그 광경을 고통이 아닌 평온한 감정의 체험 비록 고통스럽게 죽어
보고 있다가 빛이 나오는 터널 속으로 들어갔다. 터널을 간 사람일지라도 죽음 이후에는 더 이상 고통을 느끼지
빠져 나오자 아름다운 빛이 쏟아졌고 그곳에서 이미 죽 못하고 오히려 사랑스럽고 평온한 감정을 경험했다. 보
은 친척들과 재회, 포옹을 나누었다. 병원 안의 절망적인 스톤 근교에 살 때 남자 친구의 집을 찾아갔다가 친구가
풍경과는 달리 실러는 마치 고향에 온 것처럼 마음이 편 쏜 총에 맞았던 미셀(Michelle). 그녀는 즉시 쓰러졌고, 의
안했고 온통 사랑과 열정이 가득한 가운데 머물러 있다 식은 몸 밖으로 빠져나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
가, 하루가 지나 중환자실에서 깨어났다. 실러는 임사체 었다. 출동한 소방관과 경찰들이 사태를 수습하는 것을
험(near-death experience)을 했던 것이다. 지켜보면서 자신이 죽었다는 것을 느꼈다. 총에 맞았는
데도 전혀 고통스럽지 않았다. “나는 정말 축복받은 사람
롱 박사는 친구 부인으로부터 충격적인 증언을 들은 이고 그 자체로 완전한 사람이라는 느낌, 이전에는 경험
그날 저녁 이후 인생의 진로를 다시 잡았다. 임사체험자, 해보지 못했던 놀라운 사랑으로 충만한 느낌을 받았습니
즉 죽었다가 살아 돌아온 사람들을 연구하기로 결심했
다. ‘임사(near-death)’란 결과적으로 죽지는 않았으나 한 www.nderf.org(임사체험연구재단 사이트) 한국어로도 서비스되고 있다.
때 의학적으로 사망선고를 받아, 당시에는 ‘죽은 사람’으
로 인정받았던 것을 말한다. 임사체험이란 의학적으로
사망한 상태에서 당사자가 ‘경험’한 것을 의미한다.

롱 박사는 그 10년 뒤 임사체험연구재단을 만들었고,
임사체험자들의 증언을 수집하기 위해 웹사이트(www.
nderf.org)를 개설했다. 지난 10년(1998~2008) 동안 약
1,300명의 임사체험자 사례를 수집해 분석했다. 체험자
들은 국적과 언어, 종교가 다른 다양한 사람들이었고,
설문조사와 인터뷰, 번역 등의 작업은 전세계의 자원봉
사자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의 10년간의 노력의 결과
는 한권의 책으로 집약되었고 그 책은 「죽음 그 후」라는
제목으로 국내에도 변역, 출간되었다.(2010년, 에이미팩토리

출간)

99

다. ‘와, 이런 게 죽는 거라면 나쁘지 않은데’ 그렇게 생각 이 체험자의 증언을 보면 죽은 후에 사람의 의식이 매
했죠.” 체험자들을 통해 죽음 이후에도 의식이 살아 있어 우 입체적으로 전개되고, 고양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천
존재가 소멸되지 않으며, 고통이 아닌 평화를 경험한다는, 하의 죄인이라고 해도 지상에서 자신의 과오를 깨닫기는
갈수록 긍정적인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롱 박사의 책을 무척 힘들다. 의식이 자기의 좁은 울타리 안에 머물 뿐 넓
읽다보면 앞의 미셀처럼 ‘죽어도 그리 나쁘지는 않네’ 하는 은 차원으로 확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높은 곳에서 아래
느낌에 위로받고 점점 안도하게 된다. 를 향해 입체적으로 조망하지 않으면 객관적 시각을 가질
수가 없다. 자신의 생각과 말과 행동의 잘잘못이 보이지
지난 삶을 회고 임사체험자들은 과거의 삶이 영화처럼 않는다. 이 증언이 사실이라면, 그밖에 다수의 체험자들
지나가는 것을 보았노라고 입을 모은다. 한 체험자의 증언 이 유사하게 증언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죽음이 우리의 의
이다. "(과거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 것을 보았습 식을 깨워주고 있는 셈이다. 죽었다가 살아 돌아온 사람
니다.)나의 생각과 행동, 말, 미워한 것, 도운 것, 돕지 않 들은 비로소 죽음으로써 자신과 남을 함께 볼 수 있었고,
은 것, 도왔어야 했던 것 등 모든 것이 보였습니다. 영화에 그 체험은 이후의 삶에 강렬한 영향을 미쳐 인생을 180도
서처럼 사람들이 한명 한명 모두 보였습니다. 내가 사람들 달라지게 했다. 좋은 사람이 되어 돌아왔다는 이야기다.
에게 얼마나 비열했는지, 내가 그들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었는지, 내가 동물들에게 얼마나 잔인하게 굴었던지 …
너무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제프리 롱(Jeffrey Long) 물리학자이자 방사선종
양학과 전문의. 현재 루이지애나주 호마병원에
서 근무. ‘사후세계와 죽음체험’에 관한 가장 널
리 알려진 연구가. 24년 전 친구 부인의 임사체
험 증언을 듣고 연구를 시작, 오늘에 이르고 있
다. 세계 최대의 임사체험 연구기관인 ‘임사체험
연구재단’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약
2,000건의 임사체험 사례를 연구, 재단 웹사이
트(www.nderf.org)에 공개하고 있다. 웹사이트
에 들어가면 한국어로도 자료를 볼 수 있다. 그
의 연구 결과는 〈뉴스위크〉, 〈월 스트리트 저널〉,
〈NBC 투데이 쇼〉 등에 매우 비중 있게 보도되었
고, 연구결과를 담은 책은 출간 즉시 아마존, 뉴
욕타임스 베스트셀러(비소설 분야 1위)에 올랐다.
한국에서는 2010년 「죽음 그 후」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었다.(출판사 : 에미미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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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이후에 대한 확신, 삶에 대한 용기 “그 감각을 도저히 말로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실제 이곳의
삶에서는 그런 감각을 경험한 일이 없었으니까요. 나 자신이
롱 박사는 임사체험자 1300명에 대한 연구를 통해 ‘임 마치 수정처럼 맑아지는 느낌이랄까요? 마침내 마음의 고향
사체험’이 현재 삶의 출구이자 다음 삶의 입구라고 확신 으로 간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불안해할 필요 없이 무언가
했다. 이 삶 이후의 삶이 존재한다고 확신하게 된 것이 에 강력히 속해 있다는 느낌, 정말 의미 있는 존재가 되었다
다. 그의 확신은 많은 암환자들에게 도움을 주었다. 그는 는 느낌, 나 자신이 완전해진 느낌이었습니다.”
방사선 종양학과 전문의이기에 죽음을 눈앞에 둔 환자를
많이 만난다. 말기암 환자들은 잔뜩 겁을 먹은 채 죽음 이 _ 한 임사체험자의 증언
후에 어떻게 되느냐고 자주 묻는다고 한다. 그러면 그는
자신이 10년간의 사례 연구를 통해 축적한 증거를 제시하 일의 경우 죽음 직전까지 갔던 환자들 중 10% 이상이 임
면서 죽음 이후의 세계가 존재한다고 말해준다. 그가 제 사체험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은 ‘죽음 이후의 세계
시한 증거와 확신의 도움으로 상당수 환자들이 두려움에 가 존재한다.’ ‘전혀 고통스럽지 않고 평화로웠다.’ ‘살았을
서 벗어나 강한 용기를 갖고 암과 싸울 수 있었다. 때보다 의식이 더욱 또렷했고 감각이 고조되었으며 나만
이 아닌 타인을 함께 볼 수 있게 되었다.’ ‘왜 그렇게 살았
한번 죽었다가 살아 돌아온 사람들은 대체로 죽음에 는지 후회스러웠다.’ … 그래서 죽음이 두렵지 않게 되었
대한 막연한 공포가 줄어들었고, 죽음 이후의 세계를 확 고 더 강인하게, 더 배려하면서, 더 재미있게 살 수 있게
신하게 되었다. 그 이전에 살았던 것보다 훨씬 더 열심히,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강하게 그리고 배려하는 자세로 삶을 살게 되었다. 죽 나는 롱 박사의 책을 적어도 30번 이상 되풀이해서 읽
음의 손길이 스쳐 지나간 사람들은 자신만의 좁 었다. 그의 책을 볼 때마다 살아 돌아온 사람들의 증언에
은 세계에서 벗어나 타인과의 관계에 더 집 깊은 위로를 받았고, 안도할 수 있었고, 지금 벌어지고 있
중할 수 있게 되었고 타인을 돕는 사람 는 이런저런 고통들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가질
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수 있게 되었다. 체험자들의 증언이 과연 사실인가, 환각
롱 박사에 따르면 지금은 의 인가의 판단 문제가 있다. 읽고 또 읽고 생각하기를 거듭
학기술의 발달로 전세계에 하면 적어도 그 글의 진실성 정도는 판별할 수 있다. 나는
서 해마다 수많은 체
험자들이 나온다 그들의 증언, 롱 박사의 연구가 진실이라고 믿는다.
고 한다. 독 두려워할 것 없다, 이 삶이 전부가 아니기에. 더
잘 살아야 한다, 그때 가서 후회하지 않도
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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