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16
희망이 그대를 속일 지라도
위대한 개츠비
회복의 심리학 ⑯
희망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위대한 개츠비
박경욱 본지 발행인, 제이미파커스 제이 개츠비(Jay Gatsby) | 대지의 풀무가 개구리들을 한껏 부추겨 개골
(주)리커버리 대표 개골 오르간 소리가 곳곳에 피어오르는 여름날 저녁. 서른 두 살의 한 남
자가 롱아일랜드 해변을 불과 5미터 남짓 앞에 두고 있는 자신의 대저
택 마당에서 두 손을 호주머니에 찌른 채 하늘에 은빛 후춧가루를 뿌려
놓은 듯한 별들을 바라보고 있다. 역시 만만찮은 대저택들로 즐비한 만
(灣) 건너편은 어둠으로 가득한데, 오직 한 개의 불빛만이 어느 저택 앞
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별무리들과 건너 편 만의 작은 불빛을 응시하고
있는 그는 마당의 잔디를 굳게 딛고 서 있는 안정된 모습으로 보아 개츠
비(Gatsby)임에 틀림없다. 갓 서른에 물질적 대성공을 거머쥔 그 남자 제
이 개츠비(Jay Gatsby).
데이지 페이(Daisy Fay) | 세상 물정 아무 것도 모를 것만 같은 얼굴에 늘
즐길 거리가 따라다니고 그때마다 쾌활한 웃음이 피어나는 미모의 20대
여자. 켄터키 주 테일러의 상류층 아가씨 데이지 페이(Daisy Fay). 5년
전 어느 날 굳센 이상으로 가득한 데다 뭇 사람을 사로잡는 특유의 미소
마저 넘치는 청년 장교가 그녀 앞에 나타났다. 아직 가진 건 별로 없지만
가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이는, 말하자면 유망한 전도가 짐작되는 남
자였다. 그의 미소는 단지 교양 수준의 통상적인 미소가 아니라 그의 앞
에 펼쳐질 인생을 짐작케 하는 탁월한 재능 그 자체이기에 약간의 설명
이 더 필요하겠다.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는 개츠비의 미소를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평생 가도 너댓 번밖에는 볼 수 없는 보기 드문 미소. 사려 깊은 미소. 한
동안 외부세계를 대면하고 있는 듯한 미소. 어쩔 수 없이 당신을 좋아할
수밖에 없으며 당신에게 온 정신을 쏟겠다고 맹세하는 듯한 미소. 당신이
이해받고 싶은 만큼 당신을 이해하고 있고, 당신이 스스로 믿는 만큼 당신
을 믿고 있으며, 당신이 전달하고 싶어 하는 최상의 호의적인 인상을 분명
히 전달받았노라고 말해주는 그런 미소였던 것이다.”
아무리 상류층의 아리따운 아가씨라지만 그런 인상의 소유자가 눈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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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나 ‘당신과 함께 하고 싶다’는 사인을 던 위로 진급했고 이어 결정적인 전투를 승
져오면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다. 개츠 리로 이끌어 다시 소령으로 진급해 기관총
비는 비즈니스계나 사교계에서는 물론 동네 부대의 지휘관이 되었다. 개츠비는 종전
의 이웃들이나 거리에서 마주치는 낯선 사 후에도 귀국하지 못하고 영국 옥스퍼드로
람들조차 푹 빠질만한 매력의 소유자였다. 발령받았다. 데이지는 그가 빨리 돌아와
자신을 어떻게 해주기를 바랐지만 귀국 시
닉 캐러웨이(Nick Carraway) | 예일대를 졸 기는 계속 늦춰졌다.
업한 뒤 1920년대 미국 동부의 증시(證市) 데이지는 청순해보였지만 심지가 굳은
붐을 보고, 성공을 꿈꾸고 뉴욕 인근 롱아 여자는 아니었다. 하루라도 누군가에 의
일랜드 대저택가 한 귀퉁이 변변찮은 원룸 위대한 개츠비 초판본 해 즐거운 일들로 채워지지 않으면 견디
에 둥지를 튼 반듯한 청년 닉 캐러웨이(Nick (1925년) 지 못하는 여자였다. 확실해보이지 않는
Carraway). 그는 문제의 두 사람, 개츠비, 미래에 대한 약속이나 다소간의 모험 따
데이지와 여름 한철을 보낸다. 닉의 눈에 비친 개츠비, 데 윈 아예 고려조차 하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였다. 더 이상
이지의 사랑, 두 사람의 애정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인간 시간을 지체하면 다소 값이 떨어질 수도 있는 미모의 절
군상들의 천태만상, 환상의 시작과 끝, 그리고 새로운 삶 정기에 서둘러 괜찮은 남자를 정해야 한다는 집안의 압력
의 가능성을 그린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 도 만만치 않았다. 그녀가 옥스퍼드의 개츠비 앞으로 보
비(The Great Gatsby)」가 이달의 이야기다. 내는 편지에는 군데군데 짜증과 신경질이 묻어났다.
개츠비와 데이지의 사랑 | 개츠비가 캔터키주 테일러의 부 톰 뷰캐넌의 등장, 데이지의 변심 | 데이지는 개츠비가 귀
대에서 복무하던 5년 전 어느 가을날 밤. 개츠비와 데이지
는 나뭇잎 떨어지는 거리를 걷다가 달빛으로 하얗게 물든 국할 때까지 기다려주었을까? 상상하는 대로다. 우리는
한적한 거리에 멈춰 섰다. 집집마다 켜져 있는 불빛들이 세상의 연인들이 흔히 피치 못할 사정으로 끝내 연을 맺
어둠 속에서 콧노래를 부르고 별들이 반짝이는 서늘한 밤 지 못하는 것에 대해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안타까움과
이었다. 데이지의 하얀 얼굴이 개츠비의 얼굴에 닿는 순간 이해가 담긴 영화나 드라마에 익숙해 있다. 하지만 피치
그의 심장은 뛰었다. 그의 입술이 닿자 그녀는 그를 위해 못할 사정 같은 건 그야말로 드문 일. 깨진 관계에는 대부
한 송이 꽃처럼 활짝 피어났다. 그 밤 이후 데이지는 개츠 분 애초부터 진실한 사랑이 없었거나 양쪽 또는 어느 한
비의 가슴 속에서 반짝이는 하나의 불빛이 되었다. 쪽의 변심이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그런 변심에는 성적
인 매력을 지닌 또 다른 이성의 등장 또는 보다 확실해 보
미국이 1차 대전에 참전키로 결정하자 개츠비는 유럽전 이는 앞날에 대한 계산이 자리 잡고 있는 법.
선으로 파병되었다. 개츠비는 전선에서 종횡무진 활약, 대
데이지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웠고 본능적인 계산으로
1922년부터 1924년까지 피츠제럴드와 아내 젤다 분주했다. 자신의 삶에 어떤 뚜렷한 질서가 갖춰지기를,
가 살았던 뉴욕주 롱아일랜드 저택. 누군가에 의해 그 편안한 세계 속으로 이끌려지기만을 기
다리고 있었다. 마침 그런 데이지에게 예일대 출신의 돈
많고 잘 생긴 남자, 위풍당당한 풍채와 허세, 대단한 출신
배경에 거만함으로 똘똘 뭉쳐 그 속에 안기기만 하면 모
든 게 해결될 것 같은 톰 뷰캐넌(Tom Buchanan)이라는
남자가 출현했다.
데이지는 옥스퍼드의 개츠비 앞으로 자신의 복잡한 심
경을 피력하는 편지를 보냈다. 말하자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자신도 모르겠다는 식의 암시를 담은 편지였다. 그
것은 마지막 편지였다. 앞날의 안정감에 대한 계산이 확
고히 서자 데이지는 더 이상 뒤돌아보지 않고 톰과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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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스콧 피츠제럴드는 식을 올렸다. 그들은 결혼 후 롱아일랜드 해협이 눈앞에 펼쳐지는 그림
우리가 희망, 이상, 사명, 비전, 같은 대저택에 살림을 차렸다. 개츠비가 은빛 후춧가루를 뿌려놓은 듯 별
목표의식, 도전정신 등등 저마다 들이 쏟아지는 여름날 저녁 바라본 만 건너편의 단 한 개의 반짝이는 불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부르는 빛은 톰과 데이지 부부의 저택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온갖 낱말들이 실은 ‘환상’과
동의어라는 것을 간파했다. 개츠비의 성공 | 제대 후 귀국한 개츠비는 미국의 금주령(1919~1933) 시
대에 밀주업에 참여, 특유의 순발력과 목표의식, 탁월한 사교력
등을 유감없이 발휘해 불과 2~3년 사이에 한몫 단단히 잡
았다. 1차 대전 종전 후 미국은 유럽과 달리 역사상 유
례없는 대호황을 누려 한편에선 0.1%의 거부들이, 다
른 한편에선 중산층과 서민대중이 거대한 규모로 등
장했다. 개츠비는 눈 깜짝할 사이에 0.1%의 세계로
편입되었다. 손만 뻗으면 닿을 곳에 널려진 기회를 잡
으려는 머리 좋은 사람들의 전쟁, 게다가 금주령과 마
약 전성기까지 맞물려 곳곳에서 마피아들이 독버섯처
럼 자라나 이 시기의 미국은 풍요로움의 이면에 환락과
폭력이 넘쳐났다. 그 시대상은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소설의 소재가 되었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
비」는 그중 발군의 작품이었고, 20세기에 영어로 써진 소설 가
사진_ 전성기의 스콧 피츠제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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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데 가장 위대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는 우리가 희망, 이상, 사
명, 비전, 목표의식, 도전정신 등등 저마다 그럴듯하
게 포장해서 부르는 온갖 낱말들이 실은 ‘환상’과 동
의어라는 것을 간파했다. 그렇다고 그가 환상을 경
멸하지는 않았다. 사람의 삶을 지배하는 ‘환상’ 중에
는 인간을 끝내 파멸로 몰아넣는 불량한 환상이 있는
가 하면, 비록 환상일망정 삶의 나침반으로 삼아 자칫
무질서하고 무의미해질 수 있는 삶에 질서와 의미를
부여해주는 좋은 환상이 있음을 구분하고, 그 좋은 환
상을 이 작품으로 옹호했다.
무모한 개츠비, 흔들리는 데이지 | 한때 사랑했던 여자 아내 젤다와 딸 프란시스 그리고 피츠제럴드.
가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땐 자신의 조건미
달로 놓쳐버렸지만 지금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할 수 있 머틀과 반쯤은 보란 듯이 불장난을 하고 있다는 것을 빤
다. 그렇다고 해서 남의 아내가 되어버린 여자와의 관 히 알고 괴로워하면서도 톰이 제공하는 물질적인 풍요로
계를 복원시키려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누구나 움 때문에 빠져 나갈 마음은 없었다. 그러던 차에 과거의
잃어버린 사랑을 되돌아보지만 그것을 다시 얻으려고 빈털터리 개츠비가 아닌 성공한 개츠비가 눈앞에 타나난
시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과거를 한편의 추억으로 돌 것이다.
리고 새로운 관계를 찾아 나서거나 누가 봐도 그럴듯한
배우자를 만들어 과거의 연인에게 심정적으로 보복하는 그녀는 개츠비 저택의 드레스룸을 구경하다가 이렇게
자세를 취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개츠비는 달랐다. 그 말한다. “슬퍼져요. 난 지금껏 이렇게… 이렇게 아름다운
의 머리는 날카로운 현실감각으로 번득였지만 가슴은 낭 셔츠를 본적이 없거든요.” 그 화려한 옷들과 자동차, 안락
만적인 환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에게 과거는 추억의 한 휴식과 성대한 파티가 자신을 위해 준비된 것이고, 이
한 페이지가 아니라 미완성의 과제였다. 그는 숙제를 풀 제 손만 뻗으면 가난한 육군 대위가 아니라 사교계에 이
기 위해 데이지의 저택 건너편으로 들어온 것이다. 름이 드높은 위대한 개츠비의 품으로 안길 수 있음을 왜
직감하지 못했겠는가. 그녀는 톰을 만나 흔들렸듯이 위
개츠비는 웬만한 부자들도 주눅 들게 하는 상식 밖의 대해진 개츠비를 만나 흔들렸다. 그녀는 느닷없이 개츠
대저택을 짓고 들어와 잃어버린 5년을 보상받으려 일을 비의 팔짱을 끼었다. 이제 개츠비에게 데이지 저택의 불
꾸미는 중이었다. 그의 집은 막 출시된 대형 승용차들과 빛은 더 이상 잡을 수 없는 꿈같은 불빛이 아니었다. 손만
대리석 풀장, 거대한 정원으로 꾸며져 있고 상류사회의 뻗으면 닿을 거리에서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일원들만이 입을 수 있는 옷들 중에서도 세계 최고의 명
품이라 할 만한 것들로만 옷장에 채워져 있었다. 그것으 개츠비의 최후 | 개츠비와 데이지, 데이지의 남편 톰과 그
로도 모자라 개츠비는 주말마다 자신의 정원과 라운지로 의 정부 머틀 그리고 개츠비의 저택으로 몰려드는 사교
뉴욕과 롱아일랜드의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명사들과 계 인사들… 닉은 자신이 편입되고자 했던 0.1% 세계의
사교계 인사들을 수백 명씩 불러 파티를 열었다. 인간 군상들의 화려한 삶과 교양의 뒤에 정상적인 정신
의 소유자라면 상상할 수 없는 부도덕과 탐욕, 정신적 공
개츠비는 자신의 저택 옆으로 이주해 온 신출내기 증
권맨 닉 캐러웨이의 도움으로 데이지를 초청하는 데 성
공한다. 닉은 데이지의 사촌오빠이자 데이지의 남편 톰
과 예일대 동창이었다. 개츠비와 해후한 데이지는 그가
이룬 물질적 성공에 눈이 번쩍 뜨였다. 그녀는 바람둥이
인 남편 톰이 이웃 마을 차량 정비소 주인 윌슨의 아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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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레드포드가 주연한 영화 위대한 허감이 도사리고 있음에 깜짝 놀란다. 닉은 그들을 경멸했다. 닉은 개츠
개츠비 중 한 장면(1974년) 비의 방식에도 도저히 동의할 수 없었지만 묘하게 끌리는 바가 있었다. 닉
은 개츠비가 수만 킬로 밖에서 일어나는 지진을 감지하는 장치와 연결되
위대한 개츠비는 리메이크되어 2013년 어 있기라도 한 듯이 삶의 가능성을 민감하게 포착해내는 탁월한 재능에
봄 개봉을 앞두고 있다, 경탄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의 불빛을 발견하는 탁월한 재능, 다른
어떤 사람한테도 발견한 적이 없고 또 앞으로도 다시는 발견할 수 없을 것
같은 낭만적인 민감성을 찾아냈다. 그리고 그런 그가 좋았다.
닉은 과거를 되돌리려고 하는 무모한 개츠비에게 조용하고 진지하게
권고한다. 사람은 두 번 다시 같은 강물에 발을 담글 수 없다고. 조금이라
도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있다면 상대가 누리고 있는 현재의 삶을 존
중해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데이지의 삶은 그 삶대로 그냥 놔두라고. 그
러나 개츠비는 달랐다. “무슨 말씀을! 과거는 얼마든지 반복할 수 있다구
요.” 그는 과거가 돌이킬 수 없는 먼 일이 아니라 자기 집 앞 그늘진 구석
에 숨어있기라도 하듯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모든 것을 옛날 그대로 돌려
놓을 것”이라고 호언했다. 데이지를 사랑했던 시절에 바쳤던 그 모든 것
들의 소중함을 잊을 수 없었고, 반드시 찾고 싶었다.
소설은 예정된 결말로 치닫는다. 어느 날 개츠비가 함께 타고 데이지가
몰고 가던 차에 톰의 정부인 머틀이 치여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톰은
머틀을 죽인 사람이 개츠비라고 단정하고, 범인을 찾아내고자 온 윌슨(머
틀의 남편)에게 개츠비의 집을 알려준다. 윌슨은 개츠비의 집으로 가 권총
으로 쏘아 죽이고 자신도 자살한다. 정부를 둔 톰과 옛 애인과의 재결합을
고민하던 데이지 사이에 예상치 못한 사건이 터지자 둘은 언제 그랬냐는
듯 한편이 되어 말과 행동을 맞춘다. 그의 집을 드나들던 수백 명 중 단 한
사람도 개츠비의 장례식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개츠비가 자신을 사랑한
스콧 피츠제럴드의 걸작 「위대한 개츠비」는 지금까지 수십 명의
역자(譯者)들에 의해 번역되었고, 지금도 계속 번역되고 있다.
영미문학연구회 번역평가사업단은 그 많은 번역들 중 추천할
만한 것은 민음사 판 김욱동(외국어대 명예교수)의 번역본
밖에 없다고 의견을 내기도 했다. 마치 국어로 쓰여진
소설을 보는 느낌이 들 정도로 문장이 자연스럽다.
최근(2010년) 김 교수는 1판의 오류를 바로잡은
개정판 번역본을 냈다. 이달 칼럼에 인용된
문장들은 이 번역본에서 따온 것이다.
※편의상 인용부호 안에 넣지
않은 문장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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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고 믿었던 데이지조차 꽃 한 송이 보내오기는커녕 골 미국 메릴랜드주 락빌 시립묘지에
치 아픈 일에서 도망치듯 남편 톰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 있는 피츠제럴드와 아내 젤다의
묘지 석판에는 위대한 개츠비의
희망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개츠비의 낭만적 환상은 예기 마지막 문장이 새겨져 있다.
치 못한 사건에 휘말려 죽음으로 끝났다. 닉은, 자신은 그
렇게 살 수 없지만 개츠비의 방식을 시도해볼만한 가치 So we beat on, boats against the current,
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 옹호했다. 작가 피츠제럴드는 borne back ceaselessly into the past.
「위대한 개츠비」를 통해 물질적 성공에 대한 자신의 야망 “우리는 조류(潮流)를 거스르는 배처럼
과 노력, 부인 젤다와의 사연 등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려가면서도 앞으로
다. 피츠제럴드도 젤다와 약혼했다가 미래가 불확실하다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것이다.”
는 이유로 파혼당했고, 나중에 소설 「낙원의 이쪽」이 성공
해 경제적 여유를 얻은 뒤 젤다와 결혼했던 경력이 있다. “그리고 어느 맑게 갠 날 아침에 … 우리는 조류(潮
작가는 소설의 말미에 다시없을 명문장으로 우리 삶을 流)를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려가면
지탱해주는 환상(희망)의 가치를 역설하고 있다. 지난 세 서도 앞으로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것이다. And one
기의 가장 멋진 문장의 하나로 기억되는 개츠비의 마지 fine morning - So we bent on, boat against the
막 구절들은 다음과 같다. current, borne back ceaselessly into the past.”
“나는 그곳에 앉아 그 오랜 미지의 세계를 곰곰이 생각하 어느 시대고 사람은 환상(희망) 없이는 살 수 없다. 계
면서 개츠비가 데이지의 부두 끝에서 초록색 불빛을 처 속 노를 저어가는 사람만이 그 끝도 알 수 있다.
음 찾아냈을 때 느꼈을 경이감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
는 이 푸른 잔디밭을 향해 머나먼 길을 달려왔고, 그의 꿈 ※많은 이들이 20세기 모든 문화권을 통틀어 가장 위대한 소설
은 너무 가까이 있어 금방이라도 손을 뻗으면 닿을 것만 로 손꼽기도 하는 「위대한 개츠비」는 미국의 목표지향적 문화를
같았을 것이다. 그 꿈이 이미 자신의 뒤쪽에, 공화국의 어 대변하는 아이콘이었으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었
두운 벌판이 밤 아래 두루마리처럼 펼쳐져 있는 도시 너 고 낭만적 환상의 가치를 심어주었다. 이 소설은 영화, 드라마로
머 광막하고 어두운 어떤 곳에 가 있다는 사실을 그는 미 만들어졌다. 영화는 1974년 로버트 레드포드의 출세작으로 많은
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개츠비는 그 초록색 불빛 이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당시 영화는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그
을, 해마다 우리 눈앞에서 뒤쪽으로 물러가고 있는 극도 리 수작은 아니다. 마치 원작을 그대로 영화로 번역한 듯한 느낌
의 희열을 간직한 미래를 믿었다. 그것은 우리를 피해 갔 을 준다. 위대한 개츠비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
지만 별로 문제될 것은 없다. 내일 우리는 좀더 빨리 달릴 로 다시 만들어져 다음 달 한국에 온다. 꼭 한번 보시길.
것이고 좀더 멀리 팔을 뻗을 것이다…”
불과 스물 아홉의 작가는 빛나는 상상력과 직관
력으로 그 시대의 빛과 어둠을 꿰뚫어보았고,
하나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리고 동시대
인에게 자신의 마지막 메시지를 전했
다. 그것은 한때 꿈과 희망, 즉 환상
으로 가득 차 용감하게 삶을 일
구었지만 이제는 그것을 잃
어버린 사람들에게 보내
는, 아름답고 조용하지만 심
장을 뛰게 하는 격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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